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박근혜 때리기' 전격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26 17: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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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미워도 국가원수인데…"해도 너무 한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난과 비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는 '공주'(박 대통령을 지칭)의 인육을 먹고 싶다거나 박 대통령을 암살하자는 내용의 글까지 심심치 않게 눈에 띌 정도다. 일부 대중들의 박 대통령을 향한 섬뜩한 증오는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도를 넘어선 '박근혜 때리기' 실태와 그 원인을 살펴봤다.



"만약 내 부모가 박근혜나 이명박이었으면 난 벌써 죽였다. 오늘 경찰조사(후보 비방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받은 것을 알고 새누리당 편 들어준 엄마를 보니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돼 한번만 내 성질 건드리면 바로 살해해 돼지사료 분쇄기에 쳐넣어 버릴 것이다."

"공주(박근혜 대통령을 지칭) 인육은 얼마나 맛있을까요. 인육 먹고 싶네요. 누가 가져다주세요."

"(박근혜를) 암살 시켰으면 참 좋겠다. 내가 암살 시켰으면 좋겠다."

한 네티즌이 지난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남긴 글들이다. 이 네티즌은 이 같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하고 위협하는 글들을 무려 900여차례나 인터넷에 남겼다. 결국 그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인물로 분류돼 경호상의 문제로 국정원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았지만 오히려 민간인 사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
정당한 경호?


또 지난 14일엔 방송인 낸시랭이 개최한 '박정희와 팝아트투어'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한 참가자가 고 박 전 대통령 내외의 사진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손가락 욕'을 하는 사진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참가자는 사진과 함께 '우리는 순수하다. 그러나 무지는 계몽해야 하고 죄이자, 폭력이다'라는 글을 함께 올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사진을 공개한 SNS에 '1980. 5. 18 대량살인을 정당화한 유신정권. 당연한 권익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고 적어 눈총을 받았다.

"박근혜를 죽여버리자" 섬뜩한 망언
도 넘은 망언 늘어나는 진짜 이유는?

유신정권은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하면서 끝이 났고, 5·18민주화운동의 진압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도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난과 비방이 최근 도를 넘어서고 있다. 요즘 인터넷상에선 원색적인 욕설과 함께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들을 너무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시간이 지날수록 일방적인 비방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비난과 비방은 얼핏 비슷한 말처럼 들리지만 굉장히 큰 차이를 가진 단어다. 비난은 '잘못'이나 '흠'을 전제로 나쁘게 말하는 것이라면, 비방은 '이유 없이' 남을 헐뜯어 나쁘게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난과 비방
현격한 차이


실제로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 심각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미친X 박근혜를 때려잡자' '군대도 안가. 시집도 안가. 완전 사회부적응자' '박근혜는 미친X인 게 분명' 등의 박 대통령을 향한 밑도 끝도 없는 비방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위에서 언급된 한 네티즌의 경우는 '비방 중독증'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그동안 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데에 매달려 왔다. 대학 휴학생인 그는 SNS를 통해 지난해에만 박 대통령과 여당 인사를 비방하는 글 4000여개를 직접 쓰거나 재인용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무분별한 비방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파장력이 큰 유명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팔로워 50만명을 거느린 소설가 공지영은 대선이 끝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나치 치하의 독일 지식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유신 치하의 지식인들은?"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공지영은 "절망은 독재자에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웃에게서 온다"며 "한반도, 이 폐허를 바라보고 서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분명히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 공식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도대체 박 대통령이 왜 독재자인지, 또 박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이 왜 나치 치하의 독일과 비교되어야 하는지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는 비약적인 비방이었다.



또 일부는 황당한 허위사실을 꾸며내 박 대통령을 비방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박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동침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다 구속된 조웅 목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무척 황당무계한 주장이었지만 네티즌들은 조 목사의 주장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조 목사는 이에 힘입어 추가 폭로를 계획하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조 목사는 당시 "박 대통령이 북한에 방북했을 때 마약이 섞인 백두산 삼독주를 마시고 김정일 위원장과 동침했다" "박 대통령이 평양 방문시 정부에 허가 받지 않은 돈 500억원을 들고 갔으며 김일성 동상에 참배했다" 등의 내용을 주장했다. 조 목사는 이미 이전에도 허위사실 유포라는 동종전과로 3차례나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대통령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방이 주류를 이루자 일각에선 ‘국가원수모독죄’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원수모독죄는 독재정권과 군사정권 등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정적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지난 1988년 결국 폐지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비방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일각에서는 국가원수모독죄가 사실상 이미 부활했다는 반발도 거세다. 실제로 박 대통령 취임 후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반인들이 줄줄이 처벌을 받고 있다.

박근혜 비방
줄줄이 처벌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제18대 대통령선거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예비후보를 비방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로 부동산임대업자 김모씨(60)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9월 인터넷사이트 팍스넷 토론실 자유게시판에 접속한 뒤 '아니 칠푼이가 대통령후보깜이 되냐'는 제목으로 "아버지는 독재자이며 색광 어머니는 첩, 동생은 마약 뽕쟁이" 등의 글을 올린 혐의다. 김씨는 지난 해 11월까지 7회에 걸쳐 박 대통령과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를 비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50대 김모씨 역시 대선기간 모두 7차례에 걸쳐 증권정보사이트 토론게시판에 당시 박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등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심지어 한 40대 남성은 지난해 대선기간 박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부 대중들이 도를 넘어 박 대통령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가장 먼저 이념적·지역적으로 자기편이 아니라고 여겨질 경우 무조건적인 증오를 퍼붓고 보는 극단적 역사관이 사회에 만연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대통령을 향한 비난과 비방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등 보수성향의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대한민국 자체의 삐뚤어진 문화 탓이 더 크다는 것이다.

비판의 자유? 명예훼손? 논란 점화
박 대통령, 고소고발 남발하며 난타전

물론 다른 의견들도 있다. 박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독재자의 딸'이라는 분명한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대중들은 지난 대선을 선과 악의 대결로 규정지으면서 대선 패배에 대한 반발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심은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에 대한 온갖 비방으로 이어졌다. 


또 일부에선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과정에서 보여준 미흡함과 일방적 리더십에 대한 반감도 대중들의 '박근혜 때리기'를 더욱 부채질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불통'으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이 주위의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뜻만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논리적인 비판을 할 가치를 못 느끼는 대중들이 화풀이용 비방으로 돌아선 것 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점도 무차별적인 비방이 들끓게 된 한 원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도 "시집도 안 가본 여자" "생식기만 여성" 등의 성적 비하 발언으로 가슴앓이를 했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이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인터넷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는데다 박 대통령에 대한 좀 더 자극적인 발언을 할수록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 구조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영웅심리와 모방심리에 의해 이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이처럼 무차별적인 박근혜 때리기엔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욕설 도배
국격 저하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박근혜 때리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상적인 비판은 분명히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지만 이 같은 비방은 화풀이에 불과하다. 대통령에 대한 비방은 국격을 떨어뜨리고 남남갈등만 부추긴다"며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욕설로 도배하는 것보단 좀 더 논리적으로 비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밑도 끝도 없는 욕설로는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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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