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동성애 채팅방에선 무슨 일이…

“○○ 사이즈 맞는 파트너 찾아요”

[일요시사=사회팀] 성소수자들의 모임, 즉 동성애 채팅이 온라인서 활개를 치고 있다. 말끔하게 혹은 여성보다 더 예쁘장하게 생긴 남성들은 이 동성애 채팅방에 가입해 직접 프로필을 올리며 동성애인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로필은 선정적인 노출사진과 여장사진, 나이, 성적취향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게 돼있고, 이를 보며 동성애자들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 번개(즉석만남)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을 <일요시사>가 심층취재 했다.



훈남들이 즐비한 ‘OO코리아’라는 온라인사이트는 특별한 이들에게만 허용된 사이트다. 물론 신상정보와 취향만 공개한다면 누구든 이 사이트에 회원가입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쉽게 자신의 신원정보를 이 사이트에 공개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이 사이트는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CD(크로스드레서:여장남성),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놀이터다. 사이트 성향과 맞게 당연히 19세 미만은 접속할 수 없는 성인사이트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성향의 애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자유 채팅방에
성소수자 바글

홈페이지를 열자 우측 길게 늘어선 채팅방에 약 30여명의 사이트 회원들이 ‘만남’을 요청한다. 서로의 지역을 묻고 성적취향을 물은 뒤 두 가지 조건이 일치하면 그들만의 은밀한 만남이 성사된다. 채팅방에서 회원들이 주고받는 번개내용은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든지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을 ‘뚱바텀(뚱뚱한 여성성향 게이)’ 훈남탑(훈훈한 외모의 남성성향 게이)‘ 등으로 소개하며 원나잇 상대 혹은 애인 찾기에 열을 올린다.

‘하이O’라는 닉네임의 한 남성은 자신의 20(나이)-168(키)-55(사이즈)를 차례로 적은 뒤 불특정 남성들과 화상채팅을 시도했다. 닉네임 ‘밤의OOO’는 “오늘 ㅇㄹ 해주실 분”이라고 쓴 뒤 원나잇 섹스에 맞는 상대를 급구하기도 했다. 여기서 ‘ㅇㄹ’은 오럴섹스를 의미한다.

왼쪽 상단에는 CD와 트랜스젠더, 쉬멜(남성 성기는 보전한 채 여성의 몸을 가진 남성)의 홍보용 프로필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사진 속 남성들은 여성을 능가하는 미모를 뽐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근육질 몸에 가발과 브래지어만 착용한 이도 있었다. 여성의 미모에 달하는 외모를 가진 남성은 거의 트랜스젠더 혹은 쉬멜이었다. 트랜스젠더는 가슴부터 성기부분까지 모두 여성과 같았고, 매끄러운 다리와 긴 머리, 능숙한 화장술을 자랑했다. 쉬멜은 풍만한 가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출 의상을 즐겼지만 아직 성전환수술을 하지 못해 하의 속옷은 노출하지 않았다.

반면 미숙한 스모키 눈화장에 거뭇거뭇한 수염을 미처 가리지 못하고 입술을 내밀며 여장남성임을 자랑하는 CD들도 있었다.


기자는 더 자세한 프로필 탐색과 동성애 채팅에 합류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시도했다. 회원가입란에는 필수항목들이 나열돼 있었다. 실명인증을 위해 성명과 나이,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야 했다. 다음에 닉네임과 이메일, 지역, 성별란이 차례로 필수항목으로 표시돼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성정체성과 성향, 키, 몸무게, 체형 등도 필수항목으로 명시돼 있는 점이었다. 채팅 사이트이기 때문에 부가적인 항목도 필수로 기재해야 했던 것이다.

게이·트랜스젠더·레즈비언 실시간 채팅
신체·성향 공개…경험없는 어린사람 우대

성정체성과 성향, 체형란에는 10여개에 달하는 종류가 있었다. 체형은 일반인들이 익히 들어봤던 용어들이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지만 성정체성과 성향을 묻는 일부 용어들은 포털사이트에 일일이 검색해야 할 정도로 이해가 어려웠다.

먼저 성정체성 종류에는 게이-레즈비언-바이(양성애)-러버(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남자)-쉬멜-CD-트랜스젠더MtoF(남자에서 여자로)-트랜스젠더FtoM(여자에서 남자로)-이성애로 나뉘었다. 

성향 또한 이해는 쉽지 않았다. 성향이란 ‘남성역할’ ‘여성역할’로 구분하는 것인데 이것은 동성애자들의 성관계시를 대비해 표현하는 것이다. 이 역시 10여개에 달하는 체위가 적혀있었고, 이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종류에는 올(양성성향)-올탑(남성성향 강함)-올바텀(여성성향 강함)-탑(남성역할)-바텀(여성역할)-오랄(구강섹스)-전천(레즈비언 중 양성성향 가능)-부치(레즈비언 중 여성성향)-팸(레즈비언 중 남성성향)-비공개-모름 등으로 이뤄졌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그들만의 은어를 해석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자는 각 필수항목 선택란에 대충 표기한 뒤 성향별 프로필 탐문에 나섰다. 게이들의 프로필이 가장 많았는데, 그들은 아무거리낌 없이 자신의 얼굴과 몸매가 드러난 노출사진을 올리며 원나잇 상대와 동성 애인을 찾았다. 지역별로는 수도인 서울이 2000여건에 이를 정도로 수없이 많은 프로필이 올라왔다.

동성애 남성으로부터 가장 많은 대시를 받은 서울에 거주하는 한 20대 남성은 이준기를 닮은 준수한 외모에 마른 체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양성성향을 갖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동성 애인을 구하고 있었다. 27세인 그는 “전 어린 분 만나고 싶네요. 어린 분만 연락 주세요. 경험 없으시면 더 좋아요. 제가 리드 할테니 걱정마시구요”라고 소개했다.


알 수 없는
그들의 은어

높은 콧대에 강렬한 눈빛이 매력인 조각 같은 외모의 20대 양성애자는 혈액형과 취미, 자신 있는 부위(?)까지 노골적으로 공개하며 “가볍게 만나서 밥이나 먹고 자기도 할 친구 같은 바텀 구합니다. 연애경험은 그다지 상관없고요, 양다리고 삼다리고 다 괜찮습니다”라며 여성성향의 동성애자와의 만남을 갈구했다. 그 역시 많은 이들로부터 즉석만남을 요구하는 댓글세례를 받았다.

이 외에도 게이연인끼리 딥키스를 나누는 영상이나 사진 등 음란한 자료들을 올리는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프로필도 더러 포함돼 있었다. 

게이 프로필을 탐색한 결과 그들은 대부분 연하의 동성 애인을 원했다. 반면 뚱뚱하고 배나온 40대의 중년 남성과 잠자리를 원하는 20대 얼짱게이도 있었다. 그의 취향은 흔치 않아서 중년들의 환호댓글을 받기도 했다.
뚱뚱한 남성들도 속옷차림으로 자신의 뱃살과 성기부분을 강조했다. 근육질의 멋진 게이도 많은데 살집이 두둑하고 쳐진 몸매의 게이를 어느 누가 좋아할까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의외로 일부 게이들은 살집이 두둑한 뚱뚱한 남성만 찾아 다녔으며 특히 ‘중년에 뚱뚱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이처럼 애인을 찾고자 프로필을 홍보하는 게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지 원나잇을 위해 속옷만 착용한 채 자신의 성기크기를 자랑하는 게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왕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근육질의 남성이었고, 흰색 면 속옷이나 화려한 무늬의 속옷을 주로 착용했다. 몸매와 성기를 강조하기 위해 얼굴은 가렸고, 다리를 크게 벌리는 등 민망한 자세를 연출하며 사진을 찍었다.

CD와 트랜스젠더들이 모이는 프로필 사이트는 온갖 남성들이 여장을 하며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냥 봐도 남성이 여장을 한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한 남성은 솜털 하나 없는 매끈한 다리에 몸매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착용했다.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 다리를 수줍은 듯 살짝 꼬기도 했다. 눈과 입술은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가려 여성스러움을 돋보이게 했지만, 입술 언저리에는 파우더로도 가려지지 않은 면도자국이 선명해 여장남자임이 단번에 들통 났다.

브래지어·스타킹
착용 각선미 자랑

그와 같은 CD는 많았다. 한쪽 눈을 가리는 괴상한 가발을 쓰고 브래지어를 착용한 20대 남성은 여성보다 더 섹시한 S라인을 과시했지만, 그 역시 거뭇한 면도자국을 숨길 수는 없었다. CD들은 긴 웨이브 가발을 선호했고 브래지어 착용 혹은 각선미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사진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들은 여장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장 시켜주면 어느 체위든 다 해준다” “저 여장 해주고 마음대로 데리고 노세요”라며 러버들을 유혹했다.

트랜스젠더와 쉬멜은 비교적 여성과 흡사한 외모를 소유했다. 가슴성형으로 여성처럼 풍만한 가슴을 갖게 된 이들은 보다 자신감이 넘쳐 남성들을 유혹하는데 적극적이었다. 여성적인 어투와 능숙한 화장기법, 일반 여성보다 더욱 탐스러운 몸매가 돋보이는 이들은 더 이상 자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취미는 ‘요리’, 이상형은 ‘날 이해해주는 혹은 사랑해주는 남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쉬멜들은 성기만 제외하면 여성과 별 다를 바가 없었고, 대부분 남성과의 원나잇을 원했다. 

청순한 매력이 돋보이는 한 쉬멜은 “외로워요. 옆에서 위로해 주실 오빠 분 연락 주세요”라며 글을 남겨 수많은 러버들의 번개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부정적인 댓글도 연이어 달렸는데, 이유는 성매매 때문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시도했던 몇 남성들은 쉬멜과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은 뒤 금전거래를 요구했다며 “쟤 창녀다. 몸 파는 X이다”라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 사이에서도 성매매는 금기사항인 것으로 추측된다.

속옷만 입은 사진으로 유혹 ‘번개 신청’
“바이성향녀 구함”여성 양성애자 찾기도

마지막 프로필 탐문으로 레즈비언 사이트에 접속했다. 레즈비언 사이트에 들어가려면 여성인증을 필수로 거쳐야 했다. 회원 수는 전체의 5% 남짓으로 비교적 적은 수치였다. 즉석만남을 요청하는 글 개수도 50개가 채 되지 않았다. 인증을 한 번 더 거처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 게이와 달리 레즈비언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들도 비이성애자였고, 극소수지만 동성애 채팅방에 가입해서 가끔 친구도 사귀고 즉석만남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20대 레즈비언은 “바이성향 여자분 만남 급구해요. 오늘 집 비어서 아무 때나 상관 없어요”라며 즉석만남을 요구했다. 이 레즈비언 역시 양성애자에 가까웠다. 여성과 성관계를 나눌 시 리드를 하고 싶거나, 받고 싶을 때가 공존하는 듯 했다.


동성애 프로필을 살펴본 뒤 기자는 본격적으로 동성애 채팅방에 합류했다. 3∼4일 동안 접속해본 바 이들은 실시간 채팅을 즐기고 있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24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번개를 신청했다. 개중에는 진정한 친구나 애인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자는 게이인 척 위장한 뒤 채팅방에 접속했다. 채팅방 상단에는 ‘음란 및 성매매를 할 경우 강퇴(강제퇴장)와 동시에 아이피 차단으로 사이트에서 활동을 못하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라고 명시 돼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채팅방 내에서도 성매매는 금기사항이었다.

멘트도 가지각색이었다. 즉석만남을 원하는 회원들은 ‘서울 신촌’ ‘대전’ ‘부산 서구’ 등 지역만 간단하게 말한 뒤 지역이 맞으면 성향탐색에 들어갔다. ‘바텀’ ‘탑’ ‘오럴’ 등 성향을 묻고 자신과 맞으면 바로 귓말(비밀채팅)을 남겼다.

취향 맞으면
번개요청 쇄도

기자는 ‘서울 종로’라고 쓴 뒤 반응을 기다렸다. 바로 귓말이 들어왔다. 종로에 거주하고 있다는 닉네임 ‘허O’은 “같은 동네 사시네요. 혹시 님 탑?”이라며 곧바로 성향을 물어왔다. 기자가 바텀이라고 대답하니 그는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아서인 지 대답이 없었다.

종로에 거주하는 또 다른 회원 ‘유리OO’는 “종로 어디서 만날까요? 저는 올이라서 어느 체위든 모두 가능해요. 말라도 상관은 없지만 가급적 잔근육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적극적으로 만남을 요청했다. 화상채팅을 요구하는 “캠 하실분”이나 오럴섹스를 의미하는 멘트인 “립서비스 화끈하게 받으실 분” 등의 멘트도 종종 올라왔다.


채팅방의 회원들은 주로 원나잇 섹스에 목적을 두고 접속한다. 회원들은 운영자의 제제를 피하기 위해 섹스의 종류를 설명할 때 음란한 단어를 바로 쓰지 않고 자음만 써서 그들만의 은어로 주고받는다. 동성애 채팅으로 만난 이들은 단순히 원나잇 상대나 섹스파트너로 인연을 맺는 경우도 있고, 즉석만남 후 마음이 통해 애인으로 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욕구충족을 위해 만남을 주선하는 동성애 채팅사이트에도 부작용은 있다. 가볍게 하룻밤 보내고자 즉석만남을 시도했다가 게이 꽃뱀한테 물려 금전적 피해를 보거나 무차별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게이남성이 채팅으로 만난 남성에게 돈을 갈취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40대 회사원 A씨는 가정이 있는 가장이었다. 양성애지만 게이 성향이 좀 더 강했다. A씨는 채팅에서 우연히 만난 20대 남성 B씨와 몇 차례 관계를 가지며 은밀한 관계를 지속해왔는데, 어느 날 B씨가 “나와 있었던 일을 당신 가족과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며 돈을 요구해왔다. 애초 B씨의 목적은 돈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아 두려웠던 A씨는 결국 B씨의 요구대로 1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줘야 했다. 이후 A씨는 채팅방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선임한테 성폭행을 당한 뒤 게이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한 20대 남성은 남자친구의 성폭행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남성 역시 채팅에서 만난 동갑 남성과 관계를 가진 뒤 교제를 시작했는데, 남자친구의 강제적인 섹스스타일 때문에 항문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스릴 있어 좋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원하지 않을 때도 그가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섹스를 하려들어 무서웠다. 거부할 때는 폭력을 쓰기도 하고 강제로 오럴을 시키기도 했다. 헤어지자고 했더니 칼 들고 죽이려 들더라”며 “난 그의 연인이 아닌 그저 성노리개에 불과했다”고 하소연했다.

소통의 매개체
범죄 온상지로

동성애 사이트는 채팅 뿐 아니라 카페, 블로그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개수는 무려 수백개에 달한다. 성소수자로 분류되고 있는 이들은 일반인과의 소통을 뒤로한 채,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만남을 갈구하는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최근 동성애 채팅으로 인해 성매매, 사기 등 각종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과 다른 성취향 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소통 매개체로 시작했던 동성애 사이트.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동성애 사이트는 점점 범죄의 온상지로 변질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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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