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신종업소가 등장한 초기만 해도 ‘여성들이 키스만 해주는 데 많은 남자들이 가겠냐. 특정 마니아층만 선호할 뿐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고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다. 초창기의 키스방은 일부 미성년 가출 소녀들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던 것만큼 ‘공급자’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특히 아무리 집창촌 성매매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입술’만큼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더 공급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최근 키스방 업계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일고 있다. 그 변화를 집중취재했다.
실제 키스방에서 일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실제 여대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키스방을 거쳐서 대딸방과 안마업소 등 본격적인 성매매 업소로 진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키스방이 성매매 여성이 되기 위한 ‘전초 기지’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생각보다 그 확산 속도가 빠르고 남성들의 선호도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향후 대딸방 수준의 광범위한 ‘변태 성행위 조장 업소’로 성장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키스방은 매우 ‘자생적인(?)’ 한국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노래방이나 전화방 등이 일본의 문화가 수입된 것이라면 키스방은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토종 변태 업소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엔
‘얼마나 가겠어?’
키스방의 ‘본류’는 가출 청소년들의 ‘키스알바’였다. 성매매를 하기는 힘들고 돈은 벌어야 했던 일부 가출 청소년들이 성인남성들에게 키스를 해주면서 몇 천원에서 몇만원 수준의 적은 돈을 벌어왔던 것이다.
때문에 애초 키스방은 많은 한계를 가진 것처럼 여겨졌다.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자극해주는 유사 성행위조차 없었다. 모든 ‘마무리’는 남성들이 스스로 해결을 해야 했고 여성들은 고작 키스만 해줄 뿐이었다. 보다 광범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단초가 쉽게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여성들이나 남성들이나 직접 침이 닿는 것 자체를 매우 불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고 입으로 성병이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런 이유로 ‘키스방’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생겼을 당시만 해도 남성들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키스방 갈 돈 모아 차라리 대딸방이나 가라’ ‘서비스가 무성의해 내상을 당했다’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최근 키스방의 변모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이러다가는 대딸방에 이어 국민 변태업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할 정도다. 우선 가장 극적인 변화는 키스방이 현재 호황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예약제인 이들 업소는 심야시간이 넘어가면 거의 ‘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키스방을 이용해봤다는 이모(29)씨는 “내가 예약했던 시간은 새벽 1시였다. 그런데 그 이전 시간과 이후 시간이 ‘예약 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호황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라고 말문을 꺼냈다.
이씨는 이어 “초창기에는 이렇게 호황을 이루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해당 스태프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도 당황할 정도로 손님이 많아졌다고 한다. 보통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내가 갔던 당일에는 남자 손님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키스방이 갑자기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업계에선 경제위기가 최대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성들이 키스방을 이용할 때 내는 돈은 35분에 4만원. 기존의 대딸방이 7~8만원, 안마시술소가 16~18만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키스방 거쳐 대딸방 찍고 안마업소 ·유흥업소 진출 러시
예약제 업소들 심야시간 넘기면 문전성시 호황세 가속화
4만원 짜리 키스방 찾는 마니아 급증…자플도 마다 안해
키스방 단속 법적근거 미약, 변태 성행위 조장 우려 높아
물론 비용이 저렴한 만큼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갑이 얇아진 남성들은 시간에 구애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적은 돈이라는 변수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이곳에선 특히 여성들이 남성의 성기를 자극하지 않고 남성들이 스스로 ‘자플’(자위)을 해야 한다. 이 점도 초창기에는 약점으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것이 강점이 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비용이 싸기 때문에 자플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여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이곳에선 7만원 정도의 비용이면 두 명의 여성과 동시에 키스를 즐길 수 있다. 그룹섹스는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분위기를 낼 수 있고 흥분의 강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는 점도 남성들을 유혹하는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험을 했다는 직장인 이모(34)씨는 “사실 나 같은 경우 제일 흥분하는 분위기가 바로 키스방에서 두 명의 여자를 부르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동시에 두 여자와 함께 키스를 해본다는 것은 현실에서 거의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키스방에선 단돈 7만원으로 이렇게 황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물론 직접적인 섹스도 좋지만 그렇게까지는 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 않는가. 키스방에서만 해도 충분히 흥분되고 충분히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비용이 싸니
‘자플’ 하라고?
‘공급자’가 많아졌다는 것도 키스방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 많은 여대생들이 키스방으로 급격하게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젊은 여성일수록 자신의 입술에 대해서만큼은 순결을 지키고 싶어 하는 성향을 비추어봤을 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생활고는 그러한 순결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바꾸고 말았다. 입에 거미줄을 치는 상황에서 입술의 순결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는 것. 결국 이런 절박한 인식이 많은 여대생으로 하여금 키스방을 선택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키스방의 경우 특히 직접적인 성관계가 없는 것은 물론 남성의 성기를 만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심리적인 부담을 덜 준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키스만 하는 것이기에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에도 덜 상처를 받는다는 것. 키스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박모(23·여)씨는 그것을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표현했다.
박씨는 “사실 여자들 치고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키스로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억지로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거나 성기 쪽을 애무하려는 남성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매너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어 “비매너 행위는 많이 사라졌고 남성들도 키스와 자플에 만족한다. 그런 만큼 여자 입장에선 직접적인 애무나 성행위가 없기 때문에 ‘그래도 내가 아주 나쁜 짓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고 생각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대로 방치했다간
‘국민 변태업소’ 변질
남성 손님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자 최근 키스방들은 점점 더 차별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일부 키스방에선 파트너였던 여성의 팬티를 살 수 있으며 심지어 ‘풋워십’이라고 하는 변태적인 행위를 허락하는 곳도 있다.
풋워십은 남성이 여성의 발을 애무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결국 현재의 키스방은 페티시 취향의 남성들과 일반 남성들이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페티시 클럽’은 단지 페티시 취향의 남성들만 이용한다는 점에서 키스방은 오히려 더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가씨들이 버는 돈은 얼마나 될까. 그녀들은 전체 가격 4만원에서 2만원을 가져간다고 한다. 손님 한 명당 35분마다 2만원씩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하루 다섯 명의 남자만 만나도 10만원은 너끈히 벌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한 달이면 300만원이라는 돈이 되기 때문에 여대생 알바 치고는 결코 적은 수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키스방으로 ‘화류계’에 뛰어든 여성들이 점차 ‘돈 맛’을 알기 시작해 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진다는 사실이다. 사실 손님이 계속해서 예약이 되어 있다면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일하면 하루에 3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업소의 ‘에이스’여서 하루 종일 일을 할 수 있다면 한 달에 500만원도 너끈히 벌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는 돈도 많아지게 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입술에서 시작한 여성들은 드디어 손으로 남성의 성기를 잡게 되고 결국에는 직접적인 성관계를 하게 되는 안마업소까지 진출하게 된다.
현재 키스방을 단속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유사성행위조차 없는 상태에서 과연 키스만 하는 것으로 법적인 처벌이 가능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아직 현행법상으로는 처벌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키스방을 방치해두었다가는 또다시 우리 사회에 각종 변태적인 성행위 조장이 더욱더 넘쳐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