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사 '박근혜 공범론' 전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04 15: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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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짜고 치는 '밀당'에 속지 마세요"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측근 구하기가 결국 강행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연이은 경고에도 이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거침이 없었다. 비난 여론은 이 대통령에게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사면권 남용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섰던 박 당선인이 사실상 특사 결행을 묵인, 또는 협조한 정황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논란에서 과연 박 당선인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이면을 추적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항소를 포기하며 제기되기 시작한 '측근 사면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복절 60주년 경축사에서 자신의 임기 내 일어나는 비리와 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사면설이 불거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거센 비판여론이 형성됐지만 이 대통령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떠오르는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고(?)'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힘쓰는 이명박
기죽은 박근혜

이 대통령 측은 이날 단행한 특별사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질은 측근들을 구하기 위해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스스로 무너뜨려버린 몰염치한 사면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 측은 이번 특사에서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제외, 사회 갈등 해소 등을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사 대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특사에 포함된 조현준 효성 사장의 경우 이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다. 법적으로는 인척관계가 아니라지만 사돈을 인척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사촌형이다.

조 사장은 작년 9월 회사 자금으로 미국에서 개인용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천여만원을 선고 받았다.


뻔뻔한 측근 구하기 "사면 아닌 집단 탈옥"
"진짜 구할 사람은 안 구하고" 노동계 망연자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의 경우는 각각 파이시티 로비 건으로 2년6월과 세무조사 무마청탁 건으로 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권력형 비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이들이 비리와 연루된 것은 이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들 사례는 그동안 언론에서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사례로 수차례 거론돼왔다.

또 이해수 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 의장의 경우 직원수를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국제교류 실적을 허위로 만들어 부산시로부터 억대의 보조금을 타낸 혐의(횡령 및 사기)로 지난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이번 사면에서 노동계를 대표해 사면대상이 됐다. 정작 노동계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파업 등 투쟁과정에서 구속돼 있지만 이번 특사 대상에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특별사면 가장한
초법적 집단탈옥

이처럼 이 대통령의 이번 특사는 측근과 정권의 코드에 맞는 보수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요약된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사면을 '집단탈옥'이라고까지 표현한다. 형기를 거의 다 채운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일부 야권 정치인도 대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한 끼워 넣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 중 핵심으로 꼽히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천신일 회장의 경우는 형이 확정된 지 겨우 한 달여 만에 시행된 초고속 사면이라는 점에서 더욱 비판이 거세다. 판결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사면됐다는 것이다.

또 두 사람은 짧은 수감생활 중 상당기간을 병보석으로 외부 병원에서 보냈다. 그러다 사면설이 불거지기 시작한 후에야 황급히 감옥으로 돌아갔다.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말 특별사면을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이 대통령의 이번 특별사면이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은 스스로 정하고 내뱉은 원칙을 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안의 심각성 때문인지 박 당선인 측은 사면 발표 직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이번 특별사면 조치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선 긋기에 나섰다. 공동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박근혜 정권은 자칫 출범도 하기 전에 도덕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 당선인은 이날 발표가 있기 전까진 "취임식 전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특별사면과 관련한 입장표명을 피해왔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후보시절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측근 특사설이 불거진 후 약 두 달 가까이 침묵을 유지하다 지난달 26일에서야 이 대통령의 측근 특사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 당선인은 이후 몇 차례 더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실제로 특사를 막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선 긋기를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특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박 당선인이 충돌하고 있는 것은) 서로 입장을 알고 하는 게임"이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크게 증폭됐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발언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말에 측근들을 사면시키는 실익을 얻으면서 모든 비난을 자신이 감수하는 한편 박 당선인은 이번 특사를 강하게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해 명분을 얻기로 사전에 양자가 양해를 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 역시 이미 박 당선인을 이번 특사의 '공범'으로 지목한 상태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민들 앞에서는 마치 양측이 심각한 충돌이라도 할 것처럼 으르렁 거렸지만, 그 내부를 잘 아는 이동관 전 수석의 이 발언은 이번 사면이 '짜고 치는 밀당'이었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확인시켜주는 발언"이라며 박 당선인 측과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했다.

신구 권력 충돌?
신구 사면 담합?

실제로 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이번 특사를 사실상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박 당선인이 이번 특사 문제를 두고 이 대통령과 극심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박 당선인이 특사 문제와 관련해 취한 행동은 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인 의사를 몇 차례 피력한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여권의 한 인사까지 "이 대통령이 특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면 박 당선인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박 당선인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20여 일 뒤면 권력의 최정점에 오를 당선인 신분으로서 내놓을 카드가 논평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것은 사실상 묵인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며 "정말 막고자 했다면 최소한 박 당선인이 직접 이 대통령을 만나 적극 설득하는 노력은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이번 사면에 대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근혜 말로만 특사 반대? "사실상 묵인한 것"
이번 특사로 양쪽 모두 실리 얻어 '남는 장사'

또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도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서 전 대표는 2008년 총선 때 친박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총선을 20일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를 만들었고, 예상 밖 돌풍으로 14석을 얻었다.

하지만 2009년 5월 총선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 3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월이 확정돼 구속됐었다. 서 전 대표 사면문제는 현 정부 임기 내내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은 이번 특사를 통해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된 셈이다.

이 대통령의 특사 발표와 같은 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사퇴도 일종의 여론 무마용 '물타기'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총리후보자 사퇴와 같은 중차대한 일을 박 당선인과 논의도 없이 결정했을 리가 없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박 당선인과 충분한 논의 끝에 결정됐을 것이고 하필 이 대통령의 사면 발표일과 같은 날로 사퇴시기를 정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별사면 발표와 같은날 이뤄진 김 후보자의 사퇴로 여론의 시선은 크게 분산됐다.

총리후보 사퇴
여론분산 성공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인사는 "사면권은 사법체계의 오류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마련한 제도지, 대통령 측근을 구해내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지만 사면권의 남용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은 곧 대권을 거머쥘 인물로 이 같은 부당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을 의무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박 당선인 또한 이번 특사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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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