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모바일투표 집착’ 속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0: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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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애물단지’ 나타났다 하면 ‘아웅다웅’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면서 극심한 계파갈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내 여기저기서 잡음이 새어 나왔다.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막연한 갈등이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는 ‘모바일투표’를 둘러싸고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에 흐르는 전초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또 모바일투표를 시행하려는 분위기다. 대체 이유가 뭘까? 이에 <일요시사>가 모바일투표에 집착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제18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민주통합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어렵사리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하자 이 같은 계파갈등이 봉합될 조짐이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양측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름 아닌 모바일투표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매체를 통해 앞 다퉈 모바일투표에 대한 찬반의견을 내놨다. 모바일투표 시행을 두고 ‘절대 안 된다’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로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불공정 시비 계속
단일화 협의 파행

민주당은 2007년 대통령후보경선, 지난해 1월 한명숙 지도부 선출, 6월 당 대표·최고위원 전당대회와 9월 대통령후보 경선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모바일투표를 시행했다.

국민참여경선의 한 방식인 모바일투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 소외, 조직 동원 논란 등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아 모바일투표는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실제로 모바일투표가 실시되지 않았지만 모바일투표에 대한 불신과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가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이 그것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 측은 모바일투표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반면 문 전 후보 측은 모바일투표를 통한 단일화를 들고 나왔다.

문제는 조직동원
민심 왜곡이 문제 

문 후보 측 이목희 전략기획본부장은 아예 ‘투표’없는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 본부장은 매체를 통해 “후보를 뽑거나 공직자를 뽑을 때 딱 드는 생각이 뭐예요? 투표해서 뽑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못 하겠다? 그러면 이상한 사람들이죠”라고 말할 정도였다.

안 전 후보 측은 민주당을 향해 조직 동원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보가 끊이지 않자 안 전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분열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이를 예상이나 한 듯 “조직력이 약한 것도 안철수 후보의 조건 중의 하나”라며 “이해관계에 욕심이 생기더라도 원칙을 얘기하면 원칙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모바일투표를 고집할 경우 단일화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은 적중했다.

양측의 협상 테이블에 모바일투표가 정식으로 등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조직동원 논란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두고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또한 여전했다. 난항은 이처럼 모바일투표가 아니라 ‘세력’에 있었다.



네 차례에 걸쳐 시행된 모바일투표, 갈등과 분열 조장
제18대 대선 안철수와 단일화 방식 두고 기싸움 팽팽

조직력을 이용한 단일화 방식의 문제점은 모바일투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모바일투표가 조직동원에 ‘비교적’ 쉽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양측은 조직동원을 둘러싼 단일화 방식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전 후보는 대통령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치열했던 ‘단일화 대장정’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안 전 후보는 사퇴 선언 당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민주당은 울고, 새누리당은 환호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뻔한 속담도 정치인의 당파싸움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듯 보였다.

단일화 실패의 여파는 대선까지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나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민주당은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방식’을 둘러싸고 또다시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는 다시 모바일투표를 꺼내 들었다.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다. 이들의 논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같은 논쟁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의 계파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비노 진영은 ‘절대로’ 모바일투표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친노 진영은 모바일투표 사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다가 전당대회를 하기도 전에 자칫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넘쳐나고 있다.

찬반 의견 팽팽
문희상 제한적 찬성

김영환 의원은 매체를 통해 “소수의 조직된 사람들에 의해서 당심이라는 거, 당원들의 생각, 국민들의 생각을 왜곡시키는 그런 기계로 작용하고 있다”며 “모바일투표가 없는 전당원 투표, 대의원 투표를 하게 된다면 당 지도부는 혁신적인 지도부로 바뀌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설훈 의원은 “흠결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절대로 도입하면 안 된다”며 모바일투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동철 의원도 “국민참여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특정 세대·세력을 과대 대표하는 문제가 있어서 도입해선 안 된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의견”이라고 언론을 통해 폐지를 주장했다.

문병호 의원 또한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통령경선에서 실천을 해보니 문제가 많은 제도라는 점을 느꼈다”며 “법률가로서 보니 위헌적인 제도 같다”라고 말했다.

모바일투표 시행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반대기류가 더욱 뚜렷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고 나서는 의원들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박범계 의원은 “이것(모바일투표)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민주당의 역사가 되었다”고 매체를 통해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모바일투표 폐지 주장은 대선에서 문재인 전 후보를 찍었던 48%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면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며 “절대 폐지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문희상 “당원, 당 지도부만 모바일투표 참여하면 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많아, 실시 여부 불투명

이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모바일투표 도입 여부와 관련해 ‘제한적’인 발언을 했다. 충분히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여론의 반응이었다.

문 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뽑는 경선에서 당원과 대의원 등 당내로 모바일경선 참여대상을 한정하면 된다고 본다”라고 말해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문 위원장은 기자단 만찬에서 사견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당내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태임에도 문 위원장은 모바일투표 시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향후 논의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수많은 논란과 지적에도 문 위원장이 모바일 투표를 고집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의 전통’과 ‘국민참여’ 그리고 ‘흥행’이다.

이 중에서도 모바일투표 실시의 장점은 단연 국민참여에 있다. 모바일투표는 일반 국민이 휴대폰으로 정당 선거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모바일투표 찬성의견이다.


이에 대다수 의원이 모바일투표를 통한 민심의 왜곡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한 데 있다. 바로 ‘조작 가능성’이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룰’을 정하면 그만이라는 게 비주류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대선경선에서 숱한 의혹을 낳았다. 의혹이 끊이지 않자 모바일투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졌다.

조작 가능성 제기
비주류 반발 극심

모바일투표 관리 업체 선정과정도 그렇다. 지난 대통령후보경선에서 특정 후보와 서버업체와의 연계설이 정계에 나돌아 파문이 확산됐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친노 중심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주류 의원들의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비주류 인사들은 위와 같이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투표를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성토하는 상황이다. 모바일투표를 통해 친노 중심의 인사에게 유리한 투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다.  

문 위원장은 “모바일투표는 민주당의 상징처럼 된 좋은 제도로, 모바일투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며 “세를 동원하면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 역시 선거인단이 100만명 넘어가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일축했다.

모바일투표는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후유증을 낳았다. 선거인단 동원, 모바일심(心)과 민심의 왜곡 문제, 투표 결과 조작 가능성, 시스템 불안 등으로 모바일투표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숱한 논란과 갈등을 조장한 모바일 투표가 앞으로 어떠한 운명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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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