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대기업 '속셈'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28 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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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모자라 논밭까지…풀 먹는 육식공룡들

[일요시사=경제1팀] 대기업들이 땅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 2009년 MB정부가 대기업의 농업계 진출 규제를 풀어주기 시작하면서 대기업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규제 완화 뿐만아니라 설립까지 지원하고 있다. 농업개방 후 이미 수입농산물로 인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기업까지 농사를 짓고 나서면서 농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전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 22일 대전 대림호텔에서 비상회의를 가지고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의 토마토 재배사업진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대회에서 농민들은 "정부는 영세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농업 생산기반 붕괴를 촉발하는 대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금 지원까지

연합회는 "종자·비료·농약은 물론 공영도매시장의 도매법인까지 소유한 대기업이 정부지원까지 받아 토마토를 생산하면 규모가 작은 토마토농가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농업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대기업만 지원하는 것은 영세 농민은 고사해도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1953년 한국농약으로 출발, 1995년 동부그룹에 편입 된 뒤 비료·농약 등을 생산하다가 지난해 동부팜한농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동부팜한농의 자회사인 동부팜화옹은 지난해 12월28일 경기 화성시 화옹지구 간척지 15ha(4만5000평)에 유리온실단지를 준공했다. 동부팜화옹은 이곳에서 전체 온실 규모의 3분의 1 수준인 4ha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오늘 5월께부터 시범 토마토가 출하될 예정이다.

해당 유리온실단지 부지는 원래 간척지 연약지반으로 땅을 다지지 않으면 쓸모 없는 땅이었다. 정부는 생산한 토마토 중 90% 이상 해외에 수출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동부팜한농에 해당부지를 30년간 빌려주기로 했다. 이를 동부팜한농이 수락하자 정부는 연약지반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금 87억원을 지급했다.

동부팜한농은 화옹에 이어 전북 새만금 간척지에도 첨단유리온실 등 총 333ha 규모의 대규모 복합영농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동부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동부팜슨은 올해 충남 논산의 유리온실 4.95ha에서 토마토 1000t가량을 출하할 계획이다.

동부팜한농 측은 내수시장에 물량을 대면 계약위반이 되어 부지에서 쫓겨난다는 점을 들며 생산된 토마토를 전량 수출하고 초과 물량은 소스, 케첩 등 가공용으로 판매해 내수시장을 어지럽히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연합회는 "동부팜한농에서 재배하고 있는 토마토는 껍질이 무른 이스라엘종으로 수출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또 지난해 동부팜슨이 논산에서 생산한 1000t 중 100t만 수출됐고 나머지 90%는 내수용으로 쓰였다"며 전량수출 방침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출이 어려우면 내수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동부그룹 토마토 재배에 농민들 '뿔났다'
정부가 규제 풀어주면서 재벌기업들 진출


지난 21에는 한국토마토대표조직과 한국토마토수출자조회가 규탄성명서를 내고 "대기업이 농산물 생산까지 진출하는 것은 300만 농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기업이 국내 농사에 숟가락을 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MB정부가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정 패러다임을 ▲개별농가→기업형 주업농 ▲비농업계의 자본투자 제한→민간투자 활성화 ▲농업보호·특별지원→경쟁·시장중심 등으로 전환하면서 대기업의 농업진출이 본격화됐다. 새만금과 영산강 등 대규모 간척으로 수백만평의 농토가 새로 조성된 상황에서 대기업 자본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86년부터 시험영농을 시작하고 현재는 친환경 쌀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현대서산농장'이라는 영농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현대서산농장은 서산 간척지에서 연간 33만6280석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서산 간척지는 지난 1979년 매립 허가를 받은 뒤 1984년 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1999년 매립이 완료됐다. 현대백화점의 대표 한우세트인 화식한우 또한 서산농장에서 길러진 소로만 제공된다.

아모레퍼시픽은 경작을 한다. 제주도 내 4개의 공장에서 총 190ha 규모로 녹차를 경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70년대 초반부터 30여 년간 100만여 평의 황무지를 개간해 녹차밭을 조성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아예 설록다원 프리미엄 공장을 짓고 자체적으로 차 생산에 나섰다.

지난해 7월 SK(주)가 SK건설로부터 인수한 SK임업도 대표적인 대기업 계열 농업회사다. 1972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4500ha의 조림지에 자작나무, 가래나무를 비롯한 조림수 40여 종과 조경수 80여 종 등 총 38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특히 SK(주)로 인수된 뒤 보유 조림지를 송이버섯 등의 임산물 생산·유통, 산림 경영 모델림, 호두 숲, 산림휴양시설 등으로 특화하겠다는 중장기 플랜을 수립했다.

LG그룹은 곤지암예원이라는 묘목 생산 농업회사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곤지암예원은 리조트 및 수목원에 사용되는 조경용 수목 및 화초류의 안정적인 재배·공급을 위해 2010년 설립된 농업 법인으로 구매대행 계열사인 서브원이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지난 2010년 작물재배 및 판매사업을 영위하는 농업법인 그린투모로우를 차렸고 KT&G도 인삼과 한약재 재배를 주력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 예본농원을 설립했다.

농업 비즈니스

SPC그룹은 지난해 12월 서울대학교, 강원도 평창군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과 함께 농업법인 에스팜을 출범하고 농산물의 구매와 선별, 보관, 포장 등 전반적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삼립식품 등의 제품 제조를 위한 안정적인 공급처도 확보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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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