<일요초대석> '트러블메이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1 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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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다

[일요시사=정치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한때 '듣보잡'(인지도가 떨어지는 인물을 뜻하는 속어)이라는 굴욕적인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그는 시사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가 SNS를 통해 쏟아내는 말들은 어김없이 기사화되고, 그는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해낸다. 변 대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지만 그는 탁월한 이슈메이커임에는 틀림이 없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의 인터뷰가 확정된 후 주변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변 대표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막말하는 사람' '극우주의자' '여성혐오자' 등 이외에도 차마 기사에는 담기 힘든 평가들이 많았다. 그나마 긍정적인 반응은 "악플은 많이 달리겠지만 조회수는 나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변 대표는 인터뷰할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변 대표는 이슈를 생산해내는 과정에서 노이즈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주 받지만 한 정치비평가는 변 대표에 대해 "그는 욕먹어서 큰 것이 아니라, 욕먹을 만큼 큰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학연이 크게 작용하는 한국사회에서 서울대 미학과 선배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빅뉴스>와 <미디어워치>라는 언론사의 대표이면서도 언론사들에겐 절대 갑인 포털사이트의 퇴출을 주장해온 특이한 남자. <일요시사>가 변 대표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변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때 '듣보잡'이라는 굴욕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변 대표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달라진 자신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실감하는가?
▲ 진중권 교수가 지난 2009년 나를 '듣보잡'으로 지칭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그 시점에도 이미 난 유명했다. 1999년 인터넷신문 <대자보> 편집장을 했었고, 2003년에는 최연소 KBS 시청자위원이 됐다. 이외에도 청년창업가포럼 회장을 했었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객원논설위원으로 수차례 기고를 했었다. 어찌보면 우리 세대 논객 중엔 제일 앞서 있었는데 진 교수가 나를 듣보잡이라고 지칭한 것은 비열한 발상이라고 본다. 물론 대중적인 인지도는 많이 높아졌지만 논객으로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 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 대학 시절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등이 나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터넷에서 사회문제에 관한 글을 쓰다가 대학시절 <대자보>라는 인터넷신문을 창간하고 편집장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 변 대표의 행보를 두고 정치입문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변 대표께서는 실제로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에 출마할 수도 있다"거나 "MBC 사장에 응모 하겠다" "<한국일보> 3년 맡기면 신문업계 1위 만들겠다"등의 발언을 했었는데 인지도를 이용해 자리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정치입문 계획이 없다는 것은 수도 없이 이야기해왔다. 4월 재보선 출마 이야기는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었고, MBC 사장 응모 발언은 MBC 사장 선임이 너무 폐쇄적이니까 공개공청회를 한다는 조건으로 바람잡이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진지하게 이야기 한 것이다. 내가 볼 땐 사측이나 노조나 <한국일보>의 위기를 극복할 경영전략이 안 나오는데 우리 같은 벤처언론사와 손잡고 일을 해보자는 뜻이었다. 

-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베 사이트의 극우적인 성격 때문에 일각에선 일베를 폐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는데 일베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일베는 우리나라 20~30대들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고조되면서 나온 사이트다. 자유 통일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선 나는 일베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몇몇 이용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들에 대해 제재를 하면 된다. 오히려 아고라나 이런 곳은 헌법을 부정하는 사이트다. 일베에 대한 공격은 좌파들이 일베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연예인들이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변 대표께서는 연예인들의 정치참여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일베 이용 연예인에 대한 비난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 일베를 이용한 게 아니라 일베에서 주로 쓰는 단어를 사용한 것뿐이다. 일베에 논란이 될 만한 글을 남긴 것도 아니고 일베에서 주로 쓰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좌파들은 광우병 사태 때 연예인 발언에 대해 연예인들도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하게 하자고 했으면서 일베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떼거지로 공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욕먹어서 큰 것이 아니라, 욕먹을 만큼 컸다"
"<조선일보>도 약해" 아시아 최고 미디어그룹 꿈꿔

-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서울대 미학과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과거 '사망유희' 토론부터 최근 진 교수에 대한 석사논문 표절 의혹 제기까지 악연으로 유명하다. 진 교수를 싫어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일각에는 한때 진 교수를 선배로서 동경하던 변 대표가 자신이 쓴 책(<스타비평>)을 진 교수에게 선물했는데 그가 '쓰레기 같은 책'이라며 화장실 소변기 위에 두고 나온 사건 이후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 허위사실이다. 단지 노선의 차이 때문이다. 나는 자유주의 노선이었고 진 교수는 신좌파 노선이었다. 당시 미학과는 대체로 신좌파 노선이 득세했는데 나는 진 교수와만 대립한 것이 아니라 어찌보면 서울대 미학과 전체와 대립했다고 볼 수 있다.

- 트위터 계정에 친노종북포털 DAUM 퇴출이란 글귀가 인상적이다. 다음을 친노종북포털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 뉴스 편집방향을 보면 <민중의소리>나 <오마이뉴스>와 똑같다. 완전히 노골적으로 친노종북세력의 집권을 도모하는 편집들을 8~9년째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포털이 언론권력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냐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 SNS에서 논쟁을 벌이다 가끔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모독해 논란을 겪기도 했다. 평소 냉철한 논객으로 유명한 변 대표께서 그런 실수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슈를 만들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 SNS에 처음 뛰어들 때만 해도 나꼼수가 판을 주도하고 있었고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고 공지영, 이외수 등에 (우파가) 완전히 9대1로 밀릴 때였다. 우파에 스피커들이 없었다. 혼자서 이슈를 잡아야 했다. 당연히 마이너세력은 메이저세력에게 공격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표현이 거칠었다.

- 한 언론 인터뷰에서 광의로 볼 때 낸시랭도 종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낸시랭까지 종북으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내가 낸시랭을 종북이라고 했다는 것은 오보였고 정정보도로 바로 잡았다. 내가 말한 것은 낸시랭이 종북세력이 아니라 종북세력들이 낸시랭을 이용할 거라는 주장이었다. 진 교수가 사망유희 토론에서 박살난 다음 종북세력들이 대항마로 내세울 논객이 없으니 낸시랭을 내세워 이용하는 거고 낸시랭도 종북세력을 같이 이용하는 것이다.

- 변 대표께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보법 폐지, 미군 철수, 그리고 연방제 통일안. 이 세 가지를 모두 찬성하는 이를 종북으로 본다고 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닌가?
▲ 종북이라는 것이 김일성, 김정은 뜻을 따르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노선을 따르는 사람의 개념으로 본다면 맞다. 내가 주장한 세 가지는 대한민국 법원에서 판결난 북한의 3대 대남적화노선이다.

- 그동안 주류 여론과는 크게 벗어난 주장들을 많이 펼쳐 비판을 받기도 했다. 후회하거나 사과하고 싶은 발언들은 없는가?
▲ 최근에는 없다. 과거 2004년에 내가 여기자를 비하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땐 주장하는 방식이 잘못됐다. 그래서 그 당시 사과문까지 올렸다.

- 변 대표께서 유명세를 타다 보니 변 대표의 개인사까지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74년생으로 결혼적령기가 다소 지났다. 현재 만나고 있는 여성이 있는가? 일각에선 변 대표가 여성을 혐오한다는 소문도 있는데.
▲ 30대 중반에 결혼할 뻔한 여자가 있었다. 그 사람과 헤어진 이후엔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 연애를 안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결혼을 하려다 보니까 연애를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신중하게 하다 보니까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변 대표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 5년 이내에 <조선일보>를 능가하는 언론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어찌보면 <조선일보>도 약한 것 같고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그룹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변희재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미학과 졸업
▲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 <브레이크뉴스> 창간
▲ <빅뉴스> 대표이사
▲ <미디어워치> 대표이사
▲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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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