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아직 끝나지 않은 '측근 구하기' 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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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구하긴 구해야 할텐데...."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측근 구하기' 특별사면을 기어이 강행했다. 측근특사를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마이동풍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또 하나의 황당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퇴임을 겨우 10여 일 남겨둔 이 대통령의 측근 구하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친인척 및 측근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잇따라 구속됐고, '문고리 권력'이라고 불리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마저 비리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대국민 사과에서 이 대통령은 "(측근 비리를)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진다"며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었다.

뻔뻔한 사과
뻔뻔한 특사

하지만 불과 6개월여 만인 지난달 29일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던 이 대통령은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이날 단행된 특사명단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포함됐다. 형기를 거의 다 채운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일부 야권 정치인도 대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한 끼워 넣기라는 비판이 거셌다.

특사 단행 이후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8%나 하락해 23.2%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뻔뻔한 측근 구하기에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더 황당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 대통령의 진짜 측근 구하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고작 10여 일.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역대 예외 없었던 '전 정권 봐주기' 바뀔까?
남은 MB사람 누구? 추가 특사 가능성은?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 자기 사람을 직접 사면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 정권 인사들의 특사는 다음 정권에서 행해지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이 대통령이 이번 특사에서 일부 측근들을 챙기긴 했지만 정작 이상득 전 의원을 포함시키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진짜 측근 구하기는 차기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으로 관행처럼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특사를 단행했었다.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와 처남 이상석씨 등을 사면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바로세우기' 정책을 통해 본인이 직접 투옥시킨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등을 사면했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의 사면권 남용을 강력히 비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을 비롯해 신건·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 전 정권의 인사들을 대거 사면하기도 했다.

예외 없던 특사
그럼 이번에는?

평소 사면권 남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노 전 대통령조차 결국 전 정권의 인사들을 대거 사면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비리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자칫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정권의 도덕성에 큰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사면권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 짊어져야할 정치적 부담과 압박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지금은 대통령 사면권 남용에 무척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막상 국정을 운영하다보면 그 압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역대 대통령들의 사면권 사용 이면에는 지난 정권과의 화해, 여권의 불만 수습 등 다양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었다"며 "원칙만을 내세워 사면권을 사용하지 않을 때 잃을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정치전문가도 "사실 대통령 사면권 제한 논란은 수십 년도 더 된 오래된 문제지만 정권이 출범하고 나면 예외 없이 전 정권 인사들을 풀어줬던 것이 관행"이라며 "무조건 사면권을 제한하는 것은 전 정권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재오 의원 등을 중심으로 새누리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차기 정부의 특사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인수위와 외교부가 의견 대립을 빚은 통상교섭업무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에 대해 "외교통상교섭기능은 외교의 거의 전부인데 이것을 산업부로 이관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안 된다"며 인수위 안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또 이 의원은 박 당선인이 최근 지역별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하고 있는 식사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박 당선인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박 당선인과 친박계가 이명박 정부에서 소수임에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던 것처럼 이번 정부에선 친이계가 세력을 형성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들과의 화해 또는 회유를 위해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특사를 하나의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측근 특별사면 
협상카드 될까?                                                                                         

한편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번 특사로 일부 구해내긴 했지만 아직도 구해내야 할 측근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역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과 이 대통령 형제의 유별난 우애는 유명하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대표로부터 6억원가량을 수수한 혐의와 자신이 사장으로 재직했던 코오롱그룹에서 자문료 형식으로 1억5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1심에서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일정상 충분히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 의원 본인이 동생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항소를 결정하고 특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다음 정권에서의 또 다른 특사대상으로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으로 구속수감 중인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거론된다. 박 전 차관은 1심서 징역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 전 차관은 이 대통령이 지난 1995년 첫 민선 서울시장선거에서 민자당 경선후보로 출마했을 당시부터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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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박근혜의 고민


이외에도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과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등도 사면대상으로 꼽힌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사실상 이 대통령의 묵인하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희생양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과 SLS그룹 구명 로비 명목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중에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특사 명단에 꾸준히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한편 이들 대부분은 형량이 짧고 재판과정에서 이미 형기를 절반 이상 채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에선 특사 필요성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의 정계 복귀 또는 공직 진출을 위해서라도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사의 종류에는 형집행면제 특별사면, 특별감형,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특별복권 등 네 가지가 있는데 출소 이후에도 특별복권 등으로 보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집행유예 판결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 특별복권으로 정치적 재기를 꿈꿀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바꿀까?


물론 이 같은 차기정부 특사설에 제동을 거는 정치권 인사들도 많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치쇄신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면권 남용에 대한 관심과 반대 여론이 높아졌고, 이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정치적 기반 등이 단단한 것도 아니라 박 당선인이 굳이 전 정권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10여 일 후면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출범한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반복되어왔던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사면권 남용 릴레이를 끊어낼 수 있을까? 국민들의 이목은 차기 정부를 향해 있다.


김명일 기자<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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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