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성문화 ‘모텔팅·경매섹스’ 천태만상

한국 사회의 성윤리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매매의 단면들을 살펴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낯선 젊은이들이 모텔에서 처음 만나 미팅을 하면서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는 ‘모텔팅’이 있는가 하면 여성을 경매에 붙여 ‘화대’를 흥정하는 ‘경매섹스’도 성행하고 있어 충격적이다. 문제는 이 정도가 아니다. 여고생이 보도방을 끼고 성매매를 한 후 그 돈을 팬클럽의 활동비로 사용한다거나 고등학생들이 성매매의 ‘포주’가 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놀랍고 충격적인 성매매의 이면을 취재했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오가는 ‘화대’는 어느 정도일까. 정부 보고에 따르면 약 2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정부’의 보고일 뿐이다. 여기에 드러나지 않고 감춰져 있는 비용까지 합친다면 3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통성명에서 섹스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져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총 국방비에 맞먹는 엄청난 액수다. 이제는 ‘성매매 여성’이라는 구분 자체도 모호해졌다. 예전에는 집창촌에서 붉은 조명 아래에 있는 특정 여성을 지목하는 말이었지만 이제 성매매 여성들은 집 근처에서, 길거리에서, 혹은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중의 한 명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성매매는 대중화됐고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성매매 시장에는 여고생들과 같은 미성년자도 당당히 참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은 성을 사고 파는 것에 대한 ‘죄의식’마저 희미하다는 것이다.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것으로 모든 것을 용서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소개팅에‘섹스’의 개념이 적나라하게 결합된 이른바 ‘모텔팅’이라는 것이 생겨 충격을 주고 있다.

모텔팅은 기존의 소개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친구들의 소개로 이성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떠들고 웃는 것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그들의 만남이 커피숍이나 술집이 아닌 모텔에서 이뤄진다는 것. 이는 소개팅에 섹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짝을 맞춘 남녀는 모텔에서 술을 먹기 시작한다. 화기애애한 농담이 오가면서 점점 취기가 오르고, 자연스럽게 옷벗기 게임 등이 이어진다. 게임에 진 사람들은 하나씩 옷을 벗으면서 섹시하거나 음란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들의 행위들은 곧 섹스로 이어진다. 1:1의 섹스가 모텔방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가 하면 갱뱅식의 집단 난교도 이어진다. 이렇게 여러 명이 해야 하기 때문에 모텔방도 비교적 큰 것으로 잡는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모텔들이 속속 생겨 방 2개에 거실까지 있는 스위트룸 개념의 모텔들도 있어 여러 명이 그룹섹스를 즐기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행위를 하는 중간중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 촬영을 한다. 새로운 경험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만남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성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충격적인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이러한 만남을 주선하고 이에 응하고 실제 만남을 통해 섹스를 한다는 이야기다.

취재진은 모텔팅을 경험해봤다는 한 남자 대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모임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진 성에 대한 자세를 단적으로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솔직히 나이든 남자든 젊은 남자든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다다익선이라고 했듯이 여러 명의 여자와 함께하는 것을 싫어하는 남자들은 없는 것 같다. 모텔팅을 몇 번 해보면 이제는 소개팅 같은 것은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못한다. 딱 까놓고 서로 이야기한 후에 시작하는 것이 더 깔끔한 것 같다. 특히 낯선 여자들과 하는 재미가 또 남다르지 않은가. 내 주변에서도 모텔팅에 참여하지 못해서 안달이지 모텔팅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거부하는 친구들은 보지 못했다.”

위험한 성관계로
성병 위험에 노출

모텔팅은 폐쇄적인 모임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만약 참여자가 4명이라면 ‘신입회원’이 들어오는 경우는 1명이나 2명 정도다. 기존에 서로 알고 있는 회원이 다른 소개팅 회원을 데리고 오는 방식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성인들의 ‘집단 그룹섹스’와 닮은 부분이 없지 않다.


때로는 친구 따라 강남갔다가 ‘어리바리’ 분위기에 휩쓸려 성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대생 K양은 섹스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는 K양이 그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해 모텔팅에 참여시켰다. 사실 K양은 나이트 클럽에서도 원나잇 스탠드를 자주 하는 편이었고 비교적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는 애초에 모텔팅의 성격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그렇게 함께 술자리에 섞이고 취기가 오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성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본능에 몸을 맞기다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휩쓸린 것이다.

모텔팅의 가장 큰 문제는 성병에 걸릴 위험성이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경우에는 콘돔을 미리 마련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꼬박꼬박 콘돔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늘 성병에 노출되어 있는 것.

모텔팅만큼이나 충격적인 젊은이들의 놀이는 ‘경매 섹스’다. 이는 여러 명의 남자가 모여 여성을 입찰하게 하고 이에 돈을 쓰면서 ‘낙찰’의 재미를 느끼는 게임이다.

입찰하는 여성들은 20대 초반에 가까울수록 값어치가 올라가고 그런 만큼 자신이 버는 수익도 높아지게 된다. 기존의 ‘정찰제’였던 집창촌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성들은 하나의 ‘상품’
베팅남에 최대 서비스

적은 비용에 대충대충 성욕을 해결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여성들에게는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성과 섹스를 하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자본주의적인 경매 논리를 적용시켰다는 점에서 남성들에게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적 재미’를 주기도 한다. 자신이 베팅할 수 있는 금액과 타인들의 또 다른 베팅, 그리고 여기에서 계속해서 ‘고’를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해가면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섹스경매에 참여했던 한 남성의 이야기다.

“사실 섹스 경매는 경매 그 자체도 재미있지만 낙찰을 받은 여성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녀들은 철저하게 하나의 ‘상품’으로서 입찰과 낙찰을 받은 것인 만큼 그녀들의 마음가짐 역시 자신에게 베팅을 한 남성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얌전하고 고분고분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다. 사실 집창촌의 경우에는 남성들이 돈을 내면서도 틱틱거리는 여성들의 말을 들을 수도 있고 때로는 ‘빨리 하라’는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 않는가. 하지만 경매에서 낙찰된 여성들의 경우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스스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다하는 것이다.”

모텔팅과 경매 섹스는 우리 사회의 성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제 이들에게는 더 이상의 금기도, 도덕도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 오로지 남은 것이라고는 성적인 쾌락과 또 다른 변태적인 욕망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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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