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한국 국적 이탈 사연

바빠서? “이젠 위성미가 아니랍니다”

골프선수 미셸 위(한국명:위성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나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행전안전부의 관보에 따르면 미셸 위는 지난 2월21일 법무부 장관의 허가 하에 한국 국적을 이탈했다. 이탈사유는 ‘외국 국적 선택’이다.

바쁜 일정으로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 못해
한국인 미셸 위? 국적 포기 비난 이유 없다

국적 이탈은 해당자가 해외에 거주할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고 하와이 태생인 미셸 위와 같이 ‘선천적 복수 국적자(부모가 직장근무, 유학 등의 이유로 출생지주의를 채택한 외국에 체류할 때 태어났거나 국내 다문화가정에서 출생한 자녀)’의 경우 재외공관이 이탈신고를 접수하면 외교통상부 장관을 통해 법무부로 송부되는 방식이다.

‘자랑스런 한국인’
내면의 불편함

이로써 미셸 위에게 ‘위성미’라는 이름은 지워지게 됐다. 물론 남자는 병역문제로 인해 국적 이탈에도 나이제한이 있는 등 까다롭지만 여자는 자유롭게 국적 재취득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셸 위가 굳이 국적을 포기한 배경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년 동안 한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지금에 와서 포기한 이유는 2011년 1월1일 발효된 국적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정된 국적법에 의하면 미셸 위처럼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에 국적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 즉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미셸 위는 그 시기를 놓쳐 미국과 한국 중 한쪽 국적만을 선택해야 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만약 미셸 위가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 절차를 밟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만 22세가 되기 전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쓸 경우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새 국적법이 여지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 관계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미셸 위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면 주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뛸 때 수시로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등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우려됐다.

2005년 10월6일. 전 세계가 한 소녀를 주목했다. 16세 골프천재 미셸 위의 프로전향 기자회견. 나이키와 소니의 후원을 받는 1000만달러 소녀의 탄생이었다. 183cm의 키에 뛰어난 미모, 한국계 미국이민 2세의 성공스토리, 2003년 US 여자 아마추어 링크스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에 빛나는 뛰어난 실력. 글로벌 스포츠자본이 탐낼만했다.

미셸 위는 스타성을 완비한 LPGA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언론도 부응했다. 미셸 위의 뛰어난 상품성에 주목한 언론은 그녀가 아니카 소렌스탐의 뒤를 이어 골프여제로 성장해주길 바랐다. 특히 데뷔 이후의 잇따른 남자대회 출전, 성적부진, 매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은 경험부족과 학업부담을 내세워 팬들에게 기다림을 요구했다.

2007년 스탠포드대학 입학은 미셸 위 셀러브리티의 정점이었다. 하버드와 예일에 주눅 든 한국에서 스탠포드대생 미셸 위는 골프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한국적 셀러브리티의 명성을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엔 미셸 위와 관련된 모든 것이 기사화됐다.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것도 뉴스였고 방송에서 튀어나온 “야마 돈다”는 비속어도 뛰어난 한국어 실력의 증거였다.

국적, 개인의 선택이자 권리
언론의 애국주의와 상업주의


혹자는 빼어난 미모를 좋아했을 수도 있다. 또 스탠포드라는 타이틀에 매력을 느꼈을 수도, 300야드 가까이 되는 호쾌한 드라이브샷에 감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셸 위 인기의 기저에 같은 한국인이라는 핏줄의식이 작동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렇게 열광했던 미셸 위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9만220명의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10만6588명의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 국경 없는 글로벌시대가 아니라 국적 없는 글로벌시대인 듯하다.

국적 변경의 이유도 다양하다. 정치적 신념, 국제결혼, 취업 등이 일반적 이유이다. 재력가들은 조세부담 경감을 위해 국적을 변경하기도 한다. 스포츠세계에선 올림픽 출전을 위해 새로운 조국을 택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다양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의 도피용 국적세탁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적변경은 새로운 기회와 꿈을 향한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국가가 발전할수록 국가단위, 기업단위, 개인단위의 국제네트워킹이 활발해지며 개방사회로 진입하기 때문에 국적변경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일상화될 것이다.

국제연합(UN)은 이미 1948년 12월에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15조에서 ▲모든 사람은 국적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신의 국적을 박탈당하거나 자신의 국적을 바꿀 권리를 부인 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국적 선택의 권리는 기본적 인권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미셸 위는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서 안 되고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미셸 위는 LPGA에서 원래 미국 국적이었다. 중계방송의 리더보드엔 미셸 위의 이름이 성조기와 함께 표기된다.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성공한 재미교포 골퍼 미셸 위가 아닌 ‘자랑스러운 한국인, 우리 선수 위성미’를 고집했다. ‘재미교포 미셸 위’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미셸 위’가 좀 더 먹히기 때문이다.

히트상품 ‘미셸 위’ 개발을 위한 언론의 코드는 미모와 학벌, 그리고 한국인이었다. 미셸 위의 한국에 대한 기억, 한국인으로서의 정서, 한국음식에 대한 기호는 모두 뉴스화 됐다. 전쟁과 가난에 한 맺힌 시절, 국민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자는 애국주의 저널리즘의 ‘자랑스러운 한국인’ 프레임이 군부독재의 국가주의 저널리즘을 거쳐 히트상품 판매를 위한 상업주의 프레임으로 진화된 것이다.

 

“한국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미셸 위의 인터뷰 내용이 배신의 증거인양 자주 인용된다. 지금도 미셸 위는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성장한 미셸 위가 한국계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 않을까?

빅토르 안 선택한
쇼트트랙 황제

나이키와 소니가 미셸 위에게 각 500만달러씩 모두 1000만달러를 투자할 당시, 미셸 위는 불과 16세였다. 조기 발굴, 물량공세, 철저한 독점, 글로벌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미국식 스포츠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찌감치 ‘돈의 맛’을 안 미셸 위가 프로에서 배운 것은 골프만이 아니었다.

2005년 남자대회인 일본프로골프투어 카시오월드오픈이 미셸 위를 초청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은 200만달러. 자가용 비행기에 경호비용까지 모두 포함된 액수이다. 2006년 국내서 열린 SK텔레콤오픈 출전도 적지 않은 초청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니까 기꺼이 자원해 참가했다고 생각했다면 순진한 착각이다. 엄청난 초청비용 이외에도 미셸 위는 건설회사 신영과 30억원짜리 광고계약을 맺었다.

미셸 위에게 한국행은 고수익창출의 마케팅행사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마케팅을 비난할 수 없듯이 미셸 위의 한국마케팅 역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비난해야 한다면 미셸 위의 비즈니스를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고국방문’으로 포장한 언론의 상업주의이다.
감동적인 고국방문을 그대로 믿었다면 미셸 위 팬들의 순진함도 귀책에서 벗어나긴 힘들듯 하다.
미셸 위의 한국 국적 포기 배경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스폰서 확보를 위해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일부에선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서 작성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2011년 발효된 국적법은 선천적 복수 국적자에게 만 22세 전에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쓸 경우 복수 국적을 인정한다.

미셸 위가 이 서약서를 쓸 시기를 놓쳐 한국 국적을 포기하게 됐다는 얘기이다. 배경이 어떠하든 명확한 것은 미셸 위가 미국과 한국 국적을 두고 택일해야 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LPGA 골퍼로서, 재미교포 2세로서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빅토르 안(안현수)과 신의손 당예서 등의 귀화가 미셸 위와 비교된다. 올림픽 출전과 더 좋은 환경이 공통적인 귀화의 배경이지만 선수 개개인의 속사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예서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무려 8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 대한한공 탁구부 훈련 파트너로 한국에 온 것이 2000년. 19살 한창 나이였다.

당예서는 자신의 꿈을 위해 2007년 귀화시험 합격까지 20대 청춘을 무명의 훈련 파트너로 묻어야했다. 빅토르 안의 귀화는 좀 더 처절하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였기 때문이다.

국적, 국가가
부여한 의무?

세계쇼트트랙의 황제로 군림하면서도 빅토르 안은 언제부터인가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했다.
전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해체되면서 황제는 하루아침에 청년실업자로 전락했다. 빙상연맹과 척을 진 안현수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운동선수로서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안현수는 자신을 원한 러시아를 택했다.

1000만 달러 소녀 미셸 위의 한국 국적 포기는 아쉬울 것이 없는 선택이다. 철저하게 상업화된 LPGA 골퍼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지 귀화선수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빅토르 안과 당예서를 미셸 위와 함께 거론하는 것은 왠지 불편하다. 빅토르 안과 당예서의 귀화엔 미셸 위에게는보기 힘든 한국적 현실의 고뇌와 삶의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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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