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국정원 몸통’ 살린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18 11: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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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엔 만점 북쪽엔 빵점인 정보력…북풍만 불면 ‘아이 좋아~’

[일요시사=정치팀]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북한 핵실험 때문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북풍공작’이 아니다. 이번엔 북한발(發) ‘순수(?) 북풍’이다. 심리정보부(가칭) 소속의 여직원에게 집중되던 국정원 사건이 원세훈 원장으로 여론이 쏠린 것은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의 논평이 있고 나서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한몫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얼마 후, 북한 핵실험이 연일 언론에 대서 특필됐다.

 


지난 12일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을 끝내 강행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국제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머리를 맞댔다. 만에 하나 있을 북한의 후속 도발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가 문제였다. 그럴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은 시각 한 시민단체는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 “여당 협조 안 해”
여당 “하고 싶은 대로”

지난 12일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정보위원회·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관련된 의원실을 빠짐없이 샅샅이 돌아다녔다.

정보위원회 간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실. 오후 4시 정보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윤 의원실은 한참 분주했다.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민주당과 협력해 진행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 담당자에게 물었다.

모니터를 보며 업무를 보던 관계자는 한 일간지의 첫 번째 지면을 취재기자 면전에 들어 올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것 좀 보세요. 지금 북한이 핵을 쏴 올렸어요”라며 신문을 흔들었다.

취재기자는 "그렇다면 북한 핵실험 문제로 국정원 사건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나요?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과 관련 기관이 협의하지 않아 국정원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신문을 가리키며 “지금 국정원 사건이 중요한가요? 북한 핵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 마당에….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북한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데… 아직도 국정원 타령?”
전직 국정원 직원 “윗선 지시 없이 여직원 혼자 절대 조작 못 해”

취재기자가 "민주당이 하고 싶어도 새누리당이 협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묻자 관계자는

“그러니까 민주당 마음대로 하라고요”라며 짜증 섞인 투로 답했다.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새누리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꼽았다. 그 외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도 딱히 방법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취재기자가 만난 새누리당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국회에서 국정원 사건이 국정조사로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을 해결하고 나설 주체가 없다”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정보위원회 소속의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사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정보위원회 회의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을 통해서도 알 수 없다. 국정원 사건이 어려운 이유다”라고 말했다.

“묵인이나 지시 없이
 조직적 활동 불가” 

민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조심스럽게 한 인물을 지목했다. 바로 국가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원세훈 국정원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정원장의 암묵적인 동의 없이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조작사건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에서 30년을 근무했던 김모씨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씨는 <일요시사>와 만남에서 “여직원 혼자 꾸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윗선의 지시 없이 그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다. 국정원에서 일해 본 사람이면 다 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있나?”라며 “이것은 국정원장의 지시하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정원 여직원은 벌써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직원은 여기저기 고소하고 있다. 국정원은 여직원을 감싸고 돈다. 국정원이 왜 이렇게 똘똘 뭉칠 수 있겠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국정원이 정치·조직적으로 권력기관화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산”이라며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예산은 비공개다. 영수증 처리도 안 되는 지출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국정원장 자리에 자신의 충복만 앉히면 국정원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예산을 이용해 국정원 인력과 정보력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중시키면, 대한민국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원 원장을 겨냥한 바 있다. 

“장막 뒤에 숨어선 안 돼”
“국정원 다수요원 무관”

김 부대변인은 국정원장에게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부대변인인 “국정원장은 더 이상 이 사건의 장막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변했다. 민주당에서 원 원장을 직접 겨냥해 공격한 것은 김 부대변인이 최초였다.

이틀 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합류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해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고소당한 표 전 교수는 “원 원장, 공개토론 합시다”라며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표 전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제 판단에 ‘국정원 게이트’는 결코 국정원 전체 혹은 다수요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사적 이익 위해 정보권력 이용하려한 소수 외부영입자 주도 행위입니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원 원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상황이 그렇게 전개됐다. 국정원 사건이 국정원 조직 전체 문제로 확대돼가는 측면이 있었다. 원 원장은 MB정부하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벌어진 일은 털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그 같은 논평을 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보기관의 최고수장 자리에 오른 원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힌다. 원 원장은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 서울시장 당시 최측근 보좌
구멍 난 대북 정보력 위험한 수준, 핵 날아와도 아무것도 못 해

그는 MB가 청와대에 입성하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에서 그는 시원하게 출세가도를 달렸다. 게다가 그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정원장으로 장수하고 있다.

김씨는 원 원장에 대해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언론사는 “그동안 원 원장은 정부 내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untouchable) 실세’였다. 매주 금요일 MB를 독대한다. 이 자리엔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배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 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각종 민감한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원 원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장차관이 적지 않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라고 보도했다.

 

 

원 원장이 본격적으로 국정원 사건 몸통으로 거론될 무렵, 때마침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원 원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원장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 촉구 목소리를 내던 정청래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사건이 언급됐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원의 대북정보력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구멍 난 대북 정보력은 이번 북한 핵실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관해 책임져야 할 원 원장이 오히려 북풍으로 국정원 사건에서 한발 비켜선 사실이 모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MB맨
‘언터처블 실세’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방부나 국정원이나 대북 정보력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있다. 국가안위와 관련된 기관이 정치기구화 된 것은 단지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당장 북한이 핵을 쏜다고 해도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 아리랑 위성도 탐지 못 하고 있다. 핵 측정기구도 없다. 미군의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북한이 폐쇄해버리면 도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정원이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정원이 낭비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큰일’만 터지면 물 타기용 사건이 발생하는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국민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묻혀버릴 공산이 큰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의 ‘몸통’에도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사건은 억세게 재수 좋은(?) 세력들의 바람처럼 이대로 영영 묻혀버릴 것인가?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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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