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택' 기다리는 '박근혜 사람들'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1 08: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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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없다더니 초심 버리고 '보은인사' 어디까지?

[일요시사=정치팀]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겠다며 대선공신들을 인선에서 대부분 배제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실험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대선공신들의 불만만 극에 달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최근 대선공신들을 적극 발탁하며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그동안 오매불망 박 대통령의 '간택'만을 간절히 기다려왔던 인사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간택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들의 면면을 <일요시사>가 꼼꼼히 살펴봤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초기 인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시기,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이었다. 대선 때 고생했던 캠프인사들을 챙겨달라는 일종의 인사청탁이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곧바로 "이러려고 저를 도우셨던 거예요?"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고자 한 박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다. 인사권은 대통령이 가진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권한 중 하나다. 하지만 역대 우리나라의 대통령들 중 인사와 관련해 합격점을 받은 인물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낙하산 근절
인사 합격?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대선공신들을 중용하다 '측근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측근 참모들을 돌아가면서 기용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인사'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PK 인사'로 임기 내내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인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고자 했던 것은 이 같은 전임 대통령들의 인사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 격'이 됐다.


인사청탁을 막겠다며 인선기간 거의 칩거하듯 하며 실시한 이른바 '밀봉인사'는 인수위 기간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덕분에 박근혜정부는 취임 100일 만에 고위공직자 중 14명이 낙마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공공기관장 대거 교체부터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권초기 홀대 받던 대선공신들 기대감 증폭

특히 밀봉인사로 박 대통령이 인선을 혼자 결정한 격이 되면서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은 모두 박 대통령이 짊어져야 했다. 인사파동이 한창일 때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0%대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당내에선 '밥 지은 사람 따로 있고 밥 먹는 사람 따로 있다'는 대선공신들의 불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선거 때 전혀 역할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장·차관이나 청와대 요직을 모두 꿰찼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이 끝난 후 대선 승리에 기여한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해 놨다가 나중에 반드시 자리를 챙겨줬던 이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신들은 서운함을 넘어 서러움을 느낄 정도다.

그랬던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최근 크게 달라졌다. 대선공신과 측근들을 대거 기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을 향한 '토사구팽'이라는 비판은 불과 며칠 사이에 '친박독식' '논공행상'이라는 비판으로 바뀌었다.

토사구팽
논공행상

박 대통령이 최근 들어 인사에 관한 기본 원칙을 바꾼 것을 놓고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대선 공신 홀대론에 대한 당내 반발이 심해지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이념과 지역을 넘어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방대한 대선조직을 꾸렸었다. 때문에 이전 정권들과 비교할 때 인선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졌지만 공급을 오히려 줄였으니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 전 정권과 비교하면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대선 후 바로 총선이 있어 의원직 공천이라도 골고루 나눠 줄 수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는 임명직 외에는 보상할 길이 없었다. 이렇게 대선공신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되기 시작하자 결국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막상 국정운영을 해보니 측근을 배제한 참모진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대선기간 호흡을 맞춰온 대선공신들을 다시 찾게 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논공행상이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이 보유한 인재풀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시한 인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처음부터 박 대통령이 계획한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수위에서 자리를 맡는다 해도 영양가가 없고, 정권 초기 대선공신과 측근들을 대거 임명해 괜한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임기 초반에는 대선공신들을 인선에서 배제한 후 어느 정도 정권의 자리가 잡히자 뒤늦게 논공행상을 시작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인사권은 주위 인사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가장 큰 무기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박 대통령이 인선 스타일을 크게 바꾸면서 박 대통령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던 인사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져가고 있다. 곧 공공기관장이 대거 교체 될 예정인데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꼭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리 하나쯤 만들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등 대선공신이었던 이재오 의원의 경우는 총선에서 낙선한 후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다소 생소한 자리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박영준 국무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권익위원장이 뭐 하는 자리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신설된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후 실세부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인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엔 누가 있을까? 우선 박근혜정부 출범 후 인선 때마다 제일 먼저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이 있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장, 한광옥 전 국민대통합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는 한때 유력한 총리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김 전 위원장은 총리직이 불발된 후에도 각종 주요 인선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기간 경제민주화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경제민주화 화두를 민주당보다 먼저 선점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기간 박 대통령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에 대한 인선이 끝까지 불발 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곤혹스럽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가천대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꾸준히 하마평
언젠간 돌아온다

안 전 위원장 역시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다. 안 전 위원장은 강직한 검사 이미지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었다. 안 전 위원장의 영입은 박 대통령의 절묘한 '신의 한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안 전 위원장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안 전 위원장 역시 박근혜정부 초기 내각 구성에서 총리를 비롯해 법무부장관, 감사원장 등 하마평이 잇따랐었다. 안 전 위원장은 현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광옥 전 국민통합위원장 역시 주요 요직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한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동교동계 출신으로 수십년간 민주당에 몸담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의 깜짝지지는 박 대통령의 호남 유권자 공략에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후 새누리당 출신 대선후보로는 최초로 호남에서 1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박근혜정부에서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인사 명분으로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전망이 무성했다.

대선공신 귀환에 이내 사라진 '친박 홀대론'
'토사구팽' 비판하다 '친박독식' 비판 직면

한 전 위원장은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내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의 대선기여도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자리라는 지적이 많아 추가로 다른 요직에 인선될 가능성이 있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인선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킬 좋은 카드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한화갑 전 의원과 김경재 전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도 주요인선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상임고문의 경우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어떤 자리로든 입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 고문의 경우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를 만들어 돌풍을 일으켰지만 공천헌금과 관련한 비리혐의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 이에 대해 서 고문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정부 인선 초기 그가 인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때문에 앞으로의 인선에서 서 고문이 빠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선캠프에서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와 이준석 전 비대위원,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 변추석 전 선대위 홍보본부장 등이 역시 각종 자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 승리의 주역들이지만 아직 대통령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최근 30년 가까이 봉직한 중앙대에서 명예퇴직하면서 입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인재풀 한계
보은으로 마무리

이 전 교수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맡아 4·11 총선의 승리를 이끌었으며 비대위 체제가 대선 체제로 전환된 뒤에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도왔다.

지난 대선 당시 이 전 비대위원과 손 위원장의 활약도 누구보다 지대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청년층에서 3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사람이 새누리당에 젊은 이미지를 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 4·24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유력한 공천 대상자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실제 출마에 나서진 않았다.

변 전 홍보본부장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이름 초성인 'ㅂㄱㅎ'과 스마일 이모티콘, 토크를 상징하는 말풍선이 결합된 대선 PI를 내놓아 반향을 일으켰다. 변 홍보본부장은 당초 청와대 인선에서 홍보수석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었다.

박선규 전 새누리당 대변인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박 대통령 측의 간곡한 요청으로 새누리당 대선경선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차기 당대표 도전설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에서 당대표를 역임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밖에도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 대변인단의 안형환ㆍ정옥임 전 의원 등 박 대통령의 임명장을 기다리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은 실정이다. 취임 초 보은성 코드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박 대통령의 보은인사가 어디까지 향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청와대로 집중되는 요즘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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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