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18)장치혁의 고합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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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섬유원료에서 제품까지 동일단지에서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룩한 기업. 설립 23년 만에 재계 21위까지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지만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린 기업. 하지만 지나친 사세확장과 대북 사업으로 워크아웃 1호가 된 기업. 바로 '고합그룹'이다.

오너의 '외도'

고합그룹은 장치혁 전 회장이 1966년 1000만원의 개인회사로 시작한 고려합섬을 모태로 한다. 76년 고려합섬은 당시까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산 나일론 제품을 몰아내고 나일론 종합플랜트를 최초로 국산화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 70년대 초 개발한 '해피론'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해피론을 설립, 82년 고합상사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81년 1억6600만달러에 머물렀던 고합그룹의 수출목표는 82년 2억8800만달러로 급증, 이를 바탕으로 고합그룹은 82년 고려합섬에서 석유화학 부문을 떼어내 고려종합화학을 설립하고 88년 TPA(화학섬유 원료의 하나)사업에 진출했다. 이로 인해 고합그룹은 '원료생산-섬유생산-직물생산-제품생산'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그림자도 있었다. 80년대 초 대규모 투자 때문에 자금난에 빠져 85년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주거래은행이었던 한일은행이 고려종합화학을 제2자에게 매각하라고 종용할 정도였다. 다행히 86년 화학섬유산업의 호황이 시작되면서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88년 창업 22주년을 맞이해 장 전 회장은 '제2의 창업'을 선언, 유전공학,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정밀화학 분야에 진출했다. 기본 구상은 화학합섬과 아울러 통신, 유통을 양대 축으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이었다.


충남 당진에 자동차 내장용 부직포 공장을 건설하고 이탈리아·일본 기업과 제휴해 유통 분야에 진출할 계획을 추진했으며 94년 고합물산 내 의류사업부를 신설하고 95년 의류 브랜드 '예씽'으로 캐릭터 캐주얼 의류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문제는 오너의 '외도'였다. 장 전 회장은 92년부터 북방 프로젝트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92년 ▲연해주 전용 공단 설립을 위한 협의를 시작으로 ▲연해주 나홋타 한국공단 투자 환경 조사 ▲북한에 방문해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공장 설립 협의 ▲한·러 극동협회장으로서 러시아경제사절단과 에너지 합작투자 및 농업그룹 사업 가능성 타진 등의 활동을 했으며 94년에는 장 전 회장이 독립운동가였던 부친 고 장도빈 선생을 기려 설립한 고려학술재단이 연해주 독립운동유적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95년에는 고합그룹과 소련이 50대 50으로 합작해 연해주와 아무르에 2억8000만평 규모의 대규모 농축산물 경작사업을 추진했다. 같은 해 한·러 시베리아가스 공동개발에 대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한 장 전 회장은 전경련 산하 남북경협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으며 고려학술재단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 극동대학교에 러시아 최초의 한국학대학 설립을 지원했다.

북방 프로젝트 실패 '제1호 워크아웃'
고합홀딩스 설립…버리지 못한 재기 꿈

'회장님'의 외도는 그룹의 외형을 거대하게 성장시켰지만 정작 내실은 챙기지 못했다. 결국 고합그룹은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98년 7월 '제1호 워크아웃 기업'으로 결정됐다. 당시 고합의 부채 규모는 3조5000억원, 부채비율은 424%에 달했다.

고합그룹은 한일은행을 비롯한 68개 채원금융기관으로부터 2430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으면서 13개 계열사는 ㈜고합으로 합병하고 3400억원의 유가증권과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정상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하면서 장 전 회장은 2001년 채권단의 결정으로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퇴진했다.

2002년 ㈜고합은 "전 경영진이 92∼97년 분식결산으로 회사실적을 부풀리고 재무상태가 불량한 계열사들에게 지급보증을 하는 등 불법을 저질러 회사에 2000여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장 전 회장은 2005년 분식회계로 6794억원의 불법대출은 받은 혐의와 워크아웃 직전인 98년 1월 회삿돈 7억5000만원을 인출해 유용하고 계열사 자금 30억원을 모 선교재단에 출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장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이듬해 광복절 특별 사면됐다.

지난 2011년 5월 확정 판결이 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재판부가 "장씨는 고합에 33억5000만원과 이자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나온 장 전 회장은 국세청, 금감원, 검찰 등 관계 당국으로부터 재산도피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고 그때마다 장 전 회장은 무일푼임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1년 반이 넘도록 병상에서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재기'를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는 말이 들린다. 울릉도 심층수를 이용한 소금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연어양식장 사업 등에도 손을 댔다는 말도 있다. 고려학술문화재단의 회장직도 유지하고 있다.

장 전 회장은 부인 나옥주씨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뒀다. 그 중 장녀 호정씨는 강원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대지 1만2000평, 산림 1만여평을 보유한 땅부자다. 호정씨는 이 곳에서 스포츠시설과 낚시터, 송어양식장, 주말농장, 인공폭포, 식당, 물놀이장 등을 갖춘 초대형 펜션을 운영 중이다. 본지(2003년 12월4일자)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는 해당 펜션에는 장 전 회장도 가끔 들러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저기 문어발

장 전 회장 일가의 재기 움직임은 호정씨가 운영 중인 한 회사의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정씨는 건설·레저·숙박·음식·영농·무역 등 광범위한 분야를 영위하는 ㈜고합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장 전 회장이 이끌고 있는 고려학술문화재단의 사무실 바로 옆에 ㈜고합홀딩스의 사무실도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무실이 위치한 서초동 오퓨런스빌딩은 법조타운 핵심요지인 법원·검찰청 정문 앞 대로변에 있는 요지 중의 요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고합그룹은?>

▲1966년 고려합섬 설립
▲1970년 ㈜해피론 설립
▲1982년 고합상사 주식회사로 사명 변경, 고려종합화학 설립
▲1988년 TPA 사업 진출
▲1992년 대북 및 북방 사업 진출
▲1994년 고합물산 내 의료사업부 신설
▲1995년 의류브랜드 '예씽' 론칭
▲1998년 워크아웃 기업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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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