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철 특집> ‘전국 활개’ 빈집털이 예방법

문단속이 능사?…대담무쌍 도둑에 안 통한다

[일요시사=사회팀] 따뜻한 봄 날씨가 한창인 요즘 나들이 떠나는 가정만큼 좀도둑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계량기의 숫자를 보거나 인터폰을 사용해 빈집인 것을 확인한 후 절도행각을 저지르는 등 좀도둑들의 절도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추세다. 가족의 행복한 봄나들이를 방해하는 좀도둑의 용의주도한 절도행각들을 알아봤다.


봄은 겨우내 웅크렸던 시민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는 계절일 뿐 아니라 범죄 역시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다. 특히 날이 풀리면서 상춘객들의 빈집을 노리는 절도행각이 해마다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주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계량기 수치 본 뒤
인터폰으로 재확인

최근 방배동에서 전기계량기 수치를 이용해 절도행각을 벌인 도둑이 경찰에 붙잡혔다. 40대 김모씨는 전기계량기가 느리게 도는 방배동 인근 아파트·빌라 등을 골라 귀금속 등 억대의 금품을 훔쳤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에서 인터폰을 누른 뒤 빈집임을 확인했다. 이후 현관 출입문 틈새에 드라이버를 넣어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 안으로 침입, 방 안 서랍 안에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 외화 등 1500여만원 상당을 훔쳤다. 그는 비슷한 수법으로 귀금속을 상습 절도해왔다. 김씨는 아파트나 빌라 경비원에게 “인터넷 수리를 하러 왔다”고 말하고 건물 내부에 들어가 주로 전기계량기 회전이 늦은 집을 빈집털이 대상으로 정했다. 통행이 뜸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사이에 주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2011년 춘천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훔친 물건을 처분 전 진품인지 여부를 감별기와 시약을 이용해 직접 확인했고, 종로의 금은방에 내다 팔았다.

경찰은 절도사건 발생 후 현장 주변의 CCTV를 분석했고 지난 3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노상에 보관해 둔 범인의 오토바이를 확인한 뒤 잠복근무를 통해 오토바이를 타러 온 김씨를 발견했다.


‘외출의 계절’빈집 노리는 절도범 기승
용의주도 수법 진화…각별한 주의 요구

경찰은 빈집 출입문을 드라이버로 따고 들어가 지난 1년간 61회에 걸쳐 1억8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등을 털어 도주한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더불어 1년간 훔친 귀금속, 시계 등을 매입한 혐의(장물 취득)를 받고 있는 송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같은 달 13일에도 빈집을 노리는 절도범이 강남권 고가의 아파트 주변을 기웃거렸다. 4월13일 서초구 일대 고급 빌라를 돌아다니며 빈집을 골라 3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30대 최모씨 등 2명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월13일 오후 6시10분쯤 서초구 반포동 김모씨의 빌라에 몰래 들어가 다이아몬드 반지 1개와 명품 까르띠에 시계, 루이비통 가방 등 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반포동, 양재동 일대의 고급 빌라를 대상으로 50여차례에 걸쳐 3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초인종을 수차례 눌러 빈집인지 확인한 뒤 한 명이 건물 밖에서 망을 보고 다른 한 명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드라이버로 열거나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훔친 번호판을 붙인 대포차를 매달 바꿔 타기도 했다.

훔친 돈은 벤츠, 인피니티 등 고급 외제차를 렌트하거나 강남의 고급 술집을 드나드는 데 썼다. 경찰은 이들이 일주일에 2∼3회 정도 범행을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여죄수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급 아파트
주변 맴돌며 절도


이처럼 나들이철에 빈집만을 노리는 절도사건은 두 달 새 500여건이 훌쩍 넘었다.

강원 삼척경찰서는 지난달 18일 강원도 삼척에서 동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상가에서 금품을 훔친 20대 커플 이모씨와 김모씨를 검거했다.

연인 관계인 이들은 같은 달 3일 오전 0시35분께 삼척시 남양동의 한 상가건물 2층 주점에서 현금 3만원을 훔치는 등 최근 한 달간 심야시간대 빈 상가에서 총 9차례에 걸쳐 5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그들의 절도수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남들이 모두 자는 심야시간대에 절도를 행했으며 여자친구인 김씨가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주변에서 망을 보면, 남자친구 이씨가 스파이더맨처럼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상가에 침입해 물건을 훔쳐 나왔다.

이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와 1개월 전부터 동거를 했는데, 생활비가 떨어져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관 앞 우유 주머니 등에 보관된 열쇠로 빈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는 수법을 이용한 범인도 있었다. 30세의 서모씨는 4월21일 오후 2시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주택에 침입해 현금 50만원을 훔치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마포·용산·은평구 등지의 빈집에서 총 24차례에 걸쳐 768만원어치의 금품을 턴 혐의를 받았다.

서씨의 범행수법은 간단하면서도 치밀함이 엿보였다. 집주인이 현관 앞 우유 주머니나 신발장, 우편함 등에 넣어둔 열쇠를 찾아내 집에 침입했으며, 범행 후에는 현장을 원래대로 정돈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자신이 훔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등 물건을 빌라 옥상이나 지하 창고에 보관하다가 생활비가 떨어지면 자신이 훔친 금품을  장물업자 차모씨 등에게 처분했다.

경찰은 빈 집에 들어가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서씨를 구속, 서씨로부터 훔친 귀금속 등을 사들인 금은방 주인 차씨 등 장물업자 3명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는 회사를 그만둔 이후 생활비가 없어 빈집 옥상이나 대학교 화장실 등에서 노숙 생활을 했으며 빈집을 털어 마련한 돈은 대부분 유흥비보다는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빈 아파트를 가려내 빈집털이를 한 절도범도 있었다. 30대 남성 허모씨는 배수관이 아닌 아파트 각 세대에 설치돼있는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빈집을 가려냈다.

허씨는 지난해 11월22일 오후 7시30분경 충북 청원군 오창읍의 한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3층에 살던 윤모씨의 집에서 800만원 상당의 순금 목걸이 등 모두 2300만원의 금품을 훔쳤다. 허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1년 1월 말부터 최근 5월 초까지 청주·충주·대전·천안 등 충청권 일원 아파트를 돌며 모두 51차례에 걸쳐 총 2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범행현장의 CCTV를 확보해 허씨의 범행을 인지했고, 지난 2일 아파트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허씨를 특가법상 상습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대포차와 대포폰
진화하는 빈집털이

9일에는 1년간 무려 150여 차례나 빈집털이를 한 일당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절도범들은 제주도만 뺀 전국각지를 돌며 도둑질을 했는데,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한 지역에서 한 집만 골라 물건을 훔쳤다. 이들이 오랜 기간 동안 이 같은 범행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범행이 매우 용의주도했기 때문이다.


교도소 동기인 40대 이모씨와 김모씨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빈집털이 행각을 벌였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이들의 무대였다. 전북과 충남에서의 범행이 20회에 달했고, 경북과 전남에서도 10회 이상 절도행각을 벌였다. 서울이 주거지인 이들은 주로 2박3일 일정으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범행을 이어갔다.

또한 이들은 각 지역으로 원정에 나서면서 CCTV가 없는 주택만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고 한 도시에서 한 건의 범행만 했다. 방범시설이 미비한 주택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대포차와 대포폰을 사용할 정도로 빈집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일반 절도범과는 다르게 치밀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전기계량기 보고 침입
택배기사로 위장해 경비원 속이고 출입

그렇게 이들은 1년 동안 150회에 걸쳐 절도를 저질렀고, 그들이 훔친 물품은 총액이 6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금통으로 사용된 LPG통에 든 동전 2000만원을 비롯해 명품가방과 지갑, 외화, 양주, 골프채, 귀금속, 신발 등 품목도 다양하다. 이른바 ‘싹쓸이’ 수법으로 품목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훔친 것. 이 때문에 한 노모는 아들의 결혼식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년간 한푼 두푼 모아뒀던 2000만원을 이들의 손아귀에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단 1년뿐이었다. 영원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갈 줄 알았던 그들은 끝을 모르고 빈집털이를 하다 꼬리가 밟혔다. 이들이 빈집에 담을 넘어 들어가는 모습이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던 것. 결국 이씨와 김씨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오랫동안 심층 수사를 벌인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이내 그들이 갖고 있던 소지품에서 훔친 귀금속 여러 점이 발견되자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또 압수영장 집행 결과 이씨의 집에서 미처 처분하지 못한 장물들이 대거 발견되자 그때서야 그간의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여죄를 수사 중이며, 장물아비도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첨단 도어록 설치
귀중품은 은행에

이처럼 전국으로 빈집털이범이 활개 치는 요즘, 마음 놓고 봄나들이를 즐길 수 없다며 불만을 표하는 상춘객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빈집털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경찰은 계량기에 덮개를 씌우거나 전력사용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디지털 계량기로 바꾸는 게 범죄를 막는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특히 대부분의 좀도둑들은 낮 시간대에 절도행각을 벌였다. 이 시간대 빈집털이범들이 몰리는 이유는 경비원들이 재활용품 정리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 관계자는 이 시간에는 집을 비우지 않는 게 좋고 외출 시에는 인기척이 느껴지도록 현관 근처에 라디오를 틀어 놓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또 문을 강제로 열면 강한 경보음이 울리는 디지털 도어록은 기존의 잠금장치인 열쇠보다 절도예방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인터폰·초인종으로 인기척 확인
실외기·우유주머니 열쇠로 침투

진병진 순천경찰서 형사는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절도 예방법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에 따르면 도둑의 발판이 될 만한 창문 인접 나뭇가지는 잘라내고, 도둑이 아파트에 침입하는 흔한 경로인 도시가스관, 에어컨 배관 등에는 철재가시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게 좋다. 모든 창문에는 방범창 및 이중 유리와 만능키 등으로 쉽게 열 수 없는 카드식-전자식 전문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적외선 감지기, 비상벨 등의 첨단장비를 설치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우유 및 신문 투입구는 폐쇄하고 배달을 미리 중지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밤에는 TV나 라디오, 손전등이 자동으로 켜지도록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전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에 빈집 사전신고 및 현금이나 귀중품 등을 맡기고 이웃집이나 경비실에 감시를 따로 부탁해야 한다.

진 형사는 “현금이나 귀중품 등은 가능한 한 은행에 맡기고 옷장서랍, 책상서랍, 화장대, 찬장 등에 보관하지 않는 것도 예방책”이라며 “빈집털이 예방을 꼭 준수하면 절도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