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내나라 호국 · 안보여행 ②연천안보관광

분단의 현장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다

해마다 6월이면 생각나는 한국전쟁.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수식어는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을 말해주고, 남과 북을 가로막은 철책과 지뢰, 군부대로 상징되는 DMZ(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의 아픔을 여실히 보여준다.

 

호국 얼 찾아가는 뜻 깊은 안보여행


애잔한 역사를 품은 비극의 땅이지만, 마냥 슬프지는 않다. 안보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걸음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 북부의 연천으로 떠나는 안보관광은 철책 너머로 손에 닿을 듯한 북한이 한눈에 들어오는 승전OP(Observation Post, 초소)에서 시작된다.
승전OP는 철원이나 고성 지역에 설치된 여행객을 위한 전망대와 달리 육군 25사단이 북한군의 활동을 관측하기 위해 운용하는 최전방 관측소다. 그러다보니 망원경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국군 관측소와 북한군 관측소의 거리가 750m에 불과해 북한 땅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북녘의 산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전쟁 흔적 오롯한
호국 숨결의 땅

승전OP 앞으로 남방한계선의 철책이 길게 늘어섰고, 2km 북방에 휴전선이라 부르는 군사분계선이 있다. 군사분계선 앞에는 태극기와 유엔기가 꽂힌 GP(Guard Post, 휴전선 감시초소)가 있고, 북쪽으로 2km 지점에 북방한계선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 사이에 국군과 북한군의 관측소와 초소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사소한 움직임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확 트였고, 개미 기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철책 주변은 흔히 볼 수 있는 시골풍경과 다르지 않다. 나지막한 산자락이 파도처럼 이어지고, 잡초가 우거진 넓은 들이 펼쳐진다. 한국전쟁이 사람들의 왕래를 막아놓았을 뿐, 생명의 자유로운 움직임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루와 산양 같은 동물이 뛰어다니고, 독수리와 참매 등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희귀한 식물들이 자생한다.

 

철조망에 걸린 희망의 메시지./승선OP를 알리는 지형도.


민통선 안에서 농번기를 맞아 분주하게 모를 가꾸고, 밭을 일구는 농부들이 보인다. 풍경만 보면 남과 북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과 다르지 않아 언젠가는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아직은 남과 북이 마주하고 있기에 군인들이 24시간 경계 임무를 수행한다. 승전OP의 감시 망원경으로 북한 초소와 북한군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감시 중이다. 우리 땅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낯선 풍경이 안보관광에서 접할 수 있는 선물이다.


안보관광을 할 때 지역에 대한 설명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어디가 북한 땅인지, 멀리 보이는 건물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휴전선과 너른 평지, 중첩되는 산자락이 전부다. 하지만 승전OP 내 전망대에 마련된 지역 모형도를 보며 담당 군인의 설명을 듣고 나서 주위를 바라보면 느낌이 다르다. 내가 보는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어느 것이 북한군이 국군을 관측하는 초소이며 북한군이 주둔하는 부대인지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북녘을 바라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훨씬 많고,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 절로 실감 난다.

 

1·21무장공비 침투모습을 재현한 모형물. / 6·25전쟁 당시 사용했던 총알.

승전OP 다음으로 방문할 곳은 1·21무장공비침투로다. 1968년 1월17일 밤11시 북한군 민족보위성 정찰국 124군 소속 김신조를 포함한 무장공비 31명이 남방한계선을 넘어 침투한 곳이다. 이들은 한국군 복장에 수류탄과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1월21일 서울에 잠입, 청와대와 주요기관을 폭파하고 요인을 암살하고자 했다.
그러나 19일 오후 9시경 파주시 법원리에 거주하는 나무꾼이 신고하여 군경 합동으로 소탕 작전이 펼쳐졌다. 이들은 세검정고개 자하문을 통과하려다 근무 중이던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아 정체가 드러나자,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총을 난사해 많은 경찰과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다. 세검정 일대에서 사살 29명, 도주 1명, 생포 1명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1·21무장공비침투로는 무장공비가 침투한 구간을 걸으며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이곳에 주둔한 미군 2사단 방책선 경계부대가 설치한 경계철책과 철조망을 뚫고 침투하는 무장공비의 모형물이 전시됐다. 경계철책에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희망리본이 가득 달려 있어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연천은 낭만적인 여행길은 아니지만, 민족의 상처와 아픔 위에서 더욱 건강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여행지다. 가까이 보이는 북녘 땅, 남북을 가로지르는 휴전선을 바라보며 가슴과 머리를 맞대어 우리에게 주어진 어려운 숙제를 풀고 희망을 이야기해보자.

승전OP 인근에는 경순왕릉, 호로고루 등 역사 유적지가 있다. 경순왕릉은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978)의 능이다. 백제의 잦은 침입과 각 지방 호족들의 할거로 국가기능이 마비되는 상태에 이르자, 경순왕은 고려에 평화적으로 나라를 넘겨주고 왕위에서 물러났다. 고려 왕건의 딸 낙랑공주와 결혼했고, 고려에서 태자보다 높은 정승공에 봉해지기도 했다.

 

발걸음마다 역사와 문화 숨결 가득



아픈 역사 위
여름이 익어가네

경순왕이 세상을 뜨자 신라 유민들이 경주에서 장례를 치르려 했으나, 고려 조정에서 “왕의 관은 100리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하여 현재 위치에 장례를 지냈다. 경순왕릉이 신라의 왕릉 중에서 유일하게 경주를 벗어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능의 존재가 잊혔다가, 조선 영조 23년(1747년) 후손들이 왕릉 주변에서 묘지석을 발견해 조선 후기 양식으로 재정비되었다.

경순왕릉 전경.

고구려의 방어성곽인 호로고루성.

 

호로고루는 임진강에 위치한 고구려의 성곽이다. 평지에 설치한 성곽으로 남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삼각 형태가 이채롭다. 성곽이 위치한 고랑포 여울목은 임진강 하류에서 처음 만나는 여울목으로, 배를 이용해야 건널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호로고루는 고구려가 임진강 방어선을 관장하는 국경 방어 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승전OP에서 전곡 방면으로 가다 보면 고려 태조를 비롯해 현종, 문종, 원종의 위패와 고려시대 공신 16명의 위패를 모신 숭의전이 나온다. 해마다 고려의 네 왕과 16공신에게 제향을 지내는 곳이다. 입구에는 ‘어수정’이라는 우물이 있는데, 태조 왕건이 그 물을 즐겨 마셨다고 한다.
한탄강 주변에 있는 연천 전곡리유적도 들러볼 만하다. 우리나라 구석기시대 유적을 대표하는 곳으로, 1978년 주한 미군 병사가 그때까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발굴되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유적지가 되었다.

 

선사박물관 안의 모습./선사시대 움막.

 

유적지에는 토층 전시관과 움집, 선사시대 야외 체험관 등 구석기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설이 갖춰졌다. 유적지 내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인류의 진화 과정, 선사시대의 자연환경, 구석기시대의 예술 등 구석기시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 여행정보 -

 

 당일 여행 코스

 승전OP→1·21무장공비침투로→경순왕릉→호로고루→숭의전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승전OP→1·21무장공비침투로→경순왕릉→호로고루→숭의전
 ▲ 둘째 날 : 연천 전곡리유적→한탄강유원지→재인폭포→허브빌리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연천군 문화관광 www.iyc21.net에서 ‘문화관광’ 클릭
 ▲ 연천 전곡리유적 031-832-2570, www.goosukgi.org
 ▲ 전곡선사박물관 031-830-5600, www.jgpm.or.kr

 문의 전화
 연천군청 문화관광체육과 관광팀 031-839-2061

 대중교통 정보
 승전OP와 1·21무장공비침투로는 대중교통으로 돌아볼 수 없으니,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자가운전 정보
 ▲ 자유로→문산 IC→37번 국도→장남교→경순왕릉→승전OP
 ▲ 의정부→동두천→한탄강다리 건너기 전 좌회전→37번 국도 문산·적성
     방면→적성→장남교→경순왕릉→승전OP 

 숙박 정보
 ▲초성모텔 : 청산면 청신로, 031-835-2610(굿스테이)
 ▲조선왕가 한옥호텔 : 연천읍 현문로, 031-834-8383, www.royalresidence.kr(한옥에서의 하루)
 ▲허브빌리지 클럽플로라 : 연천군 왕징면 북삼로20번길, 031-833-3322, www.herbvillage.co.kr

 식당 정보
 ▲ 언덕너머매운탕 : 쏘가리매운탕, 군남면 솔너머길, 031-833-0447
 ▲ 하남식당 : 매운탕, 전곡읍 선사로, 031-832-0625
 ▲ 고려가든 : 손두부버섯전골·버섯불고기, 미산면 숭의전로,
  031-835-5464, www.goryogarden.co.kr
 ▲ 망향비빔국수 : 비빔국수·만두, 청산면 궁평로, 031-835-3575

 축제와 행사 정보
 DMZ민통선예술제 : 2013년 6월 6~30일, 학곡리 평화누리길
 031-835-2859, www.sj-gallery.com 

 주변 볼거리
 태풍전망대, 열쇠전망대, 허브빌리지, 한탄강유원지, 동막골유원지, 재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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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