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보고 부러워하니 아내도 보고 따라잡기

드라마 <내조의 여왕> 인기비결 <넷>

<내조의 여왕>은 김남주의 드라마다. 김남주가 안방극장에 돌아온 건 <그 여자네 집> 이후 8년 만이다. 그 사이 김남주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아줌마’가 됐다.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내조의 여왕>은 전통적인 ‘아줌마 드라마’에 30~40대 직장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직장 드라마를 접목시켜 남녀 시청자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스크린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들이 사경(?)을 헤매는 사이 안방극장을 접수한 <내조의 여왕>의 인기비결 넷을 꼽아 보았다.

김남주 ‘CF 퀸’서 ‘코믹연기 퀸’으로… 캐릭터 매력과 신선도 높여
천지애 캐릭터 둘러싼 인물들 멋진 조화,  시청률 상승 요인에 한몫



인기비결<하나> 김남주의 변신

‘CF 퀸’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김남주는 <내조의 여왕>을 통해 코믹 배우로 제대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매회 그녀가 빚어내는 유쾌하고 코믹한 모습에 안방극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수십 편의 CF 속에서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선사하던 여배우에게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 때문에 김남주의 색다른 변신은 캐릭터의 매력과 신선도를 배가시키며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다.

<내조의 여왕>의 고동선 PD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남주를 캐스팅할 당시 불안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코믹연기, 눈물연기 등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훌륭한 배우”라며 그녀의 연기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김남주의 성공 전략은 ‘줌마렐라’ 열풍과 톱스타들의 ‘탈신비주의’, 대중과의 눈높이 대화법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김남주는 극중 한때는 잘나갔으나 지금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30대 주부 천지애 역을 맡아 못난 남편의 성공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혈 아줌마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성기 시절의 미모와 인기에 집착하는 대신 자신의 현실과 대중의 현실을 동시에 투영한 결과다. 시청자들은 김남주의 눈높이 연기에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김남주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벗고 변신을 꾀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김남주 본인이 망가짐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가 인기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속사를 옮기고 첫 작품을 선정하면서 많은 고심을 했는데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본인 역시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비결<둘>다양한 캐릭터의 변화

진부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에 질려 있던 시청자들은 천지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천지애는 20대 청춘에서 벗어나 현실에 찌들어 사는 30대 기혼녀들의 현실과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창 시절엔 잘나가는 퀸카였으나 남편 잘못 만나 고생하는 천지애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동질감과 연민을 느낀다. 여고 동창생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우월감과 열등감이 30대에 역전되는 상황도 예리하게 현실을 파고든다.

그러나 천지애의 매력은 무엇보다 당당함에 있다. 천지애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그네틱’을 ‘마그네슘’으로, ‘새옹지마’를 ‘다홍치마’로 헷갈리는 푼수지만 25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을 양봉순 앞에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못난 남편을 성공시키려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지도 히스테리를 부리지도 않는다. 자긍심을 잃지 않으며 오만하지 않으면서도 매사에 당당하다.
천지애가 빛이 나는 것은 이 캐릭터를 둘러싼 인물들이 멋진 조화를 이뤄내기 때문이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더욱 빛이 난다.

콤플렉스를 발판으로 삼아 성공하지만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양봉순(이혜영), 똑똑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지만 사회성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지애의 남편 달수(오지호), 정략결혼한 아내에게서 권태감을 느끼고 아줌마 천지애에게 매력을 느끼는 태준(윤상현), 고교시절 사랑했던 지애를 잊지 못하는 준혁(최철호), 그리고 태준에게서 외면당하고 대학 선배 달수에게 사랑을 느끼는 소현(선우선) 등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며 천지애와 함께 앙상블 효과를 낸다.

인기비결<셋> 시대 반영한 공감대

김남주의 변신이나 캐릭터들의 조화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순간순간 재미를 잃지 않는 대본과 연출 때문이다.
<내조의 여왕>은 온달수(오지호)를 성공시키려는 천지애(김남주)의 코믹한 내조 이야기로 공감과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깊이를 갖췄다. 그것은 물질이 곧 성공이고 원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막장 드라마’의 대안이다.
박지은 작가는 이른바 ‘줌마렐라’식의 황당무계한 성공담이나 ‘아내의 유혹’ 같은 막장 드라마 콘셉트를 철저히 배제하고 세태를 풍자한 코믹극에 초점을 맞췄다.

남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는 아내들, 여고 동창생의 지위 역전, 경제불황과 맞물린 보통사람들의 생활고, 직장 내 샐러리맨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부부 사이의 권태감 등 시대를 반영하는 무거운 소재들을 가벼운 코믹 코드로 풀어내 남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내조의 여왕>의 성공은 여성 시청자뿐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까지 끌어들인 결과다. 여러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멜로라인은 전형적인 드라마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기혼남녀들이 흔히 느낄 만한 문제들을 코믹하게 풀어낸 점이 호평받고 있다.
복잡한 멜로라인도 일반적인 도덕관념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 욕구를 자극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는 것도 장점이다. 재미있고 공감도 가는데 유익하기까지 하다니, <내조의 여왕>이 인기를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조의 여왕>의 극중 주인공 천지애(김남주)와 앙숙 양봉순(이혜영)의 대결이 극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패션 대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봄 최고의 트렌드세터인 김남주와 이혜영의 드라마 속 스타일이 불황속에서도 여성들에게 따라 하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천지애 역의 김남주 패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로맨틱이다. 물결치는 갈색 단발머리부터 핑크색 입술까지. 사랑스러운 아이템으로 천방지축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천지애를 표현하고 있다.

경제난에 물불 안 가리는 남편 출세시키기…재미있고 공감 가고 유익하고
김남주 ‘발랄한 캐주얼 할리우드 룩’ vs 이혜영 ‘럭셔리 파리지엥 스타일’

인기비결<넷> 김남주VS이혜영 패션 대결 ‘후끈’


요즘 최고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른바 ‘물결머리’는 이번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 어깨 정도 길이의 굵은 웨이브로 여성스럽고 고전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브라운으로 염색해 경쾌함을 더했다. 발랄한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스타일 덕분에 요즘 미용실마다 ‘김남주 파마’를 해 달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유롭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의상을 직접 만들어 입는다는 설정 탓에 브랜드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명품 의상은 되도록 피한다.
예쁘게만 차려입는 다른 여주인공과는 달리 화사한 파스텔톤 색상으로 활동적이면서도 캐주얼한 모습으로 사랑스럽고 세련된 아줌마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큼직한 플라워 패턴을 사용하고 리본이나 레이스 등의 아이템으로 여성스러움과 발랄한 매력을 더해준다.
숏 팬츠나 배기 팬츠에 컬러풀한 니트 가디건에 얇은 벨트, 디테일이 과하지 않은 심플한 재킷을 걸친다. 원피스 위주보다는 상의와 하의를 적절하게 각 아이템마다 믹스 매치해서 연출하고 있다. 특히 매 신마다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프티 스카프와 가방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다.
반면 여유로운 부장 사모님 양봉순 역 이혜영의 패션은 럭셔리하고 시크한 콘셉트로 주로 원피스에 재킷,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소품과 액세서리로 우아하게 연출한다. 은은한 색상의 옷을 즐겨 입는 김남주와는 대조적으로 강렬한 원색의 광택나는 소재의 옷에다 아찔한 높이의 킬 힐 등으로 화려한 팜므파탈 이미지를 선보인다.
민소매나 어깨선이 넓게 파인 원피스에 큰 벨트 등으로 포인트를 줘 슬림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여성스러운 곡선을 강조하고 있다. 립스틱의 경우 빨간색이나 핫핑크 등 눈에 띄는 화려한 색상을 선택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잡티 하나 드러나지 않는 완벽한 메이크업으로 다른 여성 출연자들과 차별을 꾀한다. 컬러풀한 힐도 필수품. 색깔 역시 화려하다. 원색은 물론이고 고급스런 블랙 드레스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매회마다 선보이고 있어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

<내조의 여왕> 시청자 게시판에는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소감 외에 주인공들이 착용한 의상이나 패션 아이템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 내용과는 별개로 패션 자체도 주요한 관심사”라며 “늘 개성있고 매력적인 스타일을 선보여 온 김남주와 이혜영인 만큼 더욱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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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