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일베' 비하인드 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15 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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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접속만 2만명, 대체 '일베'가 뭐길래?

[일요시사=정치팀]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다. 바로 '일간베스트저장소'다. 이른바 '일베'가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일베가 이 같은 이슈메이커로 성장하기까진 어떠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는 강경 보수 커뮤니티 사이트다. 일베는 일개 커뮤니티 사이트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수차례 언론에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탔다. 어느새 일베는 컴퓨터와는 거리가 먼 중장년층들에게도 매우 낯익은 이름이 됐다.

하지만 일베의 출발은 무척 초라했다. 일베는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라는 사이트에서 파생됐다. 당시 디시에서는 하루 동안 부문별 갤러리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들은 '일간베스트' 글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됐다. 하지만 일간베스트 글 중 상당수는 너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관리자에게 삭제를 당하기 일쑤였다.

일베가 만든 기록들

그래서 이 게시물들을 삭제되기 전에 외부서버에 별도로 저장하고자 임시 저장소 목적으로 만든 것이 일베다. 따라서 이름도 일간베스트저장소가 됐다. 이를 위해 '모에명수'라는 네티즌이 사비를 털어 서버를 마련했고 일베의 초대 운영자가 됐다. 이후 2대 운영자 'SAD'를 거쳐 현재는 3대 운영자인 '새부'가 일베를 운영하고 있다. 일베가 본격적으로 정치색을 띄게 된 것은 3대 운영자인 새부가 운영을 맡은 후라는 것이 중론이다.

일베의 등장은 인터넷 공간에서 일종의 혁명이었다.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그동안 인터넷 공간은 진보성향의 이용자들이 절대 다수였다. 하지만 일베가 보수의 집결지를 자처하면서 젊은 보수성향의 이용자들이 대거 일베로 모여들었다.


지난 2010년 디시에서 독립한 일베는 고작 3년 만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랭키닷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베의 월간 접속자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페이지뷰 역시 월 10억뷰를 돌파했고 동시접속자 수는 2만명 이상이다.

일베는 탄생하게 된 계기가 기존 사이트 운영자의 규제와 개입이었다는 점 때문에 타 커뮤니티에 비해 유달리 규제가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일베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베 회원들은 조선족 6세 여아 강간모의, 합법적으로 강간하는 방법, 이건희 삼성 회장 손녀 강간 모의, 장애아동 성추행 경험담을 올리는가 하면 심지어는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과의 수간 인증사진을 올려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베는 정치적으로 극우 성격을 띠는 게시물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북한이 배후에서 조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땅크'라며 찬양하기도 한다. 호남인들은 '홍어'라며 비하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운지'라는 표현으로 조롱하고 있다.

1990년대 출시된 건강음료인 '운지천'의 TV 광고에서 배우 최민식이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며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을 떠오르게 한다며 '운지'란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다.

또 일제강점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서는 일본으로 성매매 원정을 갔다는 의미의 '원정녀'라며 비하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베는 지역갈등, 성별갈등, 이념갈등, 범죄를 조장하는 게시물들로 논란이 되어왔다. 때문에 다수의 네티즌들은 일베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을 '일베충'이라 비하하며 방통위에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각종 논란 일으킨 인터넷 보수 집결지 '일베'
현직 의사 운영자, 정체 탄로 나자 일베 급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일베 이용자들이 저학력자에 저능아들일 것이라며 폄하했는데 이를 계기로 지난해 10월부터는 일베 이용자들의 학력인증이 시작되기도 했다. 학력인증에는 국내 유명대학뿐 아니라 해외 유명대학인 하버드, 케임브리지, 베이징대 재학생 등이 줄줄이 참여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학력인증은 또 직업인증으로 이어졌는데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미국 나사(NASA) 연구원, 의사, 약사, 애널리스트, 교수 등 다양한 고소득 직종 종사자들이 일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네티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한편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일베가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일베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보수 커뮤니티 사이트로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일베는 지난달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가입자들의 개인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가 하면, 해킹한 북한 사이트에 김정은을 돼지로 표현한 사진을 올리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이같은 행보가 보수층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일베는 사이트 매각설로 한차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새부라는 아이디로 일베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가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33세의 전문의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됐다. 박씨는 대부분의 병원 동료들에게도 자신이 일베 운영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낮에는 의사, 밤에는 일베 운영자로 이중생활을 해왔다.

특히 박씨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수준의 IT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자 경력을 쌓아 유명 익명 채팅사이트 등을 개발해 운영해왔다.

박모씨는 최근 일베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커지자 부담을 느껴 사이트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업계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대 교수가 돼야 하는데 내가 일베 운영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평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베는 약 12억 가량에 매각된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일베 매각을 통해 큰돈을 번 것 같지만 방문자 수만으로 추정할 때 일베의 한달 광고 수익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매각대금으로 알려진 12억은 결코 큰돈은 아니다.

그들만의 놀이터

특히 운영자 박씨는 일베의 인수주체가 호남자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난데없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일베 이용자들은 평소 진보성향을 가진 호남인들을 비하해왔기 때문이다. 일베 이용자들은 박씨의 개인정보를 캐내 인터넷에 마구잡이로 퍼뜨리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운영자 박씨는 사업자 등록증의 명의만 바꾼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업계에선 일베가 이미 매각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이용자들이 도저히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게시물들을 올리는 것은 분명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사이트를 아예 없애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다만 해외에서도 이같은 극우 사이트들이 존재하지만 필요이상으로 중요한 사회 여론으로 다루지 않는 것처럼 성숙하고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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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