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호심(湖心)’ 잡을 특단의 ‘비책’ 찾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14 18: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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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로마로 통하고 대권은 호남으로 통하니까?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금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은 단연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 쏠렸다. 진보정의당을 탈당하고 ‘안철수 신당’ 합류를 시사한 강동원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가 전라북도 남원인 것도 머잖은 장래 호남에 미칠 ‘안풍’의 위력을 암시한다. 민주당은 바짝 긴장한 모드다. 그렇다면 현재 호남민심은 어떨까? 일단은 안 의원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호남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안 의원이 이른바 ‘호심(湖心)’을 얻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호남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안풍’에 들썩였다. 안철수 의원의 대선 출마가 가시화될 조짐이 보이던, 대선 100여일 전이었다. 호남에서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사람들이 대거 안 의원을 지지하는 표심을 드러내면서다. 반면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민주당 유력주자들은 등 돌린 호남 민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너도나도 자신이 ‘DJ의 적통’이라 주장하며 애정공세를 펼쳤다.

견고한 결집력
독자세력화 필수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으로 통하는 곳이다. 민주당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호남은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호남만으로 대선에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중요한 정치적 위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동영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일찍부터 호남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다. 호남의 선거는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1.6% 차로 아슬아슬하게 대권을 잡을 수 있었던 당시의 득표 차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032만 6275표(40.3%)를 득표해 993만 5719표(38.7%)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39만여표로 따돌렸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306만 4842표를 얻어 92.33%의 지지율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도 2002년 이회창 후보를 57만여 표차로 따돌리며 청와대에 입성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호남에서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이 멀어지는 호남민심에 쩔쩔매는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
모두 비호남권


야권주자가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마다 호남 유권자들은 견고한 결집력을 보이며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안 의원이 야권 유력인사로서 정치적 생명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호남은 반드시 넘어야 할 첫 관문인 셈이다. 

호남이 안 의원에게 많은 기대를 보였던 작년 대선 때와 같이, 이번에도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에 나설 경우 호남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도 요동치는 호남민심을 방증한다.

이로써 다급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맹주가 사라진 가운데 자칫 호남을 통째로 안 의원에게 넘겨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민주당과 안 의원 간의 호남 쟁탈전이 불가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첫 번째 대결은 이번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전후해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벌이는 ‘호심잡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심장’ 호남서 절대다수 득표해야 야권 지도자
김한길, 안철수 5·18민주묘지 참배로 민심 얻기 총력전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8일쯤 광주를 찾아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광주에서 하룻밤 묵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18일 당일이나 그 이전에 광주를 방문해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계획이다. 안 의원은 광주지역 지자체장들을 만나 지역여론을 살피는 일정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호남의 한 중진의원은 매체를 통해 “호남에서 안 의원이 여전히 비중있게 회자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민주당이 변화한 모습을 보인다면 호남민심도 다시 민주당을 믿고 지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호남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이라며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역여론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5·18민주묘지 참배에서 첫 호남 쟁탈전을 벌일 양측은 호남에 각각 한 가지씩의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지도부에 호남 출신 인사가 한명도 없다는 점이 민주당의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4전당대회에서 유일한 호남 출신 후보였던 전북 정읍의 유성엽 후보마저 탈락해 현재로선 민주당 지도부 모두 비호남권이다.

전주 출신인 신경민 신임 최고위원의 지역구는 서울지역이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서울이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부산, 양승조 최고위원은 충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무시 못 할 대구·경북
균형감 유지 필수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수도권과 충청권을 공략하기 위해 이 지역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안 의원의 호남 진출을 더욱 수월하게 만든다는 게 복수 관계자의 의견이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호남의 일부 유권자들이 안 의원의 ‘호남행’에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탓이다.

그동안 야권 유력주자들은 호남에서 9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안 의원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일부 호남지역민들이 안 의원이 정치적 기반을 잡는데 무시 못 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민주당의 지역주의를 그대로 답습해 자신의 세를 불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안 의원이 외쳤던 ‘새정치’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 의원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지역주의 해소와 동시에 호남에 확실한 지지기반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상반된 두 과제는 좀처럼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두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중앙정치와 지역정치를 구분해 이를 세력화하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일단 국회에서 자신의 정치 슬로건인 새정치에 걸맞는 입법활동으로 끊임없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신당 창당 명분을 만들어 세력확장의 동력으로 삼아 여야 지지층을 흡수해 지역색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 슬로건과 지역주의 상충 위험, 중앙·지역 기반 잡아야
10월 재보선 전 신당 창당으로 수도권호남 지지세력 흡수 과제

안 의원의 신당 창당에 합류할 호남지역 인사들을 발굴하는 것과 대구·경북(TK)지역 인사와의 스킨십 강화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10월 재보선을 세력 확장 시발점으로 삼아, 그 전에 신당 창당을 해 지지세력을 묶어놓는 대안 외에는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안 의원 측 분위기라고 한다.




오는 10월 재보선은 최대 10곳 이상의 지역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 제각기 정면돌파를 시도할 경우 여당에게 승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당을 창당하지 않고 재보선을 치를 경우, 무소속 국회의원이란 한계 때문에 의정활동을 통해 정국을 이끌거나 이슈 선점에 한계가 있다는 것.

여기에 수도권과 호남에는 자발적 자원봉사자들이 지역포럼이라는 명칭으로 지지세력을 형성하고 있는데,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들을 ‘신(新)안철수 그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당 창당만큼 매력적인 카드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신임대표로 선출된 김한길 대표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거론된다. 10월 재보선 패배는 김 대표의 책임론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명숙 전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김 대표가 친노에 의해 사퇴 압박을 받을 경우 안 의원과 민주당의 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무소속 국회의원
이슈 선점 한계

안 의원으로선 향후 신당 창당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는 10월 재보선 전에 신당 창당을 한 연후에 민주당과 당대당 통합으로 호남세력과 민심을 얻는다는 셈법이다.

앞으로 민주당과 안 의원 간 야권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오는 10월 재보선은 양측 모두에게 사활이 걸린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0월 재보선 때 호남지역에서도 2곳(전남 나주, 전남 순천 곡성) 정도에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연 그 전에 신당이 만들어져 전국 각지에서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이 ‘제대로 된’ 한판승부를 벌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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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