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들' 고위공직자 병역면제 실태 완전공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05 17: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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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군대 보낸 부모는 죄인"

[일요시사=정치팀] 대한민국에선 아들 군대 보낸 부모들이 죄인이란 말이 있다. 북한의 안보위협이 한창 고조되던 시기 아들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마음을 졸였지만, 정작 강경대응을 외치던 고위공직자들의 자녀들 중 상당수는 병역을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따져 볼수록 열불 나는 고위공직자들의 병역면제 실태를 <일요시사>가 공개한다.



병무청이 지난달 30일 현정부의 장차관급 공직자와 19대 국회의원 등 4급 이상 전체 고위공직자 본인 2만8251명, 직계비속 1만8663명 등 4만6914명의 병역이행 실태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분석해보면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115명 중 14명(12.2%)이 질병과 생계곤란 등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주된 질병은 근시, 폐결핵, 선천성 운동장애 등이다. 나머지 101명(87.8%)은 현역이나 보충역으로 병역을 마쳤다.

수상한 면제

면제 지도부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114명 중 97명(90.7%)은 현역이나 보충역 복무를 마쳤거나 입영대기 중이다. 7명은 징병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직계비속 중 10명은 군대에 가지 않았다. 이 중 6명은 척추, 외과, 수치성 질환 등으로, 4명은 이민과 국적상실 이유로 면제됐다. 여기까진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상을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로 좁혀보면 이상하게도 병역면제율은 크게 높아진다.


대상자 541명 가운데 현역 복무자는 전체의 60%인 326명(장교 161명, 병사 165명)에 불과했다. 단기 병사를 비롯한 보충역과 임관과 동시에 전역하는 6개월짜리 석사장교 비현역 복무자는 23%인 124명, 군 면제자는 17%인 91명으로 분석됐다.

이들 자녀들의 현역복무비율도 또래들보다 거의 10%나 낮은 80%로 조사됐다. 1급 고위공직자 자녀 중 현역입영대상자는 506명이다. 이 중 군미필자 136명을 제외한 370명 중에는 12%(44명)가 보충역을, 8%(31명)는 면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의 80%인 295명은 현역을 마쳤거나 복무 중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일반인이 현역 처분을 받은 비율은 평균 89%다. 이들의 현역복무비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10% 가까이 낮은 것이다.

특히 1급 고위공직자 부자의 군 면제 사유로는 '질병'이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질병 중에는 양쪽 눈 시력 차가 큰 부동시나 근시 등 시력장애와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습관성 어깨탈구 등이 많았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 같은 질병은 과거 병역기피 수단으로 자주 악용된 질병들이다. 게다가 박근혜정부 장차관 중 13명이 군 면제자였으며 모두 질병을 사유로 댔다.

또 장차관의 2세 중 13명이 역시 군대에 안 갔는데 9명(69%)이 질병을 사유로 들었다. 2011년 제2국민역(면제) 판정을 받은 일반인 2만1916명 중 질병을 사유로 면제받은 인원이 6214명(2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이들의 병역면제 사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황당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두드러기 일종인 만성 담마진으로 면제받았는데, 2002∼2012년 징병검사를 받은 365만9651명 중 같은 병으로 면제받은 이는 4명에 불과하다.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세 아들은 모두 면제받았는데 이유는 고령 및 해외거주, 국적상실이 사유였다.

첫째와 둘째 아들은 각각 이민과 해외체류를 이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했다가 고령으로 면제받았고, 막내아들도 해외체류를 이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한 뒤 2002년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 그러나 현재 박 차관의 아들 셋은 모두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새 정부 장·차관급 공직자 14명 군대 안가
19대 국회의원 병역면제율 공직자보다 높아


또 1급 고위공직자 중 국회의원들만 따로 살펴보면 19대 국회의원 중 병역면제자는 4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병역 대상자의 18.4%에 해당하는 수치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병역의무자는 여성 45명을 제외한 255명이다. 군대에 가지 못한 이유로는 수형이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질병 17명, 장기대기 5명, 고령 3명, 탈북자 1명, 무학 1명, 국졸 1명 등의 사유였다.

소속정당별로는 민주당이 26명으로 면제율 25.2%를 나타내 가장 높았다. 이어 새누리당 20명(14.5%), 진보정의당 1명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구속돼 옥살이를 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한편 질병으로 면제를 받은 17명 중 김용익 의원은 척추회백질염후유증, 김장실 의원은 중이염, 김재경 의원은 우슬관절운동장애, 김정록 의원은 절단하퇴부, 김회선 의원은 근시, 박원석 의원은 견갑관절의습관성탈구, 이만우 의원은 결핵폐활동성, 이완영 의원은 심실중격결손증, 조해진 의원은 수핵탈출증, 홍일표 의원은 만성간염으로 각기 병역에서 면제됐다.

최동익 의원은 소아마비, 이상민 의원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면제 받았고, 정의화 의원은 질병명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시됐다. 이강후, 이현재, 신동우, 문병호 의원은 무종(재신검 대상)으로 각각 병역을 면제받았다.

또 여야 양당은 최근 지도부 구성을 마쳤는데 의원 본인과 자녀들의 병역면제 비율이 높아 이 역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황우여 대표는 해군 대위로 만기전역했지만 장남 황모세씨는 육군 이병으로 소집해제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본인이 육군 일병으로 소집해제하고 장남 최규형씨는 만성폐쇄성질환으로 지난 2005년 5급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홍문종 사무총장의 경우는 본인이 육군 이병으로 전역했고 두 아들은 현역병입영대상자지만 아직 군대에 가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지도부 가운데 김세연 제1사무부총장이 육군 이병으로 전역했으며, 정우택 최고위원은 본인은 공군 일병 소집해제, 장남 정태오씨는 육군 이병 전역했다.

민주당의 경우는 새누리당보다는 양호하지만 전병헌 원내대표의 장남인 전민씨가 공익근무요원이다. 전 원내대표 본인은 육군 중위로 전역했다. 김한길 대표에게는 병역대상인 아들이 없긴 하지만 어찌됐든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자녀 중 현역은 단 한명도 없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병역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와 인사검증의 강화로 예전보다는 고위공직자와 2세의 병역이행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며 "고위공직자들이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의 허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좀 더 철저한 감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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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