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VS 비주류 민주당 ‘밥그릇 전쟁’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27 16: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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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잃었으니 남은 것은 '당권'…“예서 밀리면 국물도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 주류와 비주류가 ‘2차전’에 돌입했다. 오랜 진통 끝에 전당대회 시기와 새 지도부의 임기가 결정되면서다. 비대위의 결정에 주류는 비교적 조용하다. 반면 비주류에서는 항의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주류의 ‘승’인 것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번 전당대회는 주류에 다소 유리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비주류의 당권 장악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5월 전당대회는 치열한 전면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치열하게 만들었을까?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18일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긴급회의를 열었다. 비대위는 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정기전당대회를 오는 5월4일에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 단위의 시도당 개편대회가 시작되면서 주류와 비주류 간 당권 대격돌이 벌어질 조짐이다. 제18대 대선 후 주류와 비주류가 전당대회를 무대로 본격적으로 대립구도를 이루며 첫 평가를 받게 됐다. 

룰 사수 전쟁 치열
끝없는 친노 VS 비노

주류와 비주류는 새 지도부 선출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전당대회 시기와 새 지도부 임기 그리고 지도부 선출방식을 두고 양측은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수했다. 양측 모두 사생결단의 각오를 한 모습이었다.

이들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이유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공천권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친노무현(이하 친노) 중심의 주류와 비노무현(이하 비노) 중심의 비주류가 공천권을 상대 측에 뺏기지 않기 위해 전당대회 시기와 지도부 임기를 유리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 

전당대회 방식은 최종적으로 비대위가 결정한다. 비대위 아래에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와 정치혁신위원회(이하 정치혁신위)가 대립하고 있어, 비대위의 결정이 전당대회의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비대위 결정이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의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된 이유다.

전대는 전준위 권한
혁신위가 입김 넣어


명칭 그대로 전준위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위원회다. 대선 패배 후 ‘친노 책임론’이 거세게 불던 탓에 주로 친노색이 옅은 비주류 인사들이 전준위에 포진해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물세례를 했던 김태랑 전 의원이 전준위 소속 인사라는 점이 그렇다. 당시 박 전 원내대표에게 “당 꼬라지가 이게 뭐냐?”라며 물을 끼얹었던 김 전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오랫동안 논란을 일으켜 대표적인 반 노무현인사로 분류됐다.

지난 1일 민주당은 차기 전당대회 규칙과 정강정책 등을 마련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전대 준비위원회 인선안을 의결했다.

전준위는 전당대회 시기와 새 지도부 임기, 모바일투표 존폐와 지도체제 개편 등 핵심쟁점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에 친노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전당대회의 모든 사항은 전준위가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친노가 주류에 유리한 방식으로 룰을 바꾸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친노의 입김이란 정치혁신위를 일컫는 말이다. 정치혁신위는 전준위에 앞선 지난 1월21일에 만들어졌다. 정치혁신위는 전준위와 달리 친노색이 짙은 인사들로 구성돼있다.

대선 패배 책임론, 전대위 ‘씌우고 보자’ 정치혁신위 ‘피하고 보자’     
지방선거 공천권 둘러싼 새 지도부 임기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 

양측은 먼저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불붙기 시작했다. 비주류는 주류 측에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전당대회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주류는 대선 패배의 충격과 분노가 희석되고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이해관계는 분명히 달랐다.

이러한 비주류와 주류의 주장은 전준위와 정치혁신위를 통해 고스란히 대변됐다. 전준위는 3월 말에서 4월 초에 전당대회를, 정치혁신위는 5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을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비대위는 오는 5월 4일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비대위가 정치혁신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비대위의 이 같은 결정은 “전당대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던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취임 일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계파갈등 종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당대회가 당파싸움의 무대가 되는 것을 경계했던 문 위원장이었다. 그런 그가 입장을 바꿔 주류의 주장을 반영해 비주류가 비대위에 깊은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가 됐다.

전준위와 정치혁신위는 지도부 임기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했다. 당초 전준위는 ‘새 지도부가 내년 9월까지 1년6개월의 임기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안을 마련했다.

반면, 정치혁신위는 한명숙 전 대표의 잔여 임기를 주장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가 내년 1월까지만 당을 이끌고 이후 정기전당대회를 새로 치를 것을 주장해 양측은 또다시 정면충돌했다.

비노 김한길 유력
임기 사수가 관건

역시 비주류 측은 전준위를, 주류 측은 정치혁신위의 주장을 지지했다.

주류와 비주류가 각각 1월과 9월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주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친노보다는 비노 측 인사가 당 지도부 자리에 앉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들 대부분은 작년 지도부 선거에서 모바일 투표로 아깝게 분패한 김한길 의원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친노로 대표되는 당내 주류세력은 대선이 끝난 후 지금까지도 ‘친노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다시 당 지도부에 앉게 될 경우 그에 따른 여론의 비난도 주류에겐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새 지도부 임기가 내년 1월로 끝날 경우, 주류는 대선 패배의 비난 여론이 잦아든 후 다시 새 지도부 선거에 도전할 수 있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을 노려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공천권을 따내겠다는 셈법이다.

이와 반대로 새 지도부의 임기가 내년 9월까지 지속될 경우, 비주류세력은 당권을 장악하고 공천권을 획득할 수 있다. 비주류는 친노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된다. 전당대회의 시기가 대선 패배 책임론의 경중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면, 지도부 임기는 당권 장악의 결정적인 카드가 되는 셈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사퇴를 무릅쓰고 지도부 임기를 사수하려고 했던 이유다.

전당대회 과정, 국민 신뢰 회복은 뒷전, 계파 싸움으로 얼룩져
갈등의 분수령 될 ‘모바일투표’ 실시 여부, 당권의 향방 좌우

비대위는 결국 지도부 임기를 2년으로 정했다. 이로써 향후 민주당 지도부는 2015년 5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는 주류와 비주류의 전면전으로 치닫게 됐다.

비대위의 결정에 대해 주류 측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비주류 측은 다수 의견이 무시됐다는 반별기류가 상당하다. 문 위원장의 지시로 당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새 지도부 임기가 내년 9월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은 57.0%의 지지를 얻은 반면, 내년 1월까지 여야 한다는 주장은 39.4%에 그쳤다. 비대위가 당내 다수 여론을 스스로 무시한 격이다.


주류 측 인사가 당권을 장악하게 된다 하더라도, 향후 2년간 ‘정치쇄신’과 ‘친노 책임론’에 대해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당대회는 진행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혁신을 보여줘야 하지만 실제로는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측의 서로 다른 셈법이 전대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이어진 끝에 주류 측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전당대회로 결론이 난 점이 더욱 그렇다.

막강한 권한으로
계파싸움 전면전

일단 지난 22일 민주당은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우려를 일으켰던 ‘모바일투표’를 일부분 폐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모바일투표를 폐지하는 대신 대의원과 당원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는 ‘대의원 50% + 권리당원 30% + 일반국민 여론조사 20% (민주당 지지층 +무당파)'로 선출된다. 대의원은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방식을 따르되, 권리당원은 ARS에 의한 모바일투표가 가능하다. 모바일투표를 둘러싼 양 측의 갈등은 어느 정도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지만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언제쯤이면 이들이 그토록 외치던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파싸움을 종식할 수 있을지. 대선에 패했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계파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야권 지지자 탄식이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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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