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안철수-문재인 단독회담 녹취록 실체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28 16: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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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사퇴 조건부 안철수 입당’ 친노 반발로 단일화 무산됐다”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이 끝났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친노 책임론’이, 밖으로는 ‘안풍’이 그칠 줄을 모른다. 한참 민주당 계파 갈등이 치열해질 무렵 민주당에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 하나가 흘러나왔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비공개 단독회담을 가졌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의 녹취록 내용이었다. 이에 <일요시사>가 녹취록 정황을 포착, 전격 취재에 나섰다.



문재인-안철수 전 후보의 단독회동 녹취록의 실체와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참석한 속기록의 내용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은 각각 ‘있다’ ‘없다’를 주장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쉽게 찾는다면 별 내용이 없다는 방증이다. 찾지 못한다면 ‘대단한 게’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녹취록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은 의견을 달리했다. ‘문·안 단독회동 녹취록’이 민주당에서 공론화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필수조건인 단일화
챙긴 DJ, 털린 JP

취재가 진행된 지 얼마 후 녹취록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녹취록의 존재에 고개를 내저었다. 한편 녹취록과 단일화 협상과정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들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협상과정의 진실이 하나 둘 연결고리를 이루며 자리를 잡아갔다. 이것은 녹취록에 대한 뒷말이 쏙 들어간 배경과 맞물리며 마치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단일화 당시 있었던 치열한 설전의 배경을 짐작케 했다.

문-안 단일화 단독회동 녹취록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녹취록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물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친노 책임론 일자
속기록 공개 논의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는 야권의 필수조건이 된 지 오래다. 만년 대권재수생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아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단연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의 단일화 성공에 있었다.

DJ에게 필요한 것은 충청권 표였다. JP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지분이었다. 문 전 후보에게 안 전 후보의 중도층 표가 필요하고, 안 전 후보에게 권력지분이 필요했던 것처럼 단일화 공식의 셈법은 늘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에 그친다는 게 문제다. 대선 후 ‘DJP연합’ 합의내용이 이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JP는 DJ에게 어떠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단일화의 함정이다. 단일화를 두고 표몰이를 위한 ‘야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단일화 조건이던 내각제는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다. 단일화 합의를 이루지 못한 DJ와 JP는 결국 서로 등을 돌렸다. 결과적으로 DJ는 충청권 표를 대거 견인해 권좌에 올라 한몫 제대로 챙겼다. 하지만 JP는 충청권 표만 내주고 지분은 얻지 못해 제대로 털린 셈이다. 덕분에 DJ는 짐을 덜었지만, JP는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녹취록이 등장한다.

JP와 그의 측근들이 마지막으로 내밀 수 있는 ‘필살카드’가 바로 단일화 회동 녹취록이다.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묻겠다는 심산이다.

유권자-권력 지분 맞교환, 지키나 마나 한 ‘단일화 합의’ 승패 뚜렷!
공식 합의문·실무진 속기록 보유 “이면합의 내용의 녹취록 있을 것”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식적인 합의문 외에 이면합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문 전 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 회동 녹취록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재 중 알게 된 단일화 협상 관련 문건은 총 3종류, 그 중의 하나가 녹취록이다. 존재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다른 하나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합의문’ 형식의 문건이다. DJP연합 당시에는 ‘후보단일화 합의문’, 문·안 단일화 협의 당시에는 ‘새정치 공동동선언문’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표됐다.

나머지 하나는 실무협상단회의 속기록으로, 속기사가 회의에 참석해 양측 협상단의 논의 내용을 기록한 문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 A씨는 현재 민주당이 문·안 단일화 협의 당시 실무진 협상단의 속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요시사>는 민주당이 의총 혹은 비공개회의에서 야권단일화 속기록 공개 여부가 논의된 사실을 관계자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속기록의 내용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접했던 내용과 다른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 문 전 후보가 안 전 후보에게 “맏형으로서 ‘통큰 양보’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을 두고 문 전 후보와 문 전 후보 측 단일화 실무진의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여기서 말하는 통큰 양보는 문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뜻한다. 그때 문 전 후보는 후보직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일화 단독회담 당시 문·안 두 후보는 실무진을 통해 단일화 협상과정에 대해 보고받았다”라며 “안 전 후보 측이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테니, 문재인 후보가 사퇴하라’는 주장을 했고, 이 같은 내용이 문 전 후보에게 전해지자, 문 전 후보가 ‘알겠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60년 전통 민주당”

문 전 후보가 오랜 숙고 끝에 안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다소 놀라운 발언이다. 하지만 친노진영의 당 지도부는 이 같은 문 전 후보의 결정을 적극 만류했다고 A씨는 전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발언이 전해진다. 문 전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자 친노 진영에서 누군가가 “민주당은 60년 전통을 가진 정당으로 그러한 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응수했다는 것.

얼마 전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에 대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현재 60년 전통의 정당이 현존하고 있다. 신당이 출현하면 야권은 분열된다”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친노가 문 전 후보의 사퇴를 저지했다는 발언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를 놓고 문·안 실무진 간 협상이 이어졌지만, 양측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대신 안 전 후보에게 후보사퇴 명분을 찾아주려고 했지만, 안 전 후보 측은 ‘문재인 사퇴-안철수 입당’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자, 민주당은 사퇴한 안 전 후보에게 ‘뒤통수를 쳤다’라는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한다. 이를 둘러싼 배경과 논의가 속기록의 골자다.

민주당이 대선 후 위기에 놓였을 때, 친노진영에서 꺼내려고 했던 카드가 바로 속기록이다. ‘문재인이 사퇴하려고까지 했다’라는 것을 강조해 불리한 여론을 타개하려 한 친노진영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일단 민주당은 비공개로 결정했다.

문재인 ‘통큰 양보’에 민주당 지도부 거센 반발, 양보는 없던 걸로~ 
마지막 단일화 회동에서 ‘안철수 사퇴 명분’ 오갔을 가능성 커

이 같은 실무진의 속기록 내용이 문·안 단독회담 녹취록에 대한 무성한 뒷말을 키웠다. 정작 단일화의 당사자인 문·안 전 후보가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에 대한 뒤늦은 관심이 커진 탓에,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 비선라인에서 녹취록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나선 것.

속기록에 의하면 대통령후보가 단일화과정을 이끌지 못하고, 측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묘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후보들도 모르는 녹취록이 존재할 가능성 또한 커지는 대목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로 끝난 단일화가 실은 후보 당사자의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권력지분을 양보하지 못한 측근들의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이 때문에 문·안 전 후보가 단독회담을 가질 때마다 몇몇 측근들에 의해 이들의 대화내용이 녹취됐으며, 이러한 두 후보의 의중이 모니터링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를 바탕으로 단일화 실무협상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만약 두 후보가 아닌, 이들이 모르는 제3자에 의해 대화내용이 녹음됐다면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당사자 중 1인만 알고 있어도 이것은 ‘불법도청’에 해당하지 않는다. 녹취록 이야기가 갑자기 꼬리를 감춘 이유로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녹취록 존재에 대해 관계자 B씨는 “처음 문·안 후보가 만났을 때, 그리고 안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기 하루 전날 비공식으로 두 후보가 만났을을 때 녹취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당사자도 모르는 녹취록
‘불법도청’ 가능성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의 C씨는 “안철수 민주당 입당 카드는 사실이지만 녹취록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의 존재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후보는 대권보다 정권교체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문 전 후보의 단점이라면 권력욕이 없다는 것”이라며 “두 사람이 권력을 두고 다툼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안 전 후보가 '사퇴를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라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라고 의견을 밝혔다.

만약 녹취록이 존재한다면 이것을 가진 한 쪽이 ‘위기돌파용 카드’로 꺼내지 않는 한, 확인되지 않은 역사적 비화로 남을 공산이 크다. 또한 녹취록은 그림자 권력의 철통보안속에 어딘가로 보관될 것이다. 추후에 양측의 책임공방 여지가 없어지고, 이와 관계된 이해 관계자가 여의도에서 사라지면, 그제서야 녹취록이 국민 앞에 공개되는 건 아닌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책임질 사람은 없고 흔적만 남아있는’ 역사의 한 조각으로 말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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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