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년병 안철수 ‘국회 잔혹사’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09 09: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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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가도 저리 가도 시끌시끌 “거 참 피곤하네”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런 그가 아직도 국회의 ‘텃새’에 시달리는 듯하다. 의원은 의원들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안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연일 그에 관한 소식이 매체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갓 입학한 안철수’가 야권의 정계개편 나아가 차기 대권에까지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는 까닭이다. 정치 초년병 안 의원을 맞이하는 국회는 어떤 모습인지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첫날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국회 본회의장은 더 이상 국민 무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안 의원의 본회의 참석 모습을 보기 위해 국회의사중계 어플을 다운 받은 이들이 SNS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정가는 더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앞 다퉈 안 의원을 거론했다.

팔짱 낀 의원들 ‘싸늘’

재보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국회 본회의 인사말은 ‘3인3색’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소주 한 잔’ 발언에서 과연 5선 중진의원 다운 여유가 묻어났다. 9년 만에 의원회관을 찾은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국회에 처음 울린 안 의원의 목소리는 ‘조금 더’ 정치인스러웠다. 안 의원은 준비한 인사말을 떨리는 어조로 읽어 내려갔다.

안 의원은 “저는 정치란 조화를 이루며 함께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정치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 따끔하게 질책해주실 것도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라며 본회의장에 자리한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안 의원은 이어 “이 자리를 빌려서 저를 지지해주신 노원병 유권자 여러분,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며 지지자를 향한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안 의원이 인사를 마치고 내려가려 하자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에게도 인사를 하고 가야지!”라고 호통을 쳤다. 새누리당 의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안 의원은 멈칫하면서 선 채로 묵례를 했다.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안 의원을 찾아와 인사하는 의원도 더러 있었지만,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의원이 유일했다. 몇 가지 일화를 남긴 안 의원의 첫 본회의는 그런대로 끝이 났다.

논란이 인 건 SNS를 통해서였다. 같은 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안 의원을 겨냥해 “학교에 왔더니 전학 온 학생이 있다. 찰수는 내 옆자리, (김)무성이 형님은 내 뒤에 앉았다”라며 “그 중 1명하곤 같이 놀기 싫은데”라며 안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서 있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여기에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이 리트윗을 통해 김 의원의 글을 추천하거나 공감한다는 뜻을 표시해 안 의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의원을 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응은 비공식적으로 짓궂게 나타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다소 무거운 반응을 보였다. 일단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등원 첫날 새누리 “저 사람 싫어…” 민주, 신당 경계
상임위 배정 논란에 정치권 관계자들 한바탕 설전 벌어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지금 당선에 도취될 때가 아니다”라며 다소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 전 대표는 매체를 통해 “연합연대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어렵다”며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서는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보고 야권에서 활동해주는 것이 좋겠다”며 안 의원이 민주당과 손잡기를 바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안 의원이 ‘야권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알려진 데 대해 “새 정치나 바람직한 정치의 변화보다는 야권 내 분열과 같은 상황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매체를 통해 밝혔다. 지금까지 안 의원이 끊임없이 민주당의 ‘러브콜’을 받았던 만큼, 앞으로 선거가 닥칠 때마다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요구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의 국회 입성에 대해 여야가 약간의 온도 차를 보이는 가운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안랩(안철수 연구소)’ 주식과 관련된 상임위원회 배정에 인색하게 반응했다. 정치권은 안 의원의 상임위 배정을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다. 한쪽에서는 원하는 상임위로 보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전임자의 공석을 메워야 한다고 맞서 국회는 안 의원을 두고 크게 들썩였다. ‘안철수 효과’라 할만 했다.


안 의원은 애초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지망했었다. 하지만 기존 국회 관례대로 안 의원은 전임자인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의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배정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안 의원이 ‘주식 보유자 백지신탁 의무’에 따라 1000억원대 안랩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안 의원은 기존의 관례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은 설왕설래가 치열했다. 노 전 의원은 매체를 통해 “상임위 정수라는 국회 규칙이 있지만, 그 규칙이 제1당, 제2당의 담합의 결과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 의원의 상임위 배정권을 가진 국회의장에게 얘기해야 할 일을 ‘결사체의 횡포’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국민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한다”고 매체를 통해 밝혔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안 의원이 정무위에 못 오는 이유가 안랩 주가와 투자자 때문”이라며 “원칙적으로 노 전 의원의 지역구에 나와서 당선됐으니 당연히 정무위에 들어와야 한다”며 다른 상임위 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안철수 덕에 정치 관심”

안 의원이 국회에 등원하자마자 정가는 이처럼 몹시 시끄럽다. 예민한 정치권과 안 의원을 뒤쫓는 언론처럼, 국민도 이들만큼이나 안 의원에게 관심이 많다. 이를 지켜본 몇몇 국민은 “안 의원 덕분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얘기한다.

정치 초년생 안 의원에게 결코 쉽지 않은 국회 여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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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