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뮤지컬 시장 제패 멀지 않았죠”

뮤지컬 <드림걸즈>로 브로드웨이 진출 꿈 이룬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

화려한 무대·스타 배우·연출자·스태프 조화가 성공 비결
한·미 합작 프로젝트 ‘드림걸즈‘ 제작자로 본토 무대 도전장

        
“주위에서 많이 말렸어요. 하지만 꼭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요즘 뮤지컬계의 최고 이슈는 뮤지컬 <드림걸즈>를 통해 전세계 뮤지컬 시장 공략에 나선 오디뮤지컬컴퍼니(이하 오디)의 신춘수 대표다. 그가 미국 브로드웨이와 같이 손잡고 만든 <드림걸즈>는 올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다. 경기침체에다 공연 비수기까지 겹친 이때 제작비 96억원짜리 뮤지컬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경기 불황임에도 티켓 판매가 나쁘지 않다. 좌석 점유율 70%를 넘기고 있다. 초연인 탓에 제작비가 많이 들었지만 현재 추세라면 미미하나마 수익이 날 전망이다. 하지만 신 대표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드는 건 다른 일이다. 제작자로 나선<드림걸즈>를 통해 세계 제패의 꿈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시작, 브로드웨이로 뻗어나간다는 꿈으로 만든 <드림걸즈>는 지난 2월27일 오프닝 이후 관객과 언론의 호평으로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96억원의 제작비, 한국 프로덕션이 주체가 되어 미국 브로드웨이의 제작자, 스태프들이 참여한 한·미 합작 프로젝트인 <드림걸즈>가 세계 최초로 닻을 올린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신춘수 대표는‘월드 프리미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뮤지컬 <드림걸즈>를 만들고자 지난 2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신 대표는 “<드림걸즈> 라이선스 계약을 위해 미국 측 프로듀서인 존 브릴리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를 보자마자 브로드웨이 진출에 대한 나의 구체적인 꿈을 이야기했다”며 “이미 많은 나라에서 라이선스 계약 문제로 그를 찾아왔지만 꿈 이야기로 자신을 설득한 사람은 미스터 신이 유일하다고 했다”고 계약 당시를 설명했다.

해외성공 쉽진 않지만
자신감은 최고조

<드림걸즈>는 공연제작자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게 그를 이끈 견인차라 할 수 있다.
뮤지컬 <드림걸즈>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화려함’이라 할 수 있다. 무대는 황홀함을 넘어 ‘쇼 뮤지컬이란 이런 것’이라는 듯 관객의 눈을 압도한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LED 패널 5개가 상하좌우 360도로 회전하며 무대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킨다. 거기에 400개의 조명기와 600여 벌의 의상, 112개의 가발, 무대는 스크린의 역할까지 겸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다차원적인 무대 메커니즘은 경이로움에 가깝다.
신 대표는 “<드림걸즈>로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는 것이 꿈이다. 그들만의 리그에 뛰어드는 건 만만찮은 일이겠지만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아나갈 자신도 있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드림걸즈>는 가수가 꿈인 디나, 에피, 로렐 세 소녀의 꿈 이야기다. 신 대표의 인생 또한 뮤지컬만큼이나 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는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영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서울예대 영화과에 다시 들어갔다. 재학시절 작은 프로덕션에서 광고 제작, 편집, 카피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영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조감독에서 물러나자 대타로 조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 작품이 <비오는 날의 수채화>다.

‘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등 작품으로 흥행 능력 검증 받아
“성공하더라도 후진양성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발전 가능 없어”


별명 ‘돈키호테’
추진력 아무도 못 말려

영화감독을 꿈꾸던 신 대표는 뮤지컬이 막 산업화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시점에서 우연히 공연과 인연을 맺었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쳤고 자신을 천재라 생각했던 신 대표는 1998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뜻이 맞는 친구들과 작은 기획사를 차렸고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것을 잃을 정도로 참담했다.  
이후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설도윤 대표가 있는 ‘설앤컴퍼니’에 입사해 <사랑은 비를 타고>(1996)를 기획했고 흥행 성공에 힘입어 2001년에 그 작품을 들고 독립했다. ‘세계 공연예술의 문을 연다’는 의미의 ‘Open Door’에서 이름을 딴 오디뮤지컬컴퍼니를 차린 것도 꿈을 향한 첫 발걸음이었다.
신 대표는 “<사랑은 비를 타고> 기획 당시 뮤지컬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재미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대자본이 들어오고, 해외팀과의 작업이 시작되면서 빠른 시간 동안 제작 노하우를 익혔다. 그러면서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싹텄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끊임없는 작업 속에서 노하우를 체득하고
단계적으로 발전을 했다. 2003년에는 ‘뮤지컬 열전’을 만들어 한국에선 공연이 힘들 것이라는 평을 받던 <리틀 샵 오브 호러스> <어쌔신> 같은 작품들에 도전했다.
또 <킹 앤 아이>(2003),
<크레이지 포 유> <지킬 앤 하이드>(2004), <맨 오브 라만차> 등을 줄기차게 무대에 올렸다. 오디는 지난 3년 동안 매출 250억원을 올리며 뮤지컬계에서 무시 못할 존재가 됐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회사를 차려 ‘작품에 꽂혀있는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그에게도 실패와 좌절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확신이 들면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아무도 말리지 못해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바로 ‘돈키호테’다. 돈키호테 정신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올여름 한국에서 미국의 비엔나 웨이츠 프로덕션과 함께 뮤지컬 <드림걸즈>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2010년을 목표로 한·미 합작으로 제작되는 이 작품은 신 대표가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그는 “해외 진출은 절대적이다. 우리나라 시장은 내수에 한계가 있고, 수익 구조를 만들기가 어렵다. 뮤지컬도 콘텐츠를 수출해야 한다. 브로드웨이 진출의 꿈이 지금의 어려움을 견디게 해준다. 내게 최고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드림걸즈>를 준비하면서 다들 말리는 공연을 뚝심 하나로 버텨왔고 솔직히 겁도 났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환상적인 메커니즘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으로 시작하여 지금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
신 대표는 “1000석이 넘는 대극장 장기공연은 모험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정말 뭔가에 홀리지 않았나 할 정도로 무모한 시도였지만 똑같은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면 분명 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며 “주변에서 우려도 많이 했지만 한국 뮤지컬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좋은 작품으로 장기공연에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우리나라 뮤지컬은 성장일로에 있으며 향후 몇 년간은 영화시장처럼 더 좋은 작품들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적인 팽창은 기대 이상일 것이고 질의 차이가 관건이 될 것이란다. 지금보다도 더 심하게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양극화가 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뮤지컬 기업들로 인해 멀지 않은 미래에 몇 차례 지각변동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 대표는 “도태될 회사와 그렇지 않을 회사가 향후 몇 년 안에 결정지어질 것 같다”며 “오디를 포함한 제작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공연프로듀서 3세대에 해당한다. ‘공연프로듀서’란 작품의 선택에서부터 기획, 제작은 물론 연출가와 스태프 선정까지 공연의 전반적인 면을 모두 관장하는 공연기획자를 말한다.
신 대표는 “공연의 예술적인 면을 책임져야 할 연출자가 스폰서 만나고 흥행까지 신경 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연출자는 공연의 완성도에만 신경 쓰고 제작자가 흥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시대가 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뮤지컬이 이벤트화 되어 가는 것 같아 아쉽다”며 “돈이 된다고 하니까 연극·뮤지컬에 뿌리를 두지 않은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뮤지컬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작자의 작품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성공하더라도 후진양성에 재투자하지 않아 발전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수익이 나면 다음 작품을 위해 재투자함으로써 새로운 배우, 우수한 스태프를 확보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음 공연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스타 한 명에 의존하는 작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규모 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인력을 키우고 저변확대에 힘쓰는 것이 오디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책임감을 나타냈다.
신 대표는 한국 뮤지컬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이 이제 막 산업화되는 시기인 만큼 번안이나 창작, 번역 뮤지컬 구분보다는 좋은 작품으로 장기공연해 관객 흡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이 왠지 어렵고 꺼려진다는 사람들도 노래 듣고 박수치다 보면 감동받게 되는 것이 뮤지컬의 진짜 재미”라고 설명하는 신 대표는 “뮤지컬계의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칠 것이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내년엔 가정도 꾸리고
영화감독 데뷔도 계획

오는 11월 미국 ‘아폴로씨어터’ 투어공연을 시작으로 전세계 뮤지컬 시장 제패에 나서는 신춘수 대표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이다.
신 대표는 “‘국내의 좁은 시장을 벗어나 세계적인 콘텐츠를 갖고 해외로 나가 새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고 이제 현실이 됐다. 영국 프로듀서와 손잡고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엔 가정도 꾸리고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할 것이다. 꿈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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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