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민주당 ‘참배정치’ 전격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31 14: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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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는 절에서, 정치는 국회에서 하면 ‘안 되겠니?’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회초리투어’가 결국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당내외 비판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이 같은 참배와 비판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문제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줄곧 그랬다. 패배 원인과 전략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기 전에 무릎부터 꿇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무릎만 꿇었다. 이를 지켜보는 야권 지지자는 ‘답답하다’ 못해 ‘안쓰럽다’는 반응이다. <일요시사>가 ‘쇼’로 손가락질 받고 있는 민주당의 ‘참배정치’를 전격 해부해 보았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전국을 돌며 이른바 회초리투어를 개최하겠다는 당초 방침과는 달리 지난 대전·충남 방문을 마지막으로 참회의 지역방문을 마무리했다. 회초리투어가 보이기식 행사로 비치고 있다는 당내 비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세 번째 ‘참배행렬’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모양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 이어 김영환·이상민·정창래 의원 등의 질타도 잇따랐다.

수확 없는 ‘고행’

“영양가 없는 쇼” “생쇼 하지 말라” “이래놓고 또 지지해달라고 할 거냐? 탈당하겠다”라는 등의 질타는 민주당의 회초리투어를 향해 국민들이 쏟아낸 반응들이다.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이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악플로’ 내뱉었다. 욕설로 도배한 댓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잘못했다’고 참배한다는데도 국민은 이처럼 지나치게 인색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국민이 참배행렬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2004년 4월 당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사흘간에 걸쳐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3보1배’ 행진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국민은 ‘정성이 많이 들어간 쇼’라며 ‘그래도 고생한다’ ‘안쓰럽다’라는 반응이었다.


물론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추 의원의 3보1배가 시기적으로 ‘쇼’로 보이기에 매우 적당했기 때문이다.

추 의원이 3보1배를 시작한 2004년 4월3일은 제17대 총선을 앞두던 시점이었다. 게다가 다음 날인 4월4일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에 앞서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은 새천년민주당의 조순형 대표가 언급하면서 본격화됐으며, 추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이었다.

결국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이때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공조했다는 낙인이 찍혔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탄핵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이어갔지만, 3월12일 새벽 탄핵소추안은 난리통 끝에 195명 참석, 193명 찬성으로 기습적으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원들은 차례로 끌려나가 처참한 광경을 연출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동시에 야당에 대한 전 국민적인 질타가 쏟아졌다. 전국 각지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잇따랐다. 각종 시민단체는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3당의 쿠데타’ ‘3·12쿠데타’로 규정했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으로선 ‘최대위기’였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노무현 탄핵 후 총선 앞둔 시점에 추미애 ‘3보1배’ 
초선의원 ‘천배’ 지도부 ‘회초리투어’ 초라한 성적표

이때 추 의원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3보1배였다. 3보1배는 당시 최악의 상황을 타개하고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민주당은 추 의원의 3보1배가 민주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되돌려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한 네티즌은 추 의원을 향해 “정치적 소신이 없는 것이며 기회주의자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호남에 대해 눈물과 정서에 호소하는 것만이 사실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추 의원은 무릎의 출혈과 염증, 심한 허리 통증 등 갖은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총선에서 완전히 참패했다. 믿었던 호남마저 등을 돌렸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이 넘는 152석,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겨우 9석을 건지며, 탄핵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원래 3보1배는 종교계와 환경단체가 새만금댐 건설공사를 반대하면서 등장했다. 그러면서 불자들만의 수행법이 아닌 정치인의 표심 얻기 수단으로 변질된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것이 다시 17대 총선에 나타났던 것. 일각에서는 총선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알맹이는 빠진 채 얼굴을 알리는 ‘이벤트’ 조짐이 보인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언론사는 “열린우리당의 당사 이전과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생활로 감성정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자칫 정치의 희화화를 부추길 우려를 낳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추 의원의 3보1배는 ‘정치쇼’라는 논란을 일으킨 채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18대 대선이 끝난 후인 작년 12월26일 국회 앞에서 ‘천배’를 올리는 초선 국회의원이 등장했다. 자그마치 20여명이었다. 그들은 “국민 앞에 대선 패배를 사죄하고 참회하는 의미로 ‘묵언의 절’을 올리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들은 “모든 게 우리 당과 의원들의 잘못이며, 국민 앞에 엎드려 통렬히 석고대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 뒤에는 ‘국민들께 백배사죄 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고생한다” VS “이벤트쇼”

격려도 있었지만, 8년 전에 비해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 같은 국민의 목소리는 여의도 담장을 넘지 못 하는 듯했다. 이후 진선미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누구는 생쇼라고 할 테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라고 할 테지만, 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대의원은 이 같은 민주당의 참배 행보에 대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라고 한숨을 깊게 쉬었다. 이어 “민주당이 그러니 자연스럽게 정치에서 멀어지게 되더라. 참배는 혼자 절에서 조용히 해도 된다. 국회에 나오면 머리를 맞대고 국회의원답게,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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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