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노무현 쇼크⑥ 풍수가 박민찬이 다시 본 봉하마을 사저


묘 이장시키고 자연을 벗 삼아 지은 사저가 흉지?
끊어진 청룡, 음기  흐르는 현무, 주작만 ‘멀쩡’
“묏자리 흉흉한 기운 봉하마을 사저 터에 맺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김해 봉하마을 사저가 다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 집 짓고 3년 나기 어렵고 새 사람 들어오고 3년 나기 어렵고 묘 쓰고 3년 나기 어렵다’는 옛말처럼 새 집을 짓고 들어가서 3년간 잘 지내야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의 경우 1년3개월 만에 변을 당해 ‘흉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본지는 지난 694호 봉하마을 현장르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묘 터 위에 지어졌다는 점과 이에 따른 풍수적 풀이를 한 바 있다. 당시 봉하마을을 찾았던 풍수가 박민찬(신안계물형학연구소) 원장을 만나 봉하마을 사저의 위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다시 들어봤다.

박민찬 원장은 “운명은 자연에 의해 80% 이상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은 10% 정도로 모든 일을 100% 풍수에 적용시킬 수 없지만 10%로 80%를 이기지는 못하는 것처럼 자연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풍수, 인간 운명 결정
문제는 살고 있는 집터

그는 “운명은 자연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이는 즉 인간이 자연의 지배를 당하는 것을 말한다. 풍수란 자연의 지배만 당하지 말고 자연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위대한 자연을 활용하면 인간도 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 풍수의 원리이며 인간이 태어나서 추구하는 부와 명예, 화목, 건강, 도덕, 윤리, 질서 등이 자연에 있다”고 강조한다.

박 원장은 지난달 23일 봉하마을 사저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세상을 등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같은 논리를 적용시켰다.

지난 4월 봉하마을 방문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구설수와 측근들의 검찰 소환의 원인으로 ‘봉하마을 사저’를 지목한 것.


박 원장은 당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주와 부인의 사주, 집터와 조상묘”라면서 “노 전 대통령의 사주와 부인의 사주, 조상묘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집터”라고 지적했다.

그가 직접 둘러본 사저의 위치도 그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는 양택지였지만 좌청룡 중 내청룡이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사저는 10여 기의 묘를 이장시키고 지은 ‘묘지 위의 집’이었다.

박 원장은 당시 봉하사저에 대해 “길지가 못 된다”고 못박았다. 묏자리는 음택이라고 하고 집은 양택이라고 하는데 둘은 서로 상반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음택지에 양택을 하지 않는 건 풍수의 기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다시 만난 박 원장은 봉하사저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봤다”며 “그곳은 묘를 이장한 터가 아니었더라도 이미 묏자리로 쓰일 수밖에 없었던 곳”이라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음택 풍수는 음기를 활용한다. 온혈과 건혈, 화혈, 냉혈, 습혈, 수혈 등 6가지의 지질과 혈을 살피게 되는데 이중 온혈만이 ‘길지’라 불린다. 이러한 음기와 좌청룡, 우백호, 현무, 주작 등 주변의 형상, 산에서 내려오는 정기를 말하는 ‘용맥’을 통해 음택지를 알아 볼 수 있다.

박 원장이 봉하마을 사저 터에 묘가 없었다고 해도 어차피 묏자리가 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저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현무’에 주목했다. 현무는 집 뒷산을 말하는 것으로 현무가 잘 형성돼 있으면 그 사람을 받쳐주고 밀어주는 주변의 도움과 협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원장은 “현무의 줄기를 통해 용맥이 사저 터로 내려오고 있는데다 터에 혈이 맺혔다”면서 “용맥과 혈 자리는 그곳이 음택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묘 터 위에 세운 집
봉하마을 사저는 흉지

음기와 용맥의 정기가 흐르는 곳에 묘를 쓰면 이 기가 유해에서 발산되는 기와 만나 풍수적 영향에 따라 직계 자손에게 길하거나 흉한 영향을 주게 된다. 묏자리로서는 길지 혹은 흉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살아있는 사람은 움직이면서 기가 흩어지게 돼 음기와 용맥의 영향이 직계 자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흉한 음기와 용맥 정기의 흉기가 산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며 그 기가 강하면 강할수록 흉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박 원장은 “예로부터 묏자리에서 집을 짓지 않는다”면서 “양택을 묏자리로 써야 하는 음택에 선정할 경우 흉한 음기가 산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공동으로 낮에만 사용하는 건물의 경우 무방하다”고 말했다.

‘뚝’ 끊긴 내·외청룡
‘외팔이’ 우백호 만들어

박 원장은 “봉하마을 사저가 흉지가 되지 않으려면 혈과 용맥이 없었어야 했다. 사저 뒤편으로 아무것도 없어야 했다는 것”이라며 “집까지 산맥이 내려오지 않고 최소 50m 이상 떨어져 있었다면 풍수적 해석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봉하마을 사저는 현무가 용맥으로 이어진 것 외에도 내·외청룡도 끊겨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박 원장은 “좌청룡, 우백호가 형성돼야 가정이 화목하고 주작이 잘 형성돼야 부가 쌓이며 현무가 든든해야 받쳐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생긴다. 이러한 형상들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길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봉하사저에 대해 “제대로 된 것은 주작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원장은 좌청룡에 대해서는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맥이 끊어지지 않고 집터를 잘 감싸고 이어졌어야 했는데 좌청룡을 형성하고 있는 내청룡과 외청룡이 모두 끊어져 있다는 것.

그는 “집과 붙어있는 내청룡이 끊어져 있다. 그 자리가 바로 부엉이바위”라면서 “외청룡도 산맥 중간이 파여 끊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부엉이바위’가 가진 악재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산에 있는 바위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바위가 많은 산에는 설악산, 북악산처럼 ‘악(嶽)’자를 붙이는데 ‘뫼부리 악’자에서 ‘뫼부리’는 바로 ‘바위’를 뜻한다. ‘악’이 존재하면 흉지가 될 확률이 높다. 바위가 많으면 ‘살(殺)’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왕산과 북악산처럼 바위산은 살이 있어 흉기가 발산하는 곳으로 터가 좋지 않다. 청와대와 경복궁처럼 많은 이들이 끌려가 죽거나 명성황후나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죽게 되는 터”라면서 “금강산도 보기에는 아름다우나 바위가 많아서 풍수적으로 보면 흉지다. 이곳에서 묏자리를 한 자리도 쓰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또한 “기가 세다 보니 무속인들이 바위가 있는 곳에서 기를 받아 기도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우백호는 썩 좋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형성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 좋다고 해서 좋은 형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한 팔만 가지고 있다고 좋다고 하지 않지 않냐”고 말했다.

이도저도 아닌 집 모양
대문 방향 잘못돼 숨 막혀

집터에 대한 설명에 이어 봉하마을 ‘사저’에 대한 부분도 물어봤다. 박 원장은 “양택 풍수는 양기를 활용한다. 음택 풍수와 같이 형상을 참고해 집터를 선정하는 것은 같지만 혈과 용맥이 없는 곳이어야만 양택을 할 수 있다”면서 “양택 풍수는 형상과 집 좌향을 잘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흙과 나무를 활용해 자연친화적으로 지은 사저에 대해 박 원장은 “집 형상이 서양식도 아니고 동양식도 아닌 어색한 모습”이라며 “문화적·풍수적으로 안 맞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곳이 아니다”라고 낮은 점수를 줬다.
남향집으로 지어졌다는 점은 좋게 평가했지만 ‘대문’에 가서는 고개를 저었다. 정문을 남쪽에 낸 것을 두고 “대문을 잘못냈다”고 지적한 것.

박 원장은 “남향집에 남쪽 대문을 낸 데다 사저 끝으로 냈으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남향집에 동쪽 대문을 냈으면 괜찮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저 동쪽으로 대문을 냈으면 부자가 되거나 집안이 화목하게 하는 좋은 기가 들어오는 형상이 됐을 것이고 그러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숨만 쉰다고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여러 가지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라며 눈만 뜨면 보고 싶고 생각이 날 텐데 권양숙 여사가 그 집에서 살겠느냐”고 반문하며 “누군가 그 집에서 살면 또 흉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장될 장지에 대해서는 “화장한 유골에는 기가 없어서 어느 곳에 매장해도 자손에게 득과 해가 없다. 고인에게도 흉지의 고통이 없어 좋을 것”이라며 “매장할 자리는 집 뒤 50m가 좋다. 다니기 편리하고 양지바른 곳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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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