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표심 흔든 박근혜 ‘경제민주화’ 공약 중간점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10 18: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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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따로~ 속 따로~ 호박에 줄 긋는 다고 수박되나?

[일요시사=정치팀] 경제민주화는 18대 대선 최대 화두였다.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대국민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두 달여가 지나서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입법화되고 있지만, 계류된 법안이 수 백 개인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에 이어 또다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극심한 진통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대선 표심을 흔들었던 경제민주화는 어디까지 진척되고 있는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경제민주화 법안이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며, (기업 활동을)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로부터 보름 후 하도급법과 금융시장법 통과로 경제민주화는 첫발을 뗐다. 통과된 법안은 총 7건이었다.

제1호 하도급법안
법원 판결 받아야 효력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제1호 법안’은 불공정하도급거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법안은 기존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을 세 가지로 확대한 것으로 ▲원청업자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 반품 등이 제재 대상이다. 이에 대한 피해를 3배의 범위에서 손해배상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무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건설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도 협력사들이 있다. 이들 관계에서 원청업자는 하도급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 납품단가를 후려친다든가 물가인상률만큼 올려주지 않는다든가….”라고 발의의 배경을 밝혔다.

법안 통과될 때마다
당혹한 재계 반발

그는 이어 “하도급업체가 100 정도 피해를 봤다고 하면, 법원에서는 100도 받기 어려웠다. 이제는 300까지 손배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원청업체의 부담이 커져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는 불법행위에 관해 부담해야 할 경제적 손해를 증가시켜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법관이 3배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려야 법안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관계자는 “그렇다. 판단할 수 있는 제재수단을 좀 더 많이 준 것이다”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권투로 보면 그동안 통과된 법안은 강도가 약한 ‘잽’ 정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도로 대기업의 불공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 법안이 국회 관문을 넘어섰다. 재계는 불경기 투자의욕을 꺾는 ‘악법조치’라고 반발했지만 마땅한 대응책 없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 법안 통과로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연봉 5억원 이상인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재계는 “포퓰리즘 입법”이라고 반발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 등의 연봉이 일반에 공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수백 개 중 지난 4월 국회 7건 통과 
5억 이상 임원 연봉 공개 통과, 미등기 임원인 이건희 연봉은 제외   

하지만 임원 연봉 공개 무용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 연봉 공개 대상이 등기임원들로 제한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미등기 임원의 연봉은 공개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미등기임원들까지 연봉 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법안무용론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1부동산대책 관련 법안도 처리했다. 국회는 연말까지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 주택 구입 시 양도소득세를 5년간 감면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4월 1일 부로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또 부부합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가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6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를 면제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같은 방법으로 적용키로 했다. 

군복무 중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공직 퇴임 후 로펌에 취업한 전관 변호사들이 수입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변호사법 일부 개정안도 통과됐다.

정부예산안 제출 시기를 회기 시작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으로 분류된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소속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해 국가 예산만 370조에 달한다.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보면 예산의 운용이 아니라 처음에 정부가 작성한 예산안을 상임위가 사업별로 꼼꼼히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직 통과되지 못한 주요 경제민주화 법안 중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총 3건으로, 경제민주화의 가장 예민한 이슈로 분류된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공정위 힘 빼기
통과 여부 주목

그 중 하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이 법안에 찬성한 민주당 관계자는 “고발의무권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원래 이 법에 따른 각종 금지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적 제재는 검사의 공소제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문제는 공정위의 고발을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정위뿐만 아니라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 세 군데에 고발권을 주기 때문에 이들이 조사요구를 하는 순간 공정위는 선택의 여지없이 고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논란이 됐던 프랜차이즈법은 가맹점주를 보호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허위과장광고로 가맹점을 모집한 업체에게 피해액의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게 원안. 하지만 그 배율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보여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세청이 탈세자금을 추적·징수하기 위해 금융거래정보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FIU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이었다.

공정위 고발전속권, 프랜차이즈법,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아직 표류 중
“선거용 상품화 전략에 그칠 가능성 커,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울 것”  

대표발의한 민주당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경제민주화라기보다는 지하자금 양성화에 관련된 내용을 담는 법안이다. 고액거래가 이루어진다거나 범죄거래가 의심되는 내용이 있으면 은행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고, 국세청이나 관세청이 조세포탈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러한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주는 게 개정초안이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와 국세청의 권한남용을 우려로 최종적으로 국세청이 아닌 FIU가 정보 제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논의 또는 계류 중인 주요 경제민주화법안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독점규제법, 대주주 자격 심사를 비은행 금융회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금융회사법, 금산분리 원칙을 제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등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논의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향후 별 무리 없이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들은 논의과정에서 발의된 법안내용이 수정됐으며, 수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법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당초 제안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통과시킨 경우도 있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작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방어적 차원의 경제민주화를 받아들이면서 야권의 프레임 운동장에 들어왔으며, 여전히 작동 중에 있다고 본다.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표면적 노력은 하고 있지만, 법인세 감액·부자감세 등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기업중심의 정책이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대정신 받아들여”
VS “정책은 역행 중”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강경·보수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도자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MB에게 패배하고, MB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MB는 중도실용주의 노선으로 대선에서 재미를 봤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노선도 그것과 내용이 같다. 그럴싸하게 상품화시킨 것뿐이다. MB의 중도실용주의가 정책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것처럼,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도 선거용 전략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통과된 법안을 보더라도 경제민주화가 굉장히 불안전한 형태로 표출 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p.kr>



말 많고 탈 많은 '프랜차이즈' 왜 싸우나 보니

“파행까지는 아니고 추가 조율 중”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프랜차이즈 본사보다 가맹점주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는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이 프랜차이즈법에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넣자고 주장하면서 파행사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회의 중단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허위 과장광고에 대한 징벌적 손배조항을 담은 수정안을 이날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무위 회의 과정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보통 가맹점 100개 이상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9% 정도로 91%는 점포수가 100개 미만이다. 지난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을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해 통과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는 놀부보쌈 같은 중소 프랜차이즈에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기에 이견이 있었다. 중소 프랜차이즈까지 다 포함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과 아무리 중소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당하는 입장은 똑같기 때문에 경미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부딪혔다. 또한 가맹점만큼 본사의 권익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추가 조율하고 것이고 파행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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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