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반전의 사나이 강용석 전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4 13: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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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에서 호감으로? "괴짜지만 괜찮아"

[일요시사=정치팀] 강용석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정치권의 대표적인 '비호감' 인물이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정치인으로선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개그맨을 고소하는 기행으로 국민들에겐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결국 지난 4·11총선에선 현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4.3%의 초라한 지지율로 낙선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강 전 의원의 '반전매력'이 화제다. 기존 정치인의 틀을 벗어난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남들은 하나도 힘들다는 TV프로그램 MC자리를 세 개나 꿰찼다. '반전의 사나이' 강용석. 그의 저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강용석 전 의원은 분명히 '이상한 사람'이다. 본인 스스로도 이를 시인하듯 '괴짜'들만 출연한다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고소고발 집착남'이라는 타이틀로 출연하기도 했다. 또 그는 불과 3년 전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권에서 퇴출위기에 처했었던 '나쁜남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는 그의 별명처럼 최근 여러 예능프로그램들을 섭렵하며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이미지 반전에 성공했다. 비호감에서 호감인물로 돌아섰던 방송인 김구라씨가 롤모델이라던 그의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정치권에 돌아오겠다는 강 전 의원. 그는 자신에게 덧씌워진 여러 가지 편견을 극복하고 정치인으로서 화려하게 복귀 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괴짜' 강 전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강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이후 사실상 정치권에서 퇴출위기에 몰렸었다. 그런데 최근 여러 방송의 MC를 맡으며 이미지 개선에 성공하고 있다. 달라진 사람들의 반응을 실감하는지?
▲ 가장 먼저 인터넷 댓글에서 변화를 실감한다. 재작년 11월 개그맨 최효종씨를 고소했을 때 내 블로그에 악플만 1만8000여 건이 달렸었다. 그런데 요즘 기사에는 그래도 굉장히 우호적인 댓글이 많다. 물론 아직도 ‘쟤 왜 나왔냐’하는 반응들도 많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 이미지 개선에 성공 할 수 있었던 비결은?
▲ 아무래도 방송의 힘이 크다. 정치는 오래하면 오래 할수록 적이 늘어나는데 방송은 오래할수록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방송에선 주로 좋은 면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방송에 출연한 것인가?
▲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내가 출연한 후 시청률이 잘나오다 보니 여기저기서 출연섭외가 들어왔다. (일례로) 과거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은 내가 먼저 원해서 출연한 게 맞지만, <슈퍼스타K>의 경우는 내가 먼저 출연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 국회의원 시절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큰 곤혹을 치렀다. 당시 끝까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그 후 발언을 들었다는 증인들이 추가로 나왔다.
▲ 당시 상황이 이젠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 발언을 실제로 했는지 안했는지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이미 아나운서협회 측에 사과를 했고, 합의가 이뤄졌다. 

- 정치인 출신임에도 의외로 방송을 무척 잘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정치보다 방송이 더 적성에 맞는 것은 아닌지?
▲ (웃음) 방송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생각하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치에 복귀할 계획이다.

- TV조선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을 통해 진행자로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는데 강 전 의원을 기용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비록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지만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셨다. 실제로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은 10여 주 동안 TV조선 전체 프로그램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기대에 보답했다.

- 하버드 출신 법조인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처음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 2004년 총선에 출마하면서 처음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미국 유학 후 2003년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마침 다음 해에 총선이 있어서 출마하게 됐다. 물론 주변에서의 출마 권유도 있었지만 결정은 내가 했다.

악플 1만8000개 달리던 비호감 정치인의 역습
"인지도는 내가 최고!" 화려한 정치복귀 꿈꾼다

-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중앙선대위 법률지원팀장을 맡았다. 여러 정치인들의 저격수로 활동한 강 전 의원이 보기에 당시 이명박 후보를 향한 BBK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나?
▲ 당시 나는 의혹을 방어하는 입장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나는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됐다. BBK사건의 핵심은 김경준씨가 주가조작을 해서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것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러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이미 완전히 손을 떼고 자금도 모두 회수했는데 왜 문제가 됐는지 모르겠다.

- 19대 총선에서 현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4.3%의 낮은 지지율로 낙선했다. 무소속 후보로서 정당정치의 벽에 막힌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또는 본인의 잘못 때문인지?
▲ 두 가지 이유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소속 후보의 한계가 명확했다. 앞으로 다시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 강 전 의원은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지만 한편으론 이미지 정치만 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인으로서 그동안 어떤 성과를 남겼나?
▲ 사실 임기 시작 후 2년 만에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여론의 된서리를 맞아 정상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지역구내 유일한 남자학교인 경성중고등학교를 특별 교부금 100억원을 받아 완전히 신축했다. 또 당인리 발전소나 여러 가지 지역현안 문제에 있어서 진전을 거뒀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후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만약 지역을 위해 다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를 마무리 짓고 싶다.

- 정치인의 길을 계속 걷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다. 정치인의 길을 계속 걷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꿈꿔왔던 것들이 있는데 아직도 다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물론 꼭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정치를 계속 하고자 한다.

- 정치복귀 계획은 있나? 재보선 출마여부는?
▲ 재보선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다음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크지만 아직도 3년이나 남아있어 지금 당장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렵다.

- 복귀한다면 새누리당으로 복귀하는 것인가? 최근 강 전 의원의 인기가 올라간 만큼 새누리당에서의 러브콜은 없었나?
▲ 물론 복귀한다면 새누리당으로 복귀해 과거 활동했던 지역구에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의 교섭여부는 현재 밝힐 수가 없는 부분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많은 분들이 정치에서는 왜 영웅이 나오지 않느냐는 말씀들을 하신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정치인도 영웅이 될 수 없다. 언론과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하고 비판한다. 또 정치권을 너무 몰아세우다 보니 많은 정치인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증에 빠져버린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는데 국민들께서 좀 더 크고 넓은 시각으로 국정을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강용석 전 의원 프로필>

▲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 이명박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법률지원팀 팀장
▲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 제18대 국회의원
▲ 법무법인 넥스트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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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