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월 전당대회 ‘흥행저조’ 진짜 속사정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4: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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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는커녕 초교 반장선거만도 못하게 생겼다

[일요시사=정치팀] “나빠도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5월 전당대회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1야당의 전당대회는 그래도 한때는 정치권의 대사(大事)이자 야권의 흥행 보증수표였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진면모가 연설과정에서 드러나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는가 하면, 다른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려 독주를 이어가리라 예상했던 인물이 한순간에 외면당해 눈물을 삼키는 경우도 있었다. 전대 결과는 그대로 총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까지 영향을 미쳤기에, 이것은 곧 야권의 운명과 나아가 국운을 결정지을 것이란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수의 고정 활동가들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관심을 두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이벤트’는커녕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게 생겼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요시사>가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오늘 5월4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엄연히 말하자면 전당대회는 이미 시작됐다.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 합동연설회가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누가 어떠한 내용으로 연설했는지 언론조차 관심을 끄고 그에 대한 보도도 비교적 조용하다. 지지자의 관심을 끌어 올리려는 민주당의 노력에도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색한 전문가
등 돌린 지지자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대선 전과 후를 비교해서 보면 신세가 처량하게 됐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민주통합당 이야기다.”

한 언론인이 칼럼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현 상황의 민주당의 처지를 적절히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 정치전문가는 하나같이 민주당의 쇠락을 점쳤고, 얼마 전 진보논객인 진중권 교수는 “문재인 빼고 민주당은 다 쓰레기더미”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주당을 향한 날 선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


야권 지지자는 일찌감치 등을 돌렸다. 얼마 전 민주당 대의원이었던 당원 김모씨는  민주당을 탈당한 후 “민주당이 뭘 하든 이젠 관심 없다”라며 그간의 행태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문희상도 계파 척결
후보들도 계파 척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야권지지자 원모씨는 “작년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민주당을 응원하며 뉴스와 신문을 꼼꼼히 살폈다. 이제 그런 소식도 끊은 지 오래다. 그게 오히려 편하더라”라고 취재기자에게 민주당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이 민주당이 인정해야 하는 현주소임은 부정할 수 없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은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등 돌린 지지자의 허탈감을 달랠 여유가 없었다. 대선이 끝난 지 벌써 5개월여가 지났지만 민주당 내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었다. 민주당은 끝내 해묵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야심차게 출범한 ‘문희상호’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마저 땅으로 떨어뜨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전당대회에 야권 지지자의 참여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견해다.

탈퇴한 민주당 당원 “민주당이 뭘 하든 이제 관심 없다” 토로
진중권 “문재인 빼고 민주당은 다 쓰레기더미” 파장 일파만파


문제는 이 같은 대립과 말뿐인 공언이 아직도 반복된다는 데 있다. 몇 차례 이루어진 전당대회 연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구호는 ‘계파척결’이다. 민주당은 올해 들어 내내 그랬다.

당초 비대위가 출범하고 문희상 의원이 위원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분열된 민주당을 봉합하기에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문 위원장의 슬로건은 ‘당파주의 종식’이었다. 문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까지 시사하면서 “우리가 이기면 뭐하나. 만경창파 조각배를 타고 선장 누구 하나를 놓고 싸우다 난파선 돼 빠지면 다 죽는다. 민주당이라는 배가 일엽편주처럼 간당간당하는데 뒤집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누란의 위기, 벼랑 끝에 섰다고 생각하면 하나가 돼야 하며, 죽기를 각오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며 계파 및 당파주의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내 모바일선거 도입 주장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한 날 선 비난을 이어가, 야권지지자들은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구호에 그친 계파척결이 이번 전당대회 후보연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도 마음 떠난 지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너무 뻔한 합동연설
‘통합’으로 당심 잡기

후보들은 최근 친노 핵심인사 퇴진론까지 확산된 분란을 의식한 듯, 너도나도 자신이 계파 갈등을 청산할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 대전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들어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강기정 후보는 “주류·비주류 등 계파 얘기가 나오면 민주당은 분열의 길을 걷게 된다”며 “이를 막아내고 재탄생의 길을 걷는데 앞장서겠다”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이어 등장한 김한길 후보는 “우리가 민주당이라는 간판 아래 모인 이후 한 번도 제대로 된 통합을 이룬 적이 없다”며 “이제는 계파 명찰을 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용섭 후보 역시 “계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실력을 갖추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 대표가 되면 앞장서서 공천혁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윤호중·조경태·우원식·신경민·유성협·양승조 후보 등도 계파청산을 역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날 이해찬 전 대표 2선 퇴진을 주장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민석 후보도 계파청산을 언급했다.

제18대 대선 후 계파 갈등 잡음 여전해, 말 뿐인 통합과 화합
노원병 출사표 던진 안철수 재보선 효과에 설 곳 없는 민주당


한 정치전문가는 칼럼을 통해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멀어진 세간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후보는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면 신당 창당이 점쳐진다. 지금 상태의 민주당에게는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될 수도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는 일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의 의견대로 민주당이 등 돌린 지지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노원병에 출마한 안 후보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정국의 이목은 4월24일 노원병 선거에 쏠리고, 언론은 안 후보의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짜며 박근혜정부 5년을 점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열흘 후 맥 빠진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이번 노원병 선거는 안 후보의 첫 번째 정치입문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 당선 여부를 떠나 앞으로 있을 선거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원병 무공천을 결정하고, 이동섭 노원병 위원장이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의 선거 유세 지원을 거절해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제로에 가까워졌다.

재보선 열흘 후 전대  
김한길 독주 속 외면


노원병에서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 김한길 체제의 독주가 이어지는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멀어진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선거에서 떨어진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의 친노시대 종식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목소리다.

그럴 경우 안 후보와 비주류의 선봉인 김한길 후보가 손을 잡아 창당에 가까운 새로운 야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보지만, 김빠진 상태에서 선출된 김 후보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있다.

저조한 흥행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제1야당 민주당의 전당대회. ‘사망 위기’에 놓인 민주당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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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