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17주년 특별대담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0 15: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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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라면 개성공단 안 버려! 김정은은 경험부족"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때도 멈추지 않았던 개성공단의 기계소리가 벌써 두 달째 들리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개성공단 사태를 지켜보며 가장 애가 타는 사람은 바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설립의 주역이다. 개성공단에 깃들어 있는 정 전 장관의 땀과 노력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17대 대선후보 시절 그는 자신을 ‘개성동영’으로 지칭하며 남북화해의 길을 넓혀 한국의 유라시아 대륙진출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 정 전 장관은 작금의 개성공단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 전 장관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과거 북한 땅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세인들의 비웃음을 샀다. 실제로 개성공단을 추진함에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였고, 드디어 지난 2004년 꿈만 같던 일을 현실로 이뤄내는데 성공한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개성공단은 이후 남북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 됐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 때도 멈추지 않았고, 당시 남북을 잇는 마지막 연결고리로서 제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그런 개성공단이 최근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북한이 지난 4월 개성공단의 잠정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 측 역시 근로자 전원철수라는 강경책으로 맞불을 놨다. 벌써 두 달 넘게 남북이 평행선을 달리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개성공단 사태에 해결책은 없을까? <일요시사>가 개성공단 설립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정 전 장관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정 전 장관께선 통일부 장관 재임 당시 개성공단의 태동을 일궈내신 장본인이십니다. 지금껏 장기화 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 허탈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남과 북이 모두 역사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이지요. 개성공단은 후손들을 위한 사업입니다. 이를 중단하는 것은 후손들의 앞길을 막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또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남과 북이 원수로 살 것이 아니라면 개성공단을 하루속히 정상화 시켜야 할 것입니다.

-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위협을 계속해도 외화공급원인 개성공단만큼은 손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해왔습니다. 북한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 개성공단 중단을 통해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 아직 외교술에 미숙한 김정은의 실수였다고 봅니다. 북한은 북미 간 긴장을 고조시켜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경제적 지원을 받고자 하는데 개성공단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남북 근로자들이 평화롭게 일을 하고 있으니 이게 잘 안된 것이지요. 마침 남측에서 개성공단이 북한의 돈줄이기 때문에 폐쇄를 못할 것이라느니, 인질구출작전을 준비해야한다느니 개성공단 흠집내기를 시작하자 이를 빌미로 폐쇄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김정일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아마추어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거나 단계적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합니다. 이는 대만과 중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만은 당초 중국의 흡수통일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 불접촉, 불담판, 불간섭의 3불 정책을 고수하며 중국과의 대화를 거부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취임한 대만의 마잉주 총통은 정치군사적 현안과 경제문화적 현안을 명확히 구분하는 소위 '정경분리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대만과 중국은 불과 5년 만에 경제적 통합단계로 들어섰고 안보 위험도는 크게 낮아졌습니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남북 간의 관계가 대만과 중국 간의 관계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성공단 사태 지켜보니 "허탈하고 가슴 아프다"
반대하던 미국도 개성공단 이점 살펴보곤 찬성

- 보수진영에선 개성공단이 북한의 외화공급원이 됨으로써 북한의 체제를 공고하게 떠받쳐 오히려 통일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전형적인 붕괴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북을 도와주면 연명시키는 거니까 더 압박해야 한다. 더 압박하면 북이 곧 무너질 것이다. 그래야 통일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과거에도 '김일성이 죽으면 통일된다. 김정일이 죽으면 통일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은 여전히 견고하지요. 그들의 주장은 이처럼 매우 비현실적입니다.

- 여러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과거 독일 유학시절 독일통일의 설계자로 불리는 에곤 바르 박사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에게 개성공단 구상에 대해 설명하자 자신은 동독에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다며 '놀라운 상상력'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어떤 통일모델로 가야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베트남은 무력으로 통일을 이뤄냈고, 독일은 흡수통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두 가지 모델 모두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통일모델은 개성공단 모델이 돼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확대하다보면 언젠가 경제통일에 이를 것이고, 그 끝엔 완전한 통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당장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당초 미국은 "남과 북이 대치상태인데 북에다 공장을 짓냐, 속도조절 하라"며 개성공단 개발을 반대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우리나라는 휴전선으로부터 수도 서울이 너무 가까워 방어가 어렵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건립되면 개성에 있던 북한 군부대 2개 사단과 포병여단 등이 송악산 뒤쪽으로 이전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개성공단 건립에 찬성했지요. 그때 당시만 해도 한미연합사는 북한이 사전에 특이한 동향을 보이는지 파악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인적자원과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었는데, 개성공단을 건립하면서 북한에서 특이동향이 있을 경우 최소한 하루정도 이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 박사가 지난 11일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을 완성했을 것"이라고 언급해 우리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북한이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핵에 매달리는 이유는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지요. 지난 2005년 내가 특사로 평양에 방문했을 때 김정일은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면, 즉 체제에 대한 위협이 사라진다면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북핵 문제에 대응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군사적 조치, 두 번째는 무시와 방치, 세 번째는 대화와 협상이지요. 첫 번째 군사적 조치는 수백만 명 이상이 죽게 됩니다. 두 번째 무시와 방치는 그간 북한의 핵능력만 키워왔습니다. 그나마 대북관계에서 작동해 왔던 것은 세 번째 대화와 협상입니다. 우리는 다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박근혜, 북한실정 잘 아는 과거정부 인재들 활용해야"
"개성공단 확대하면 통일 가까워져, 포기해선 안 돼"


- 우리가 아무리 대화와 협상에 나선다 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치권에선 우리나라의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입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남북평화와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한다면 남북한 모두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지켜보며 국민들은 과연 북한이 믿을 수 있는 존재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조성된 '반북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겠습니까?
▲ 언론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론이 지난 4월 초부터 대북관련 이슈들을 거의 매일 생중계하다시피 했습니다. 때문에 공연히 국민들의 안보불안감만 높였지요. 사안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보다 큰 틀에서 대북관계를 바라봐야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이 보기엔 북의 행태가 못마땅하고 반북감정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북정책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개성공단이 닫히면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한 한반도 프로세스는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하고 말 겁니다. 5년 동안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임기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북한이 성급했지만 박 대통령도 좀 더 인내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성공단이 어떻게 해서든지 안 닫히도록 사려 깊고 냉철하게 접근했어야 하는데 너무 국내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만약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상태로 닫히게 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에게는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북한에 가보고, 북한과 대화해본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을 아는 사람들이 없는 것이지요. 박 대통령이 대북관계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과거 정부 인사들이라도 북한과 여러 사업을 진행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대북정책에 접목시켜야 할 것입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프로필>

▲ MBC 정치부 기자
▲ 제15대 국회의원
▲ 제16대 국회의원
▲ 제31대 통일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제17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
▲ 민주당 상임고문
▲ 제18대 국회의원
▲ 민주당 최고위원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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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