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청문회 ‘대북 문제’ 비공개 진짜이유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18 11: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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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보력 빵점! 들킬 바엔 덮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정부와 함께할 인사들에 대한 청문회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막판까지 진통을 겪으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청문회가 있다. 18~19일 양일간에 거쳐 개최되는 국정원장 인사청문회가 그것이다. 진통 끝에 합의된 인사청문회의 조건은 ‘대북 문제’ 비공개. 그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새누리당의 꼼수는 국정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이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다음 날인 13일.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는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극적 합의했다. 양측 모두 반반씩 양보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북 기밀, 과연 있나?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가 인사청문회 개최를 합의하기 직전. 정청래 의원실 관계자와 <일요시사> 간 긴급한 통화가 이어졌다. 국정원장 인사청문회가 언제까지 미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관계자는 “늦어도 19일까지 마무리돼야 하지만, 여야 모두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전에 청문회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가 남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양일간에 거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팽팽하게 대립했던 두 가지 사안을 놓고 일정 수준에서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였다.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여야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이유는 두 가지였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관련자의 청문회 요구와 청문회 공개여부가 골자였다. 북한 핵문제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시점이라 양측은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더욱 예민한 모습을 보여, 이대로 청문회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치열한 설전 끝에 민주당은 참고인 신청을 청문회가 아닌 상임위에서 별도로 다루기로 합의했다. 대신 민주당은 18일 개최되는 신상 및 도덕성 검증 청문회에 대해서는 공개, 19일 대북 문제를 비롯한 내부 보안사항 청문회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결정했다.

양측 모두 일보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상부문 공개 뒤 정책부문 비공개’는 당초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사안으로, 새누리당이 거둔 수확이 더 크다는 평이다.

합의를 전후한 정 의원의 주장을 보더라도 새누리당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새누리당은 참고인 출석과 ‘대북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것을 저지했다.

참고인 출석 상임위서 개최, 신상?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합의
‘공안정국’ 혜택 입는 GH정부, ‘레드 콤플렉스’ 사수 총력

청문회 대북문제 비공개는 여야 간 팽팽한 대립 끝에 극적 타결 됐지만, 이는 이미 예견된 사안이었다. 일반적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대북문제는 보안사항으로 비공개로 개최되는 게 원칙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사안과 밀접히 연결된 국방위 소속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들은 국정원 사건 관련자 청문회 신청을 별도의 상임위를 통해 다루기로 합의한 새누리당의 속내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청문회에서 대북문제가 공개적으로 다뤄질 경우, MB정부와 현 정부의 국정원을 둘러싼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다.

한 국방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실, 대북문제에 대해 거론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국정원장 청문회 과정에서 지난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문답이 오갈 것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 되고 있는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서도 예리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라며 “북한정보 수집은 국정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해 여론 조작하느라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마치 국정원이 대북 정보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대북문제 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방위 관계자는 “이전에는 북한 문제가 일급기밀로 다뤄졌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쌓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MB정권에서 기밀에 해당할 만한 북한정보는 거의 없다. 국정원이 국내정보 수집에 더욱 열을 냈기 때문”이라며 “청문회에서 대북 문제가 공개적으로 다뤄질 경우, 국정원장 후보자가 대북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방위 소속의 김광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정의 대북 정보력을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국방부나 국정원이나 대북 정보력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국가 안위와 관련된 기관이 정치기구화 된 것은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라며 “국정원이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정원이 낭비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될 경우 새누리당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으로선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 그리고 권력기관 사유화 정황이 드러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국정원 재점화 막아야

갑자기 불어 닥친 북한발(發) ‘순수 북풍’으로 박근혜 정부가 ‘공안정국’이라는 혜택을 입는 현 상황도 그렇다.

만약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이 바닥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오랫동안 여당의 권력에 힘을 실었던 국민의 ‘레드 콤플렉스’를 부추길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현재까지 지지율 하락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전후해 뜨겁게 논란이 됐던 국정원 사건의 뒷이야기가 재점화되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만큼 힘 빠지는 상황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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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