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사 '박근혜 공범론' 전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04 15: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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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짜고 치는 '밀당'에 속지 마세요"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측근 구하기가 결국 강행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연이은 경고에도 이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거침이 없었다. 비난 여론은 이 대통령에게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사면권 남용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섰던 박 당선인이 사실상 특사 결행을 묵인, 또는 협조한 정황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논란에서 과연 박 당선인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이면을 추적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항소를 포기하며 제기되기 시작한 '측근 사면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복절 60주년 경축사에서 자신의 임기 내 일어나는 비리와 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사면설이 불거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거센 비판여론이 형성됐지만 이 대통령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떠오르는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고(?)'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힘쓰는 이명박
기죽은 박근혜

이 대통령 측은 이날 단행한 특별사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질은 측근들을 구하기 위해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스스로 무너뜨려버린 몰염치한 사면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 측은 이번 특사에서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제외, 사회 갈등 해소 등을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사 대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특사에 포함된 조현준 효성 사장의 경우 이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다. 법적으로는 인척관계가 아니라지만 사돈을 인척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사촌형이다.

조 사장은 작년 9월 회사 자금으로 미국에서 개인용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천여만원을 선고 받았다.


뻔뻔한 측근 구하기 "사면 아닌 집단 탈옥"
"진짜 구할 사람은 안 구하고" 노동계 망연자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의 경우는 각각 파이시티 로비 건으로 2년6월과 세무조사 무마청탁 건으로 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권력형 비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이들이 비리와 연루된 것은 이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들 사례는 그동안 언론에서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사례로 수차례 거론돼왔다.

또 이해수 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 의장의 경우 직원수를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국제교류 실적을 허위로 만들어 부산시로부터 억대의 보조금을 타낸 혐의(횡령 및 사기)로 지난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이번 사면에서 노동계를 대표해 사면대상이 됐다. 정작 노동계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파업 등 투쟁과정에서 구속돼 있지만 이번 특사 대상에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특별사면 가장한
초법적 집단탈옥

이처럼 이 대통령의 이번 특사는 측근과 정권의 코드에 맞는 보수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요약된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사면을 '집단탈옥'이라고까지 표현한다. 형기를 거의 다 채운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일부 야권 정치인도 대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한 끼워 넣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 중 핵심으로 꼽히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천신일 회장의 경우는 형이 확정된 지 겨우 한 달여 만에 시행된 초고속 사면이라는 점에서 더욱 비판이 거세다. 판결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사면됐다는 것이다.

또 두 사람은 짧은 수감생활 중 상당기간을 병보석으로 외부 병원에서 보냈다. 그러다 사면설이 불거지기 시작한 후에야 황급히 감옥으로 돌아갔다.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말 특별사면을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이 대통령의 이번 특별사면이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은 스스로 정하고 내뱉은 원칙을 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안의 심각성 때문인지 박 당선인 측은 사면 발표 직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이번 특별사면 조치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선 긋기에 나섰다. 공동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박근혜 정권은 자칫 출범도 하기 전에 도덕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 당선인은 이날 발표가 있기 전까진 "취임식 전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특별사면과 관련한 입장표명을 피해왔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후보시절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측근 특사설이 불거진 후 약 두 달 가까이 침묵을 유지하다 지난달 26일에서야 이 대통령의 측근 특사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 당선인은 이후 몇 차례 더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실제로 특사를 막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선 긋기를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특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박 당선인이 충돌하고 있는 것은) 서로 입장을 알고 하는 게임"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크게 증폭됐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발언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말에 측근들을 사면시키는 실익을 얻으면서 모든 비난을 자신이 감수하는 한편 박 당선인은 이번 특사를 강하게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해 명분을 얻기로 사전에 양자가 양해를 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 역시 이미 박 당선인을 이번 특사의 '공범'으로 지목한 상태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민들 앞에서는 마치 양측이 심각한 충돌이라도 할 것처럼 으르렁 거렸지만, 그 내부를 잘 아는 이동관 전 수석의 이 발언은 이번 사면이 '짜고 치는 밀당'이었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확인시켜주는 발언"이라며 박 당선인 측과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했다.

신구 권력 충돌?
신구 사면 담합?

실제로 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이번 특사를 사실상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박 당선인이 이번 특사 문제를 두고 이 대통령과 극심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박 당선인이 특사 문제와 관련해 취한 행동은 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인 의사를 몇 차례 피력한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여권의 한 인사까지 "이 대통령이 특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면 박 당선인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박 당선인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20여 일 뒤면 권력의 최정점에 오를 당선인 신분으로서 내놓을 카드가 논평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것은 사실상 묵인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며 "정말 막고자 했다면 최소한 박 당선인이 직접 이 대통령을 만나 적극 설득하는 노력은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이번 사면에 대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근혜 말로만 특사 반대? "사실상 묵인한 것"
이번 특사로 양쪽 모두 실리 얻어 '남는 장사'

또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도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서 전 대표는 2008년 총선 때 친박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총선을 20일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를 만들었고, 예상 밖 돌풍으로 14석을 얻었다.

하지만 2009년 5월 총선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 3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월이 확정돼 구속됐었다. 서 전 대표 사면문제는 현 정부 임기 내내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은 이번 특사를 통해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된 셈이다.

이 대통령의 특사 발표와 같은 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사퇴도 일종의 여론 무마용 '물타기'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총리후보자 사퇴와 같은 중차대한 일을 박 당선인과 논의도 없이 결정했을 리가 없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박 당선인과 충분한 논의 끝에 결정됐을 것이고 하필 이 대통령의 사면 발표일과 같은 날로 사퇴시기를 정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별사면 발표와 같은날 이뤄진 김 후보자의 사퇴로 여론의 시선은 크게 분산됐다.

총리후보 사퇴
여론분산 성공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인사는 "사면권은 사법체계의 오류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마련한 제도지, 대통령 측근을 구해내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지만 사면권의 남용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은 곧 대권을 거머쥘 인물로 이 같은 부당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을 의무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박 당선인 또한 이번 특사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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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