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안철수-문재인 단독회담 녹취록 실체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28 16: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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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사퇴 조건부 안철수 입당’ 친노 반발로 단일화 무산됐다”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이 끝났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친노 책임론’이, 밖으로는 ‘안풍’이 그칠 줄을 모른다. 한참 민주당 계파 갈등이 치열해질 무렵 민주당에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 하나가 흘러나왔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비공개 단독회담을 가졌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의 녹취록 내용이었다. 이에 <일요시사>가 녹취록 정황을 포착, 전격 취재에 나섰다.



문재인-안철수 전 후보의 단독회동 녹취록의 실체와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참석한 속기록의 내용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은 각각 ‘있다’ ‘없다’를 주장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쉽게 찾는다면 별 내용이 없다는 방증이다. 찾지 못한다면 ‘대단한 게’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녹취록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은 의견을 달리했다. ‘문·안 단독회동 녹취록’이 민주당에서 공론화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필수조건인 단일화
챙긴 DJ, 털린 JP

취재가 진행된 지 얼마 후 녹취록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녹취록의 존재에 고개를 내저었다. 한편 녹취록과 단일화 협상과정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들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협상과정의 진실이 하나 둘 연결고리를 이루며 자리를 잡아갔다. 이것은 녹취록에 대한 뒷말이 쏙 들어간 배경과 맞물리며 마치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단일화 당시 있었던 치열한 설전의 배경을 짐작케 했다.

문-안 단일화 단독회동 녹취록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녹취록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물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친노 책임론 일자
속기록 공개 논의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는 야권의 필수조건이 된 지 오래다. 만년 대권재수생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아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단연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의 단일화 성공에 있었다.

DJ에게 필요한 것은 충청권 표였다. JP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지분이었다. 문 전 후보에게 안 전 후보의 중도층 표가 필요하고, 안 전 후보에게 권력지분이 필요했던 것처럼 단일화 공식의 셈법은 늘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에 그친다는 게 문제다. 대선 후 ‘DJP연합’ 합의내용이 이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JP는 DJ에게 어떠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단일화의 함정이다. 단일화를 두고 표몰이를 위한 ‘야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단일화 조건이던 내각제는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다. 단일화 합의를 이루지 못한 DJ와 JP는 결국 서로 등을 돌렸다. 결과적으로 DJ는 충청권 표를 대거 견인해 권좌에 올라 한몫 제대로 챙겼다. 하지만 JP는 충청권 표만 내주고 지분은 얻지 못해 제대로 털린 셈이다. 덕분에 DJ는 짐을 덜었지만, JP는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녹취록이 등장한다.

JP와 그의 측근들이 마지막으로 내밀 수 있는 ‘필살카드’가 바로 단일화 회동 녹취록이다.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묻겠다는 심산이다.

유권자-권력 지분 맞교환, 지키나 마나 한 ‘단일화 합의’ 승패 뚜렷!
공식 합의문·실무진 속기록 보유 “이면합의 내용의 녹취록 있을 것”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식적인 합의문 외에 이면합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문 전 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 회동 녹취록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재 중 알게 된 단일화 협상 관련 문건은 총 3종류, 그 중의 하나가 녹취록이다. 존재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다른 하나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합의문’ 형식의 문건이다. DJP연합 당시에는 ‘후보단일화 합의문’, 문·안 단일화 협의 당시에는 ‘새정치 공동동선언문’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표됐다.

나머지 하나는 실무협상단회의 속기록으로, 속기사가 회의에 참석해 양측 협상단의 논의 내용을 기록한 문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 A씨는 현재 민주당이 문·안 단일화 협의 당시 실무진 협상단의 속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요시사>는 민주당이 의총 혹은 비공개회의에서 야권단일화 속기록 공개 여부가 논의된 사실을 관계자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속기록의 내용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접했던 내용과 다른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 문 전 후보가 안 전 후보에게 “맏형으로서 ‘통큰 양보’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을 두고 문 전 후보와 문 전 후보 측 단일화 실무진의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여기서 말하는 통큰 양보는 문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뜻한다. 그때 문 전 후보는 후보직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일화 단독회담 당시 문·안 두 후보는 실무진을 통해 단일화 협상과정에 대해 보고받았다”라며 “안 전 후보 측이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테니, 문재인 후보가 사퇴하라’는 주장을 했고, 이 같은 내용이 문 전 후보에게 전해지자, 문 전 후보가 ‘알겠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60년 전통 민주당”

문 전 후보가 오랜 숙고 끝에 안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다소 놀라운 발언이다. 하지만 친노진영의 당 지도부는 이 같은 문 전 후보의 결정을 적극 만류했다고 A씨는 전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발언이 전해진다. 문 전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자 친노 진영에서 누군가가 “민주당은 60년 전통을 가진 정당으로 그러한 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응수했다는 것.

얼마 전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에 대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현재 60년 전통의 정당이 현존하고 있다. 신당이 출현하면 야권은 분열된다”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친노가 문 전 후보의 사퇴를 저지했다는 발언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를 놓고 문·안 실무진 간 협상이 이어졌지만, 양측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대신 안 전 후보에게 후보사퇴 명분을 찾아주려고 했지만, 안 전 후보 측은 ‘문재인 사퇴-안철수 입당’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자, 민주당은 사퇴한 안 전 후보에게 ‘뒤통수를 쳤다’라는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한다. 이를 둘러싼 배경과 논의가 속기록의 골자다.


민주당이 대선 후 위기에 놓였을 때, 친노진영에서 꺼내려고 했던 카드가 바로 속기록이다. ‘문재인이 사퇴하려고까지 했다’라는 것을 강조해 불리한 여론을 타개하려 한 친노진영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일단 민주당은 비공개로 결정했다.

문재인 ‘통큰 양보’에 민주당 지도부 거센 반발, 양보는 없던 걸로~ 
마지막 단일화 회동에서 ‘안철수 사퇴 명분’ 오갔을 가능성 커

이 같은 실무진의 속기록 내용이 문·안 단독회담 녹취록에 대한 무성한 뒷말을 키웠다. 정작 단일화의 당사자인 문·안 전 후보가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에 대한 뒤늦은 관심이 커진 탓에,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 비선라인에서 녹취록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나선 것.

속기록에 의하면 대통령후보가 단일화과정을 이끌지 못하고, 측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묘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후보들도 모르는 녹취록이 존재할 가능성 또한 커지는 대목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로 끝난 단일화가 실은 후보 당사자의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권력지분을 양보하지 못한 측근들의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이 때문에 문·안 전 후보가 단독회담을 가질 때마다 몇몇 측근들에 의해 이들의 대화내용이 녹취됐으며, 이러한 두 후보의 의중이 모니터링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를 바탕으로 단일화 실무협상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만약 두 후보가 아닌, 이들이 모르는 제3자에 의해 대화내용이 녹음됐다면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당사자 중 1인만 알고 있어도 이것은 ‘불법도청’에 해당하지 않는다. 녹취록 이야기가 갑자기 꼬리를 감춘 이유로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녹취록 존재에 대해 관계자 B씨는 “처음 문·안 후보가 만났을 때, 그리고 안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기 하루 전날 비공식으로 두 후보가 만났을을 때 녹취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당사자도 모르는 녹취록
‘불법도청’ 가능성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의 C씨는 “안철수 민주당 입당 카드는 사실이지만 녹취록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의 존재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후보는 대권보다 정권교체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문 전 후보의 단점이라면 권력욕이 없다는 것”이라며 “두 사람이 권력을 두고 다툼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안 전 후보가 '사퇴를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라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라고 의견을 밝혔다.

만약 녹취록이 존재한다면 이것을 가진 한 쪽이 ‘위기돌파용 카드’로 꺼내지 않는 한, 확인되지 않은 역사적 비화로 남을 공산이 크다. 또한 녹취록은 그림자 권력의 철통보안속에 어딘가로 보관될 것이다. 추후에 양측의 책임공방 여지가 없어지고, 이와 관계된 이해 관계자가 여의도에서 사라지면, 그제서야 녹취록이 국민 앞에 공개되는 건 아닌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책임질 사람은 없고 흔적만 남아있는’ 역사의 한 조각으로 말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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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