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전방위 수사 둘러싼 '음모론' 셋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03 14: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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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서 '직접' 지시했다?"

[일요시사=정치팀] CJ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미 검찰에 포착된 범죄 혐의만으로도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CJ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정·재계에서는 난데없는 '음모론'이 대두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수사에 점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저인망식 수사다. 검찰은 CJ그룹 본사와 제일제당센터, CJ경영연구소 등 CJ그룹의 핵심 컨트롤타워를 모두 압수수색한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했다.

법원이 대기업 총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준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정·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혐의가 이미 상당부분 입증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난데없는 음모론
이유는 뭘까?

이 회장은 홍콩,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CJ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세금을 빼돌리고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이 회장이 직접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정황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의 총수가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역외탈세라는 수법까지 사용했다면 이는 분명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정·재계엔 CJ 수사를 놓고 난데없이 각종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미 지난 2008년 검찰수사가 끝난 사안이 왜 지금에 와서 다시 수사가 진행된 것인지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다. 사실 CJ 비자금 의혹은 이미 지난 2008년에 마무리된 사건이었다.

당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고 있던 CJ 재무팀장 이모씨가 살인청부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던 도중 이 회장의 차명재산 수천억원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차명재산에 대해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재산이라며 1700억원의 상속세를 자진납부 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됐다.

박근혜정권 '재벌 길들이기'부터 '삼성배후설'까지…
5년 전엔 눈감아주더니…난데없는 음모론에 당황한 검찰

그동안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인지수사'를 한 전례가 없었음에도 유독 CJ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인지수사에 착수한 것도 의문이다. 특히 CJ 비자금 사건은 이명박정부 실세들과 깊숙이 관련된 사건이다.

지난 2008년 CJ 비자금 수사가 유야무야되는 과정에서 이명박정부의 실세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었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서 당연히 그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검찰은 이명박정부 당시 세무조사 외압 의혹까지 정조준하고 나섰다.



정치적 폭발성이 강한 사안을 검찰이 단독으로 이처럼 속도전을 펼치며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윤대진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손꼽히는 특수통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다. 검찰이 굳이 윤 검사가 있는 특수2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도 이른바 'CJ 죽이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음모론이다. 이처럼 이번 CJ 수사는 우연히 이뤄진 수사라고 보기에는 여기저기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CJ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일까? 현재 CJ 수사와 관련돼 거론되는 음모론은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된다.

박근혜 직접 지시?
or 암묵적 동의?

첫 번째는 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설'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치적으로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검찰이 단독으로 속도전을 펼치며 수사하기는 힘들다.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 CJ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그 무엇도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수사에 착수한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6차례나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것도 아주 대대적이었고 치밀했다. 21일 CJ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은행, 증권사 등을 쉴 새 없이 뒤지고 있다.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의가 없다면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말 박 대통령이 이번 수사를 직접 지시 또는 최소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나돌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이번 CJ 비자금 수사를 통해 친이계 실세를 겨냥하고 있다는 설이다. 이재현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해왔다.

CJ 비자금 수사가 지난달 21일 시작된 것을 두고는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있다. 지난달 21일은 윤창중 사태로 한창 시끄러운 시점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윤창중 파문으로 방미 성과는 모조리 날아갔고 책임론에 휩싸여 궁지에 몰려있었다. 국면전환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얘기다.

CJ 비자금 수사가 '재벌들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도 있다. CJ는 제과와 제빵, 음식점, 커피숍 등을 주력으로 하는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논란을 빚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 CJ를 희생양으로 본보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CJ는 그동안 CJE&M의 tvN 채널을 통해 정치풍자를 강화하면서 보수진영의 심기를 거슬러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대선기간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tvN 채널에서 방영하는 <여의도텔레토비>에 대해 특정후보, 즉 박근혜 후보를 비하하고 욕설이 난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CJ는 재벌 군기잡기 본보기용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실제로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지난주 <글로벌텔레토비(구 여의도텔레토비)>가 결방되기도 했다. 또 CJ가 영입한 MBC 출신 최일구 앵커가 진행할 예정이던 tvN <최일구의 끝장토론>이 이례적으로 첫 방송 바로 전날 방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처럼 CJ 비자금 수사에는 박 대통령의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음모론이다.

'삼성 배후설'
CJ 극렬 반발

두 번째로 회자되는 음모론은 이른바 '삼성 배후설'이다. CJ 측도 이번 비자금 수사의 배후로 삼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CJ의 몇몇 관계자들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공연히 삼성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측 관계자들은 구체적으로 삼성 측의 누가 움직인 것 같다는 정황까지 제기하고 있다. 물론 확증은 없어 비보도를 원칙으로 털어놓는 이야기지만 CJ는 이번 수사는 삼성의 철저한 보복이라고 이미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재현 회장은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의 아들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현재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상속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비록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이맹희 전 회장 측이 항소하며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어가려 하자 CJ그룹 비리와 관련한 핵심 단서들을 수사기관에 제보함으로써 보복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소문은 작년 'CJ그룹 회장과 정부 인사에 대한 정보보고'라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은 CJ비자금 공략을 통해 CJ가 장기 소송전을 이끌 동력을 소진시키려 한다는 것이 삼성 배후설의 주요골자다.


음모론은 CJ의 물 타기? '역음모론'
거침없는 검찰 수사, 칼날 어디까지?

세 번째는 중수부 폐지 등 개혁대상으로 지목되며 궁지에 몰린 검찰이 명예회복용으로 선택한 카드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이번 CJ에 대한 수사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검찰이다. 그동안 검찰은 떡검, 섹검, 벤츠여검부터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파문까지 각종 논란을 겪으며 궁지에 몰렸었다. 결국 올해에는 중수부가 폐지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사실 대기업에 대한 수사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내고 또 검찰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CJ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인해 검찰은 그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특히 검찰의 이러한 행보가 다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평소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외치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기조와 딱 맞아떨어지는 이번 CJ 비자금 수사에 대해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또 국정원 사건에서 보듯 자칫 섣부른 수사외압을 가했다간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처럼 CJ 수사와 관련한 음모론이 확산되자 검찰은 무척 당황한 기색이다. 최근에는 "음모론은 모두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내사를 통해 단서가 나와 수사에 착수한 것뿐"이라며 적극적으로 음모설 차단에 나선 모습이다.

음모론 확산
난감한 검찰

이와 관련 일각에선 오히려 음모론의 확산은 'CJ의 물타기' 시도가 아니냐는 이른바 ‘역(逆)음모론’을 내놓기도 했다. 이 회장 일가가 구속 위기에까지 처하자 반전을 위해 무리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정부 하에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 잘못된 것이지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음모론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CJ 수사와 관련해 이처럼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도 거침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미 한번 빼든 칼이기 때문에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야 그간 실추된 체면치레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검찰의 칼날은 어디까지 향하게 될까? 정·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하수상한 시절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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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