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천기누설> 재계총수 5인 계사년 운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4: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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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이끌 황제들 "하늘은 누구 편?"


[일요시사=경제1팀] 60년에 한번 돌아온다는 검은색 뱀의 해 계사년(癸巳年)이 밝은 지 어느 덧 두 달. 올해 재계의 화두는 위기관리와 성장동력 확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고, 그 여파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이 점친 재계 총수들의 신년운세를 통해 올 한해 우리 경제를 점쳐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
"맹공격에도 끄떡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톱10'에 오르는 등 행복한 한해를 보냈다. 2012년 한 해 매출만 201조1000억원, 영업이익 29조5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유로존 경제불안, 미국 재정절벽 우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계속된 여건하에서도 고부가·차별화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트 사업 매출 증대와 모바일 AP 판매 확대를 달성했다.

이 회장의 올해 운세도 좋다. 백운비 원장은 "유의유덕(有義有德)"이라고 운을 띄운 뒤 "평소에 생각했던 바가 이뤄지고 지난해에 못한 일이 이뤄지며 지난해에 잘못되고 무너졌던 부분을 새로 고치고 재정비 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강한 운 들어와 보호막 형성


백 원장은 "다만 운이 중간중간에 끊기는 형상이 오기 때문에 의견전달이 충분히 되지 않아 오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사업을 진행할 때 직접 거래보다는 중간 대행을 시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임을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다.

또 백 원장은 "대내분쟁은 이번 해까지는 겪어야 한다"고 점쳤다. 여기서 '대내분쟁'은 맏형인 이맹희씨와의 상속분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상속소송 선고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별 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한 운이 들어오는 해이기 때문에 보호막을 형성, 어지간한 공격에는 끄떡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래 중장기적 경쟁력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내실 경영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잔 밑을 챙겨라"

"도고명립(道高名立). 성장하고 발전하며 명성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 백 원장이 밝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2013년 운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41만357대의 차를 판매했다. 전년 판매대수 405만9438대보다 8.6% 증가한 실적이다. 내수시장에서는 시장 불황과 수입차에 밀려 판매가 부진했지만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판매호조를 보인 결과다.


지난해 10월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2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현대차는 전년보다 8계단 상승한 53위를 기록, 아우디를 제치고 자동차 브랜드 7위로 올라섰으며 기아차는 87위로 처음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백 원장은 "외부 사업은 지속적으로 번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최근 정 회장으로써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정, 해외시장서 최고될 좋은 기회

정 회장은 지난해 말 전세계 현대·기아차 해외 법인장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어렵겠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동력을 잃으면 안 된다"며 "현대·기아차의 살 길은 여전히 해외시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대형차를 수출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에쿠스와 제네시스로 미국럭셔리시장 점유율 9%를 달성하자는 캠페인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운이 절반으로 나눠질 수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손재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외부내실(外富內失)할 수 있다는 것. 백 원장은 "내분이 많으니 투쟁·분쟁 등을 잘 다스려야 한다"며 "애매한 거래를 삼가고 가능한 직접 관여하고 상대하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한파가 몰아친 지난달 28일 오전 6시30분에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으로 출근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백 원장은 "뚝심이 대단해 내분이 있어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무 LG 회장
"사람이 재산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임진년은 도약의 한 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9조원대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9100억원 규모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 신화' 재연에 한 발 더 다가선 셈이다.

이 기세는 201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장선도'에 나섰다.

백 원장은 "구 회장의 올해 운세가 1년 내내 전반적으로 평행하다"며 "가활만인(可活萬人). 즉 외부에서 안으로 사람이 모이고 더불어 덕을 많이 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나아가 구 회장이 다른 사람의 위험도 본인이 도와줘서 큰 덕을 남긴다고 지목했다. 인간관계를 넓게 활용할수록 큰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구, 인재 모으면 복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해 말 LG인재개발대회에서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삼고초려하는 것과 같이 최고경영자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며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힌 후 8개 계열사 사장들을 이끌고 미국행에 나섰다. 인재 모으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또한 LG그룹은 시장선도 사업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인재 확보를 위해 올해에도 지난해 채용 규모인 1만50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 회장이 단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백 원장은 지적했다. 건강이다. 백 원장은 "부분적 건강운이 안좋으니 평소에 약점을 보완하고 가능한 7월이나 11월은 40km 이상 원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태원 SK 회장
"마지막엔 웃는다"

시작은 좋지 않다. 하지만 백 원장은 "최 회장의 올해 운세는 구원의 해"라고 전망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 31일 SK그룹 계열사 자금 횡령 등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최 회장은 2008년 말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공모해 SK텔레콤, SKC&C 등 SK그룹 계열 18개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빼돌리고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과다지급한 것처럼 속여 비자금 139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시작은 미약…결국 끝은 창대 

최 회장은 법정 구속이 결정된 직후 "제가 무엇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사건 자체를 알게 된 것은 2010년이다"며 "이 사건 자체를 잘 모른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거 하나다"고 호소했다.

백 원장이 진단한 최 회장의 올해 운세는 한마디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일이 많은 해'다. 백 원장은 "관약이 중중하니 송사에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다행이 운이 살찌는 형상이라 약한 부분이 보완되고 병든 부분이 치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2013년의 시작은 우울했지만 결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룹 사업도 성장이 기대된다. 백 원장은 "내수도 좋지만 운이 외부로 강하게 뻗어 있어 해외 쪽에 큰 성장과 결실이 기대 된다"며 "잠시 스쳐가는 위기에 그룹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과욕은 금물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용띠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지 않은 임진년을 보냈다. 회사에 수천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경영공백을 맞은 그룹은 ING생명 동남아 법인을 인수하는데 실패하는 등 일부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국내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에 성공한 한화건설은 최근 김 회장의 건강상태까지 급속히 악화돼 재판마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백 원장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걱정과 근심은 여기까지로 보인다. 백 원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인간관계 개선과 수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화답하듯 한화그룹은 올 해 초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줬다. 한화그룹은 호텔, 리조트 서비스인력,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 시설관리인력, 고객상담사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에 종사하는 계약직 직원들에 대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김, 부동산 투자·개발 시 큰 성장

오는 3월1일부터 시행되는 정규직 전환의 대상자는 무려 2043명이다. 게다가 한화그룹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이들에 대해 기존의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및 정년 보장과 함께 승진의 기회도 약속했다.

백 원장은 "김 회장의 올해 운이 부동산 투자·개발 쪽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현재 그룹이 진행 중인 부동산 관련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라는 전언이다. "욕비불귀(慾非不起). 정도와 한계를 지킨다면 더욱 튼튼한 결실을 맺게 되지만 욕심을 부린다면 무너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건강악화에 대해서는 "운명적으로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외길 역학 인생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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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