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비극 등 돌린 국회 ‘태안특별위원회’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28 12: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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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만든 특위인데…“그런 것도 있었어?”

[일요시사=정치팀]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 ‘유마(油魔)’가 덮쳤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선과 정박 중인 홍콩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 무려 1만900톤 가량의 원유가 유출됐다. 기름으로 뒤덮인 서해는 끔찍하다 못해 처참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국회 차원의 ‘태안유류피해대책특별위원회’가 구성되긴 했지만 현재까지도 어떤 활동이나 성과도 없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에 <일요시사>가 태안특위의 지난 5년간 국회 기록을 살펴보았다.

충남 태안군 의회 김진권 의장이 지난 22일 서울시 삼청동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07년 12월7일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발생 이후 6년째로 접어든 시점에서 두 정권이 바뀌어도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5년 넘겨  

제19대 국회에 설치됐던 태안유류피해특별위원회(태안특위)가 지난해 말 기한이 만료됐다. 지난해 8월에 출범한 태안특위의 활동 기간이 지난해 말까지였으나 여야 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활동기한 연장이 무산됐다. 그렇게 태안특위는 결국 5년을 넘겼다. 태안 피해주민의 허탈감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임시국회에서 특위 재구성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5년 동안 내지 못한 성과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삼성 측의 배상문제도 재구성되는 태안특위에서 다뤄질 전망이지만 이번 역시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삼성과 주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태안특위가 얼마나 제역할을 해낼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태안특위는 제17·19대 국회에서 각각 열렸다. 18대 국회에서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


국회 회의록에 의하면 태안 관련 안건은 제17대 국회인 2008년 2월13일 제1차 농림해양수산위원회 법률심사소위원회에서 처음 올라왔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전년도 12월 7일에 발생했으니 피해주민 입장에서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날 소위에서는 사고 관련 주민지원 등 특별법안 2개, 사고 손해배상 및 피해복구 지원 등 특별법안 2개가 발의됐다. 그리고 사고 관련 임시조치법 제정에 관한 청원, 사고 관련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문회 개최에 관한 청원이 제출돼 법안들과 청원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다. 오전 10시44분에 시작한 회의는 불과 1시간5분 만인 오전 11시49분에 끝났다.

그리고 2월18일 이 같은 내용의 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가 다시 열렸다. 상임위에서는 태안 유류사고 관련 법원과 청원에 대해 공청회가 열렸다. 성모씨가 진술인 신분으로 공청회에 참석했다.

제17대·19대 국회에서 ‘잠깐’ 열린 태안특위 18대엔 없어
국회 회의록 살펴보니 대부분 1~2시간 속전속결 심사 끝

회의록에 의하면 특위 위원장은 시간의 촉박하다는 것을 진술인에게 반복해서 알렸다. 개회 시각은 오전 10시25분, 산회 시각은 오후 12시3분으로 공청회는 1시간28분 동안 진행됐다.

이에 따라 3월14일 ‘유류오염사고지원 특별법’이 제정·공포되었다. 두 번의 소위와 단 한 번의 ‘촉박한’ 공청회로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태안특위 회의가 열린 것은 겨우 2시간32분이 전부다. 나머지는 태안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각각 개인 역량에 따라 활동했다.

제19대 태안특위는 작년 7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위원회로 구성됐으며, 9월25일 10월29일에 각각 회의록이 작성됐다. 


9월25일 태안특위 회의는 태안군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심사된 안건은 태안 유류피해 관련 2013년도 예산안 보고요구의 건과 태안유류피해 관련 참고인 출석요구의 건 등이다. 새누리당의 홍문표 의원이 태안특위 위원장으로 오후 1시16분에 태안특위를 개회했으며 오후 1시35분에 산회했다. 단 19분 만에 회의가 끝난 것.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유류 피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의 지역발전기금 출연 규모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의 대표나 그 밖에 삼성그룹의 고위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10월29일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실에서 점심시간을 포함해 거의 7시간이나 태안특위가 열렸다. 오전 10시16분에 시작한 회의가 오후 5시에 끝났으니, 보기 드문 강행군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태안 유류피해사고 관련 2013년도 예산안이 안건으로 심사됐다.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보고했다.

그리고 태안특위는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 태안유류피해사고 대책안을 심사했으며,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방향 안건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 태안 유류피해사고 대책이 논의 됐다.

피해주민 대변해야

오는 19대 임시국회 태안특위에 태안 주민이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 이루어지리라 굳게 믿고 있다.

태안특위는 기름유출 피해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에게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삼성과 주민 간에 깊은 갈등과 불신의 골이 해결될 수 있도록 피해주민의 입장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내서 말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태안군의회 김진권 의장 <미니인터뷰>

“이번 정부에서 꼭 해결했으면…”

 

 


지난 1월25일 <일요시사>와 통화한 태안군의회의 김진권 의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4일째 혹독한 추위와 맞서며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떨리는 김 의장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간절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 고생이 많으시다. 아직도 태안 유류피해가 진행되고 있나.

▲ 해결이 잘 안 되고 있다. 태안 유류피해 만큼은 이번 정부에서 꼭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 정부가 그동안 피해 보상에 대해 소홀했다고 생각하나.

▲ 부족했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피해민이 국제보험회사를 상대하다 보니 힘들다. 국제적인 문제는 정부에서 나서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태안주민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얼마 전 법원이 태안유류피해에 관해 손해배상을 인정했는데, 부족하다고 보는가.


▲ 실제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이루어진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에서 보험회사를 상대해 줘야 하는데, 해양수산부가 이 일을 전담할 때는 그래도 나았다. 해양수산부가 없어지고 국토해양부와 농산식품부가 각각 이 문제를 맡고 있어서 피해 보상 문제가 소홀하게 다뤄진다.

- 제19대 임시국회 태안특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 태안특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피해주민이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삼성과 지원금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강력하게 압박해주길 원한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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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