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가 4세’ 박중원 인생유전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03 13: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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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아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 후계자…축출…건설사 경영…수배…체포….’ 두산가 4세 박중원씨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이다. 사기혐의를 받다 도피했던 그는 4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한때 재계를 호령했던 재벌가 자녀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일까. 박씨의 초라한 몰락, 그 풀스토리를 들여다봤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당구장.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이 당구장에 들어서 한 남자를 찾았다. 1억5000만원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잠적한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씨였다.

당구장서 검거

박씨는 자신이 ‘박중원’이 아니라고 딱 잡아뗐다.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지난 1월 훔친 운전면허증을 내밀었다. 결국 경찰서로 임의 동행해 신분증의 지문과 박씨의 지문이 일치하지 않은 것이 탄로 나자, 자신이 박중원임을 실토했다. 재벌가 4세가 남의 신분증을 훔쳐 도피생활을 하다 당구장에서 검거된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홍모씨에게서 빌린 5000만원을 포함해 주변 지인들로부터 1억50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홍씨는 고소장에서 “박씨가 2주 뒤 200만원의 이자를 얹어주는 조건으로 현금 5000만원을 빌려갔지만 계속 변제 날짜를 미뤘다. 한남동에 있는 자기 소유의 빌라 유치권만 해결되면 은행 대출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건물도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박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해 사건은 올해 1월 기소 중지됐다.


앞서 박씨는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주를 30억원에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하고 같은 해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304만주를 31억원에 자기자본으로 취득한 것으로 허위 공시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등으로 2008년 8월 구속 기소돼 1ㆍ2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대법원 최종 판결이 있을 때 까지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박씨의 인생은 두산가 ‘형제의 난’이후 곤두박질쳤다.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은 창업주는 장남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고 박용오 전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을 슬하에 뒀다.

1996∼1998년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던 박씨의 부친 고 박용오 전 회장은 2005년 동생인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회장으로 추대되는 것을 반대, 20여년 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주장을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후계자 경영수업…경영권 다툼 이후 축출
사기 피소되자 훔친 면허증으로 도피생활

당시 진정서에는 “5남 용만씨가 장남 진원씨와 함께 미국 위스콘신에 ‘뉴트라팍’이라는 위장계열사를 차려 870억원을 밀반출했고, 3남 용성씨와 용만씨가 ‘태맥’ ‘동현엔지니어링’ ‘넵스’ 등의 회사를 통해 20년간 총 17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박 전 회장의 갑작스런 행동은 곧바로 양측의 걷잡을 수 없는 폭로전으로 이어졌다. 동생들 은 박 전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던 두산산업개발의 27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을 폭로하며 맞불작전에 나섰다.

1년6개월간 지속됐던 형제들간 법정다툼은 박 전 회장과 그의 가족들을 ‘두산가의 가문’에서 완전히 제명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박 전 회장은 그룹경영권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당시 두산산업개발 상무로 있던 박씨도 해임돼 그룹과 결별했다.


이후 박 전 회장의 일가는 성지건설을 인수해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최대주주였던 장남 박경원 전 성지건설 사장의 지분은 모두 소각됐고, 성지건설 부사장으로 있던 박씨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9년엔 심각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버지 박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맞기도 했다. 업계안팎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외로움을 겪어오던 박 전 회장이 재기의 발판으로 성지건설을 인수하며 명예회복을 꿈꿨지만, 경영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한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형제들간의 반목 속에서 박 전 회장이 명예와 지위를 모두 잃은 점을 감안할 때 ‘두산가 제명’은 해묵은 사안이 됐을지라도 그와 그 일가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것으로 파악했다.

집안서 따돌림

박 전 회장이 남긴 A4 용지 7장 분량의 유서에서도 그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박 전 회장은 유서에는 “자신과 함께 두산가에서 배제됐던 두 아들을 다시 두산가의 사람으로 받아 들여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두산가 로열 패밀리’들이 부친의 자살에 이어 벼랑 끝으로 몰린 조카는 보듬어주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박씨는 현재 경찰서에서 수배관서인 성북경찰서로 이송돼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재벌 후계자. 한때는 소위 말하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부러움을 샀지만, 이제는 1억5000만원 때문에 다시 검찰에 넘어갈 처지가 됐다.


김설아 기자 <sasa198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운의 성지건설은 지금?
추락하다 정상궤도

두산가 전 사주의 자살과 각종 악재로 수난을 겪었던 ‘비운의 건설사’ 성지건설은 최근 과거의 영예를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고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그룹에서 나와 2007년 인수한 성지건설은 박 전 회장 타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 2011년 11월 충북지역 대표건설사인 대원에 인수됐다. 지난해 1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면서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성지건설은 최근 청주 율량2지구 6블럭 ‘대원칸타빌3차’ 신축사업에서 양호한 분양성과를 달성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사업에서 분양률 100%를 달성해 170억원 규모의 수익을 냈다. 2011년 분양수익이 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성지건설은 또 지난해 토목과 건축부문 12개 사업장에서 130억 원의 공사수익을 얻었다. 분양 및 공사를 통해 총 300억 원의 수익을 낸 셈이다. 주가 역시 실적 발표 후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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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