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을 초대해 마구잡이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 있다. 케이블채널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 얘기다. 방송인 김성주와 개그맨 이경규, 김구라가 MC를 맡아 별난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신개념의 토크쇼다.
그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초대 손님으로 나선 토크쇼는 없었다. 방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출연자를 상대로 한 토크쇼는 사실 모험에 가깝다. 어떤 돌발 상황이나 돌출 발언이 터질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화성인 바이러스>는 대본은 있지만 참고 사항일 뿐이다. 말이 말을 낳고 말과 말이 부딪히면서 방송이 흘러간다.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속칭 ‘돌+아이’에 가까운 일반인과 토크쇼를 꾸려가는 건 보통 내공으론 안 된다.
그래서 세 남자가 나섰다. 연예계에서 ‘말빨’로는 맨 앞자리를 다투는 이들이다. 이경규·김구라·김성주 트리플 MC는 매주 범상치 않은 일반인 초대 손님과 아슬아슬한 ‘토크 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8일 녹화장에서 확인한 이들의 ‘토크 본능’은 찬사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날 초대 손님은 ‘손 씻은 전직 조폭 출신으로 가수가 꿈’인 이영재씨. 이씨는 방송 초반부터 MC들과 설전을 주고받는다.
녹화 내내 이들이 대본을 따라 말하는 법은 없었다. 메인 MC인 김성주가 정해진 화제 몇 가지를 던지는 정도였다. 나머지는 오로지 MC들의 애드리브로 채워졌다. 이들은 초대 손님과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녹화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경규는 “미리 만나버리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장바닥에서 소주 한잔 하다가 낯선 사람이 합석한 것처럼 처음 대면해서 말하는 편이 훨씬 재밌다”고 말한다.
애드리브에 기대다 보니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이경규·김구라가 주도권을 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긴 아나운서 출신인 김성주야 예능의 ‘초짜’임이 분명하니까.
일반인과 벌이는 토크 게임…술자리처럼 자연스럽게
이경규?김구라 “김성주가 화성인에 비슷하다고 생각”
김성주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두 분을 보면서 수준 차이를 확실히 느낀다. 하지만 조정자 역할을 하니까 호흡은 잘 맞는다”고 전한다.
여기서도 ‘김구라표 독설’은 단연 빛난다. 이날 녹화에서도 “전직 조폭인데 어느 위치에 있었냐. 무슨 업무를 했냐”란 말로 제작진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경규는 “꼬투리 잡힐 말도 구라는 그냥 한다. 그래서 구라 옆에 절대 가지 말라고 하는 팬들도 많다. 구라가 나를 씹어도 그런 게 방송의 재미다”고 말한다.
<화성인 바어러스>는 섭외를 위해 그간 100명이 넘는 일반인들을 면접했다고 한다.
김성주는 “연예인들이 토크쇼에서 하는 말엔 한계가 있다. 이미지도 생각해야 하니까. 하지만 일반인은 다르다. 그저 자신의 독특한 사연을 들려주는 거다. 마치 술자리 대화처럼 우리 주변의 얘기를 자연스레 들려드리려고 한다”고 전한다.
녹화가 끝난 후 현장에서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구라는 “세 사람 중 누가 화성인에 비슷하냐”라는 질문에 “김성주라고 생각한다. 방송이 2회째 진행됐는데 황당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오늘 녹화에서도 조폭 출신 가수에게도 상황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구라는 이어 “나쁜 뜻이 아니라 의외로 순수한 면이 많다는 의미다. 작년 프리 선언할 때도 주변 사람한테 매끄럽지 않게 말을 해 오해를 받을 만했다. 나처럼 닳고닳은 사람이라면 별 무리 없이 나왔을 것이다.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믿었던 사람에게 섭섭하게 보여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경규는 역시 “멍한 구석도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김성주는 오히려 자신이 지구인이라 주장했다. 김성주는 “나는 지구인이라 생각한다. 이분들이 워낙 독특하다. 게스트들과 코드가 잘 맞는 부분이 있다. 결국 이경규·김구라 선배는 게스트와 한 팀이 된다. 나는 뭘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그러나 그것이 또 <화성인 바이러스>의 매력이라고 하니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미소를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