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금배지 내던지고 시장 탐내는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05 17: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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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박심' 심는다던데 나도 한자리 해볼까?"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2014년 치러질 제6대 지방선거가 6월4일을 기점으로 정확히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군들이 자천타천으로 이미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후보군 중 상당수가 현역 국회의원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임기는 아직도 3년이나 남아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1년이나 남은 제6대 지방선거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데다 1년이란 기간이 선거를 준비하기엔 짧다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선거에 출마할 예상후보자들이 이미 거론되고 있고, 출마예상자들은 지역에서 표밭을 다지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한창이다.

출마 예상자
물밑 선거운동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상자 명단에는 자천타천으로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돼 있어 정치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제19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아있다. 출마예상자 명단에 거론된 의원들 중 일부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확실히 선을 긋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지방선거의 판세를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용감하게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우선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 등 이른바 수도권 빅3지역 예상출마자를 살펴보면,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재선 도전의사를 확실히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박 시장은 이미 여러 단체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몽준 의원 등이, 또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아직까진 박 시장을 견제할 이렇다 할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의 경우 정치권에선 '대선가도'로 통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어 많은 정치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자리다. 따라서 막상 선거일이 다가오면 유력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던질 가능성이 농후해 박 시장으로서도 마냥 방심할 수만은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물밑경쟁 벌써부터 치열
시도지사 행정경험, 큰 정치인 성장 밑거름

서울과 함께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유권자수를 자랑하는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김문수 경기지사의 3선 성공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2014년 당권 도전을 거쳐 2017년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김 지사가 일단은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김 지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유 장관은 3선으로 과거 김포시장과 농림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이 있어 행정경험에서도 김 지사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데다 출마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개연성이 크다. 유 장관은 현재 국회의원직을 겸직 중이다.

이밖에도 당내 쇄신파로 불리는 5선의 남경필 의원도 유력한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 의원은 과거에 이미 도지사 도전의사를 밝혔다 포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유시민 전 의원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패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김진표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당시 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에서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김 의원으로 단일화가 됐다면 김 지사를 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김 의원은 사실상 출마의사를 굳힌 상태다. 여기에 5선의 이석현, 4선의 원혜영, 3선의 박기춘, 이종걸 의원 등도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선 긋거나
침묵하거나

역시 수도권 빅3지역인 인천시장의 경우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현 시장이 재선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조심스럽게 출마를 타진하고 있으며, 신학용 의원도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시장직을 탈환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이학재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이 예상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빅3 외에도 이른바 특정정당의 깃발만 꼽으면 당선된다는 지역에선 지방선거를 향한 열기가 더욱 뜨겁다. 일례로 부산시장선거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피 튀기는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만 10여 명 안팎이,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5∼6명의 인사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장선거는 허남식 시장이 이미 3선 고지를 달성해 연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람은 4선의 서병수 의원이다. 그는 최근까지 당 사무총장직을 맡아왔다. 서 의원은 부산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공연히 알리며 부산의 친박계 모임인 포럼부산비전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서 의원 외에도 김정훈 의원은 올 초부터 부산지역 행사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표밭 다지기에 열성을 보이고 있으며, 유기준 의원 역시 부산시장 선거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국회부의장을 지냈던 정의화 의원, 이진복, 박민식, 김세연 의원 등이 부산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역 텃밭
내부 경쟁 치열

민주당에서는 영남권 유일의 민주당 3선이라는 이력을 가진 조경태 의원이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조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의 탄생은 무척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44%를 득표하며 선전한 바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텃밭인 전남의 도지사 자리를 놓고는 민주당 의원 간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이낙연 의원과 주승용 의원은 이미 지사직 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직 자리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 모두 긴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6월 전남도지사 선거 출마 여부 등 향후 정치행보를 묻는 질문에 대해 "10월 재보선 결과 등을 지켜본 뒤 올 연말쯤부터 움직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박 의원이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의원 측은 문제가 커지자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당권 도전 등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전남지사 선거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호남의 정치1번지 광주시장 선거를 놓고는 민주당 의원들끼리의 뒷거래설도 나돌았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민주당의 5·4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경선에 나선 광주 출신의 강기정, 이용섭 의원이 단일화 추진의 조건으로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는 쪽에 광주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로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는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는 지역이다.

너도나도 출마, 대규모 재보선으로 이어질까?
총선 때 지역주민과의 약속은 '나몰라라'

이외에도 전국 각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출마설이 들리는 현역 의원들은 한 둘이 아니다.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들까지 모두 합칠 경우 현역의원 중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인사가 5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물론 지방선거까진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있기에 거론되는 후보 가운데 대부분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현역의원들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어렵게 단 금배지를 버리고 지방선거에 도전하려는 것일까?

의원들이 시도지사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역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지만 중진쯤 되면 보다 큰 영역에서 행정권을 집행하고 싶은 정치적 야심이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시도지사로 재직하게 되면 행정경험을 쌓고 폭넓은 지지기반도 마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리더십을 검증받고 지명도를 쌓다보면 자연스럽게 큰 정치인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현재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들에 친박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려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선 유독 현역의원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래도 박 대통령의 인맥은 여의도 정치에 많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진정한 박심을 각 자치단체에 포진시키기 위해서는 의원 출신들을 공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잃을 것 없다

게다가 의원들로서는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다 공천 등에서 탈락하면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설사 공천돼 끝까지 선거를 치르더라도 의원직을 버릴 필요는 없다. 선거 과정에서 일정 득표율을 얻는다면 선거비용의 전액 환수도 가능하다. 다만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일각의 비판여론은 부담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다수의 현역의원들이 다음 지방선거에 뛰어들면 또다시 대규모 재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약이행도 사실상 요원해진다. 지역발전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관계자는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 같은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임기 내에는 다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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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