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안하는 국회 '출석체크' 비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06 15:30:45
  • 댓글 0개

사라진 의원님들 "출튀를 아시나요?"

[일요시사=정치팀] "국회에도 '출튀'가 있다?" 출튀란 '출석체크하고 튀기'의 줄임말로 주로 철없는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수법이다. 국회의원 중에는 교수 출신도 많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출튀를 보며 혀를 찼을 교수님들이 국회의원이 되고나선 자신들이 출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의원님들은 출튀를 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국회의원 출석체크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봤다.



지난달 25일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오후 대정부질문을 속개하면서 갑자기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출석체크를 실시했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 재석하고 있던 의원은 전체 300명 가운데 고작 59명 뿐이었다. 박 부의장의 이날 출석체크는 그동안 각종 국회일정에 저조한 출석률을 보이던 의원들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었다.

박 부의장은 출석의원들의 명단을 모두 부른 뒤 "이상 호명해 드린 의원님들은 지역구와 상임위 활동이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분들이라는 것을 속기록에 남기도록 하겠다"며 "의사국에서는 이 명단을 꼭 기록해 달라"고 당부했다.

허술한 출석체크

하지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날 명단은 현재 어느 곳에도 남아있지 않다. 의사국에서는 명단을 기록하는 것은 의정기록과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의정기록과는 당시 회의가 속개되기 전의 일이라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현재 녹취록이나 영상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박 부의장이 반드시 기록에 남겨달라고 공개적으로 당부까지 했으나 양측이 서로 책임을 미루다 결국 아무 곳에도 기록이 남지 않게 된 것이다.


박 부의장의 출석체크 소동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출석 문제가 정치쇄신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의원들은 왜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일까?

우선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는 것엔 위와 같은 허술한 시스템이 크게 한 몫하고 있다. 부의장이 직접 당부까지 했는데도 이처럼 출석체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 평소에는 얼마나 더 출석체크가 허술할지 짐작할 수 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들은 하루 네 차례 본회의장 출석을 점검받는다. 개의, 속개, 산회, 국회 공식 출석 집계 등이다. 하지만 본회의 시간 아무 때나 한 번이라도 출석하면 나머지 출석체크 때 빠졌어도 출석부엔 '출석'으로 표기된다. 

올해 들어 열린 아홉 번의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의 출석률은 무려 90.2%였다. 하지만 정작 본회의장을 들여다보면 의원석은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처럼 통계와 현실이 다른 이유는 이 같은 출석체크 방식 때문이었다. 이렇듯 다소 느슨한 출석체크 방법 때문에 의원들의 출튀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 개의 때는 본회의장에 300명의 의원 중 200명이 앉아 있었다면 오후 2시 속개 때엔 60명으로 줄었다가 산회 때엔 30명쯤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지난 2012년 국회의원들의 평균 본회의 출석률은 93%에 달했지만 끝까지 머물러 있는 재석률은 41%에 불과했다.

이처럼 형식적인 출석률과 회의에 참석해 얼마나 오랜 시간 앉아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실질적인 재석률은 다르기 때문에 질적인 평가를 위해선 국회의 출석 점검방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의원들의 출튀로 인한 부작용은 무척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6일 의원들은 전날 박 부의장의 출석체크 소동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도 다음 날 열린 본회의에 또다시 대거 불참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일본 정치권의 역사망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처리가 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결의안은 지난달 29일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긴 했지만 정족수 미달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처리가 늦춰지는 바람에 그 무게감은 크게 떨어졌고,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의원석 텅텅 비었는데 출석률은 90%
여론 질타 다음 날도 결석 "해도 너무해"

또 각종 현안이 산적함에도 주요 장관들이 국회에 출석해 의사정족수가 채워지길 무작정 기다리다가 막상 회의가 시작된 이후에는 질문 한번 받지 못하고 시간만 때우다 가는 경우도 있다. 일부 정부관계자들 사이에서 국회는 훼방이나 놓지 않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표결에도 불참하기도 하고, 일부 상임위에서는 전문가들을 참고인으로 잔뜩 불러놓고는 정작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의원들이 국회를 제쳐두고 달려가는 곳은 어디일까? 대부분은 각종 행사 참석이다. 지역구 행사나 본인이 직접 주최한 세미나, 토론회 또는 힘 있는 동료의원이 개최하는 행사도 빠질 수 없다.

일례로 과거 모 의원의 출판기념회는 공교롭게도 대정부질문과 시간이 겹치게 됐는데 출판기념회에 의원들이 대거 몰리면서 정족수 미달로 회의 속개가 늦어지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사에 나선 모 의원은 "국회는 시작할 때는 성원이 필요하지만 일단 시작된 뒤에는 모자라도 관계없으니 끝까지 앉아서 많이 축하해 달라"고 말했다. 본회의보다 동료의원의 출판기념회가 더 중요하다는 국회의원들의 인식을 잘 나타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새누리당의 모 의원은 "임시회 일정이 갑자기 정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미 참석하기로 약속한 행사에 빠지기란 쉽지 않다. 또 지역 행사에 참여해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며 정책 입안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의원들의 출석률이 가장 낮은 것은 국회 대정부질문인데 이에 따른 대정부질문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정부질문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을 뿐만 아니라 실제 국정에 반영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업적 홍보성 또는 단순하거나 비전문적 질문이 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다.

비겁한 변명

그러나 정치전문가들은 "대정부질문이 문제라면 이를 개선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면 될 일"이라며 "그런 권한을 가진 의원들이 이를 그대로 놔두고는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변명으로 삼는 것은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지역구 행사는 행사일 뿐이다. 국회일정보다 지역구 행사를 더 중요시하는 것은 나쁜 관행일 뿐"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되는 것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로 국회 출석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