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운명 쥔 ‘4월 전쟁’ 시나리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21 14: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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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도 새누리도 ‘철수 눈치’ 살피다 날 샌다

[일요시사=정치팀] 폭발 일보직전이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노원병은 작년 18대 대선을 잇는 축소판으로 ‘미니대선’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격전지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김빠진 선거판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야 모두 ‘이제는 거물’인 안 전 교수를 대적할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안 전 교수의 무혈입성을 구경할 수만은 없는 노릇. 질 때 지더라도 용감하게 지기 위한 각 당의 전략을 <일요시사>가 내다봤다.




4·24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정국은 전초전의 기류가 뚜렷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각 당 유력후보자들이 매체를 통해 벌써부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 팽팽한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여야 각 정당들이 겉으론 유력후보인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대항마를 내세우기 위해 고심하는 듯 보이지만, 겉으론 이미 포기한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붙는 척’ 빠지고
‘빠지는 척’ 붙고

각종 매체들은 앞 다퉈 4월 재보선을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이 전쟁에서 가장 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이는 단연 안 전 교수다. 안 전 교수의 등장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실로 깊은 당혹감에 빠졌다.

민주당은 일단 ‘(안철수 전 교수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고, 새누리당은 침묵했다. 반면 노원병 국회의원이었던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안 전 교수에 대해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이 같은 각 당의 반응만 보더라도 오는 노원병에서 치러지는 4월 재보선을 대충은 예측할 수 있다.

일단 민주당은 선거과정에서 안 전 교수와 정면으로 대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월 재보선을 ‘한 몫 챙기는 판’이 아닌 ‘털고 정리하는 판’으로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단지 그 방법을 두고 당내 의견이 갈리고 있을 뿐이다.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만, 정작 내부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출정은 ‘환영’
지원은 ‘글쎄’


들여다보면 민주당의 고민이 가장 깊다. 우선 민주당은 당장 노원병 지역구에 후보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지난 대선 때 안 전 교수가 양보했던 만큼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의견과,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안 전 교수 출마에 공격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노원병에 어떠한 전략으로 접근해 선거를 마무리할 것인지 의견 정리가 안 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노원병지역위원장인 이동섭 전 국민대 교수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위원장이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민주당으로선 나쁘지 않은 전개라는 평이다. 비록 안 전 교수에 비해 이 위원장의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이 위원장의 출마는 안 전 교수와 민주당 모두에게 손해 볼 게 없는 카드다.

이 위원장은 지역 토박이로 안 전 교수에 맞설 명분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경쟁력 있는’ 후보자로 선거운동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진퇴양난 민주당 ‘불임정당’ 오명 벗고, 노원병 당락 결정 피해
5월 전당대회 총력, 10월 재보선?내년 6월 지방선거에 올인

이것 하나로 민주당이 ‘털 수 있는 것’들은 의외로 많다. 첫째로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 전 교수와 맞붙을 선수로 민주당이 당을 대표하는 거물급 인사를 내세울 경우, 자칫하다 노원병을 고스란히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격으로 바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민주당 거물이 선거에서 패할 경우 민주당은 망신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는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완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두 번째는 민주당으로선 이 위원장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소극적으로 하면서 안 전 교수 측을 자극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민주당은 극심한 계파갈등으로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 밖 선거에 여력을 쏟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오는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최대한 ‘안풍’을 피해 전대의 바람이 빠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안 전 교수에게 총공세를 가해 경쟁구도로 가는 것은 오는 전당대회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자제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에게 오는 노원병 재보선이 정치적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최적의 배양조건이 된다는 점이다. 안 전 교수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전국에 알릴 수 있는 점도 그렇고, 젊고 참신한 인재로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가 노원병 재보선이다.

이준석·홍정욱 거부
바람 빠진 새누리

하지만 당 안팎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한다”라는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안 전 교수를 밀어주려면 확실히 밀어주든지, 아니면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워 제대로 한 판 붙어보고 그때 단일화를 해야지. 제1야당답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의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재보선 과정에서도 적잖은 의견대립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사정은 민주당보다 더 심각하다. 표면적으론 거물급을 내세워 안 전 교수와 맞장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마땅히 나서는 후보가 없어 답답한 지경이다. 이를 둘러싸고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노원병에서 ‘버리는 카드’를 쓸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승산 없는 게임에 뛰어들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이동섭 카드’가 있다면 당초 새누리당에도 새내기 ‘이준석 카드’가 있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제2의 손수조’로 안 전 교수의 대항마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궈 노원병 출마 적격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얼마 후 이 위원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새누리당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제2의 손수조 카드에 다소 힘이 빠진 상태다. 새누리당이 이준석의 대타를 찾아낼지는 미지수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 “이기는 카드로 맞서야” VS “제2손수조 카드 써야” 
‘제2의 인재근’ 노회찬 부인 김지선, 안철수 저격수로 나설 듯

반면 노원병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원병이 서울의 유일한 선거지역인 만큼, 여당으로서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원희룡, 나경원 전 의원 등이다.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선규 전 선대위 대변인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외에도 현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던 전직 의원이 자발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거나, 전혀 의외의 인물이 안 전 교수 대항마로 전략공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2의 인재근’으로 불리며 노원병 점령을 선포한 김지선씨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으로, 안 전 교수 공격수를 맡게 될 공산이 크다. 김씨는 안 전 교수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지만, 단일화 협상 막판까지 안 전 교수를 몰아붙이며 노원병 재보선에 흥행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안 전 교수 공격수로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진보정의당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김씨가 노원병에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설령 단일화가 무산돼 진보정의당 후보가 완주하더라도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얼핏 보면 ‘다자구도’
알고 보면 ‘1:1구도’

정치권은 각 당에서 누가 출마하더라도 안 전 교수가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혹시 모를 변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에 의해 안 전 교수에 대한 검증이 재차 진행될 가능성, 그리고 새누리당 후보의 예상외 선전으로 안 전 교수 지지층을 흡수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야권표 분열로 인한 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도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 정치전문가는 “노원병 재보선이 안 전 교수와 새누리당, 민주당, 진보정의당의 ‘다자구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야권이 판을 깨려고 덤비진 않을 것이다. 안 전 교수와 새누리당 ‘1:1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수밖에 없는 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라면서 “작년 지방선거부터 시작된 ‘안철수 현상’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다. 대선을 거쳐 이번 재보선도 안철수 현상 아래 있다. 사실상 선거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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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