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대부’ 박준 성폭행 파문

여직원을 성노리개로 마구 놀린 '아랫도리'

[일요시사=사회팀] 국내 ‘미용업계 대부’라 불리는 박준씨가 성추문에 휘말려 40년 넘게 이어온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됐다. 박씨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여비서 뿐 아니라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온갖 성희롱과 추행을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의 이 같은 행동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이어져온 일이라는 것. 탤런트 박시후에 이어 박준까지 최근 권위를 남용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최근 국내 유명 헤어디자이너로 유명한 박준씨가 상습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은 박준(본명 박남식·62)씨에 대해 자신의 업체 여직원 4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박시후 성추문 사건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발생한 일이라 전국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박씨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미용실 브랜드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미국·필리핀·유럽 등 국내외 150여개의 프랜차이즈 지점을 두면서 ‘미용계의 황제’ 혹은 ‘미용업계 대부’로 불리기도 한다. 박준이 잇단 성추문에 휘말리면서 헤어디자이너를 꿈꾸고 그를 우상으로 여기며 ‘포스트 박준’으로 거듭나길 바라던 많은 젊은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무실·세미나
장소 가리지 않아

박씨는 서울 청담동 미용실에서 직원 1명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경기 양평군 한 사찰에서 다른 직원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미용실 건물에서 자신의 비서로 일하는 직원 A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올해 초 경기도 양평의 한 사찰에서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술에 취해 직원 B씨 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올해 1월 박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 1월23일 경찰의 성폭력피해 원스톱지원센터를 찾아 박씨를 고소했고, 다른 여직원 3명은 지난달 18일 강제추행 혐의로 박씨를 추가 고소했다.

박씨의 개인 여비서로 근무했던 A씨는 조사에서 “박씨가 성관계를 요구했을 때 거부하고 싶었지만 직속 상사인 데다 회사 대표라 반항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해고된 모 직원은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자 이유 없이 해고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용계에서 박씨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고도 알리지 못하는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비서·직원 등 수차례 강간 혐의로 수사
“지위 이용해 성희롱·추행” 주장 잇달아

고소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직원 A씨와 몇 번 성관계를 가진 것은 맞지만 합의하에 한 것이지 강제성은 전혀 없었다. 성추행 또한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한 것이지 강압적으로 한 부분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사회적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고소내용은 상당부분 허위·왜곡됐다. 고소인들이 비슷한 시기에 그만둔 바 있어 고소 의도와 취지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들과 박씨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은 끝이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5일 “당사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이 사건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기각한다”는 서울중앙지법의 뜻에 따라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세월 흘러도
몹쓸 버릇 여전

영장이 기각되면서 박씨는 한시름 놓게 됐지만 한번 더렵혀진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박씨 측근에서 근무했던 한 미용업계 관계자가 박씨의 못된 손버릇(?)에 대해 폭로하면서 ‘박준 성추문 사건’은 영장기각으로 일단락됐다고 하기엔 섣부르다. 되레 고소인들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에 놓인 상태다.

미용업계 20년 경력의 한 남성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준뷰티랩 청담점’에 근무했던 여직원들의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낱낱이 공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박씨의 손버릇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은 미용업 종사자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특히 박준뷰티랩의 메카인 청담점에서 근무할 시 스태프들은 자신이 박씨에게 당했던(?) 성적 경험담을 서로에게 터놓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는 한창 명성을 날릴 15년 전 당시에도 고쳐지지 않는 몹쓸 손버릇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전해졌다. 박씨가 90년대 말에도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피해자 부모들이 한꺼번에 고소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에도 박씨는 청담점에 근무했던 일부 여직원들을 상대로 강제 성추행 및 성폭행을 저질러 피해자들의 부모가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항의·고소를 감행했으나 적당한 합의를 거쳐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씨는 내부에서 불거진 자신의 불미스러운 일을 무마시키고자 영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박씨가 여직원의 가슴이나 등, 허벅지를 만지는 일은 예사였다. 여직원들에게 커피나 음료 심부름을 시킨 뒤 ‘여기 와서 잠깐 나 좀 안아주면 안 돼?’ ‘나한테 뽀뽀해주면 안 돼?’ 등 노골적인 성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며 “작고 얌전하고 말 못할 친구,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친구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런 사실을 입수하게 된 경로는 박준뷰티랩 청담점에 근무했던 피해 여직원 5∼6명과 직접 상담을 통해서였다. 피해 여성들은 그에게 “일상화된 박씨의 성폭력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신의 방으로 호출하거나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여직원들이 꼭 2명씩 붙어 다녔으며 밤에 미용실에 여직원 혼자 남는 일도 금기시했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는 ‘떵떵’
피해자는 ‘쉬쉬’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내부 직원들과 일부 미용업계에서만 알고 있었을 뿐 공론화되지 않았는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미용업계에서 차지하는 박준 대표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었다. 예비 미용인들은 일제히 ‘박준’을 지지했고 견습생들이나 스태프 등 대부분은 청담동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하는데다 박씨의 경우는 국내외 프랜차이즈 점포만 150개나 가지고 있는 미용업계 거물이어서 개인이 대적하기에는 너무 벅찬 상대였다.

따라서 당시 박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피해 여직원들 부모도 딸의 안위와 미래를 걱정해 중간에 소를 취하하거나 합의로 무마시키는 경우가 파다했다고 한다. 특히 성추문은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면 피해자의 이름이라든지 모든 게 노출되는 것을 감수해야한다는 점과 좁은 미용업계에서 안 좋은 소문이 흐르면 자칫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는 불안감이 작용해 합의하는 선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성관계 거절하자 “당장 나가!” 해고
“손버릇 더럽다”…14년 전에도 피소

관계자는 “국내 미용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내부에 만연해 있는 성폭력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공론화돼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여성 직원이 많은 미용업계의 경우 성범죄가 만연하게 발생할 수 있어 관련 상담원이나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 지금은 묻힐 수 있었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으며 앞으로 더 미용업계가 개선되고 발전해야 한다”고 일침 했다.

박씨의 성추문에 관련된 제보는 SNS를 통해 꼬리를 물며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21년 전에 우리 누나도 박준한테 당해서 바로 그만두고 나왔다” “사실 나도 수년전에 영국에서 당했다. 갑자기 술을 두 잔 마시더니 몸을 더듬었고, 이를 언론에 노출시키면 네 신상 또한 노출될 거라고 협박까지 했다” 등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그의 파렴치한 행동들이 인터넷상에 떠돌며 가십거리로 치부되고 있었다.

잇따르는 제보에
굴욕적인 오명도

전문가들은 박시후에 이어 박준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피소를 당했다고 해서 각종 ‘설’과 추측성 보도로 당사자에게 제 3의 피해를 주는 것은 잘못됐다”며 “박시후의 경우도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는 무죄일 수 있고 박준 역시 고소인과 합의를 하려 했다는 정황이 떠돌고 있지만, 자신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받을 의지도 내비친 만큼 유·무죄를 떠나 사건의 결과를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현재 영장 기각으로 모든 혐의가 부인된 상태지만 자신의 과오로 국내 최고의 헤어디자이너라는 명성을 되찾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서경대학교에서 명예 미용학 박사를 수여받음은 물론 국내 헤어업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성공신화를 이루어 내며 많은 미용업계 종사자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했던 박준. 그는 이번 성추문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오명을 쓰게 됐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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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