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 가파른 '급상승세' 비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09 09: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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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오른다고요? "거 참 희한하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진 잇따른 인사실패로 내각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했던 박 대통령이었다. 몇 달째 이어진 대북 안보위기로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국면에 돌입했고, 대선기간 약속했던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 논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커져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으로 정권의 정당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지지도 상승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60%를 돌파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월30일~5월1일에 걸쳐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RDD 유선전화로 진행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평가 지지도는 전월 대비 18%p나 상승한 61.4%p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35.3%p로 전월 대비 16.6%p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5주간이나 연속으로 상승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평균 70%대를 상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지지율이지만 분명 무서운 상승세임에 틀림없다.

무서운 상승세
정가 이목 집중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만 하더라도 국정지지도가 40%대를 맴돌며 취임 1년차 1분기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 기록을 잇달아 갱신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함께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크게 상승했다.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48.5%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뒤를 이은 민주당은 17.5%로 지지율이 10% 대로 떨어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30%를 넘어섰다. 뒤를 이어 통합진보당 2.1%, 진보정의당이 1.3%였고, 무당층은 30.5%였다.

특별한 호재 없는데 당선 후 최고 지지율
"박근혜 지지율 왜 올랐을까?" 관심집중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처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권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박 대통령은 불과 지난달 민주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일련의 인사 논란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직접 사과까지 했었다. 잇따른 인사실패로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내각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두 손 두 발을 든 것이었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이어진 안보위기는 벌써 3달째다. 국민들의 안보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 국면이다.

대선기간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각종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논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일파만파 커져 가면서 정권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보선 효과
선거의 여왕

첫 번째 이유는 4·24재보선 효과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가장 대표적인 별명은 '선거의 여왕'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뒤 자신이나 당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선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냈었다. 물론 이번 4·24재보선은 비록 박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한 선거는 아니었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선거의 여왕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집권 초반 연이은 인사 실패로 몸살을 앓았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단위의 선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선거 후보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과감한 정치실험을 시도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의 공통된 공약이었지만 민주당이 공천강행을 결정한 상황에서 새누리당만 일방적으로 무공천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무척 큰 모험이었다. 자칫 선거결과가 좋지 못했다면 비록 명분은 지킬 수 있었겠지만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고집을 피우다 선거를 망쳤다"며 책임론에 휩싸여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새누리당이 이같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엔 박 대통령의 뚝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실리와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다.

반면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는 대선공약까지 어겨가며 총력전을 펼쳤던 민주당은 스스로 자멸하는 꼴이 됐고, 원내 제1야당으로서 박 대통령을 견제할 명분과 동력은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박 대통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안보위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군 통수권자다. 대선기간부터 과연 여성이 군 통수권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의 시각들이 많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취임도 하기 전에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란 악재를 만나면서 취임과 동시에 대북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미사일 발사 위협 등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도발 위협을 이어갔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 속에서 박 대통령은 첫 여성 군 통수권자에 대한 우려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차분하고 단호한 대응 기조를 유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안보는 보수세력을 집결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이슈다. 평소 진보진영의 대북정책을 '대화만 중요시하다 북한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다'며 비판해왔던 보수진영은 박 대통령의 단호한 대북기조를 환영했고, 보수 대결집을 불러 일으켰다.

또 역대 정권에서도 안보위기가 닥치게 되면 대통령이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지지도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었는데 이는 위기가 닥치게 되면 온 국민이 똘똘 뭉치는 결집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 대통령도 이 같은 결집 효과의 수혜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 실패 논란과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등으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됐는데, 대북 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이슈들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게 됐다.

모 보수 일간지는 "안보위기에 국정원이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하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는데 안보위기가 국내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또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의 안보위기 대응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비교적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조차 박 대통령이 대북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실제로 안보위기가 닥친다고 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조건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응이 미숙하면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 때 대응이 미숙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얻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G20개최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시기였다. 그 중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격 철수 조치에 대해서는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많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의 허를 찌르는 결정이었다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화위복 안보위기
여성 군 통수권자의 힘

세 번째 이유는 민주당의 자중지란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해 지금까지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지리멸렬의 격랑 속에 빠져있다.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친노에게 있다는 책임론 때문이다. 대선 패배 이후 친노 진영에서는 제대로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비노 진영에서는 대선 패배를 이용해 친노 진영을 밀어내려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를 힘을 모아 극복하기는커녕 서로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겠다며 이전투구를 벌인 것이다. 새누리당이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훨훨 나는' 새누리 '박박 기는' 민주
'안철수 신당' 창당하면 둘 다 찬밥

민주당 지도부의 미숙한 당 운영도 자중지란을 부추겼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대선평가보고서를 제작했는데, 이 보고서는 당내 설문조사를 통해 지난해 4·11 총선부터 18대 대선까지 민주당을 이끌었던 지도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점수화해 논란을 부추겼다. 보고서에 의하면 4·11총선 당시의 한명숙 대표가 76.3점으로 가장 큰 책임이 있고, 대선 당시의 이해찬 대표가 72.3점,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67.2점, 문재인 전 후보가 66.9점,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64.6점 등으로 책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보고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보다는 당내 갈등만 더 부추겼다. 게다가 이러한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민주당을 이끌어가야 할 당 대표를 선출하는 5ㆍ4 전당대회는 낯 뜨거운 비방전으로 변질돼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한길, 이용섭 후보가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과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는 민주당의 이런 모습들을 보며 실망한 국민들의 반발심리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의 3분의 1 수준이다.

민주당 자중지란
반사이익 '톡톡'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지지도 상승의 동력이 대체로 외부요인에 있는 만큼 마냥 기뻐하기엔 이르다"며 "실제로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민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기존 정치권이 뼈저리게 반성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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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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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