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윤대해 시나리오' 전격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18 09: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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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된다! 고로 검찰 개혁은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18대 대선의 최종 승자로 결정되면서 이른바 '윤대해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선에선 박근혜가 될 것이고 안철수는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을 것"이라던 윤대해 전 검사의 예측이 귀신같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된다. 공수처(공직자비리수사처) 공약은 없다. 고로 검찰 개혁은 없다던 남은 그의 시나리오도 현실이 될까? <일요시사>가 윤대해 시나리오를 추적해봤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사상 최초로 현역 부장검사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초임 검사가 검사실에서 피의자 신분인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발각됐다. 결국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중수부장은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검찰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말로만 개혁

윤대해 전 검사(사법연수원 29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윤 전 검사는 통일부 파견근무 중이던 지난해 11월24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 실명게시판에 검찰 시민위원회 실질화, 검찰의 직접수사 자제, 상설특검제 도입 등을 담은 검찰 개혁방안을 올리고 결단을 촉구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국민들은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 실명으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올려 언론의 주목을 받은 윤 전 검사가 동료검사에게 그 글은 사실상 '언론플레이용'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이 공개된 것이다. 이른바 윤대해 시나리오다.

이 글은 당초 윤 전 검사가 동료검사에게 보내려했으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문자를 잘못 보내면서 공개가 됐다. 파문이 일자 윤 전 검사는 즉각 대검에 사표를 제출했고 지난해 12월10일 전격 수리됐다.


사건 후 두 달이 흐른 지금 윤대해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언급한 대선 예측이 귀신같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윤 전 검사는 당시 "이번엔 박근혜가 된다. 안철수의 사퇴는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고 결국 문재인이 떨어지게 만든 후(즉 박근혜가 된 후) 민주당이 혼란에 빠졌을 때 신당 창당을 통해 민주당 세력을 일부 흡수하면서 야당 대표로 국정 수업을 쌓고 계속 유력대선 주자로 있다가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므로 문재인을 소극적으로 지지하겠지만 적극적인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문재인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일 것이다. 그것이 자기가 다음 대선을 바라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 보수정권 10년이면 정권교체의 목소리는 더 커져 정권교체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자기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론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 속사정까지야 알 수 없지만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시만 해도 치열한 접전 양상이라 베테랑 정치전문가들도 섣불리 대선결과를 예측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윤 전 검사가 박 당선인의 대선승리를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은 대선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소름 끼치게 맞아 떨어진 시나리오 "불법사찰 있었나?"
현실로 다가오는 '위장 개혁' 뒤에서 미소 짓는 검찰

또 일부에선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도 제기됐다. 윤 전 검사가 언급한 디테일한 내용들은 안 전 후보에 대한 뒷조사를 하지 않고는 일개 검사가 예측해낼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제 사람들의 이목은 윤 전 검사가 예측했던 대로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검찰 개혁이 사실상 '위장 개혁'에 그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윤 전 검사의 예측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비록 박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일 중수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박 당선인 공약에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가 없기에 그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그의 예측은 일부 빗나갔다.

하지만 11월6일 공약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박 당선인은 중수부에 대해 아무 말도 없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뒤늦게 중수부 폐지 공약을 내놓은 이유가 윤대해 시나리오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대선기간 연이어 불거진 검찰 비리 때문에 검찰 개혁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하긴 했었지만 '외부인사의 검찰총장 영입'과 '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 신설' 등 파격적인 검찰개혁안을 제시했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또 박 당선인이 약속한 중수부 폐지안도 박 당선인의 사법개혁안을 사실상 입안한 안대희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이 중수부 폐지가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실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설령 중수부가 폐지된다 해도 박 당선인은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상설특검제는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해 검찰이 제시한 차선책에 불과하고, 특별감찰관제는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검찰 개혁안이 윤대해 시나리오대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더 커져가고 있다.

또 윤 전 검사는 당시 "(자신이 개혁안으로 제시한) 직접 수사 자제는 사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수사현실을 우리가 마치 큰 양보를 하는 것으로 비춰지게 하고 경찰의 수사권조정 요구(수사지휘 배제요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언급했는데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초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하되, 우선은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윤 전 검사가 제시한 기소독점주의 포기, 기소권에 대한 시민참여 통제,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의 개혁안과 대동소이하다.

도로 정치검찰

윤 전 검사는 자신의 개혁안에 대해 "내가 올린 개혁방안도 사실 별거 아니고 우리 검찰에 불리할 것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수사지침으로 시행하면 뭔가 검찰이 포기한 것 같고 경찰은 일반 형사사건을 대부분 수사한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강화가 오히려 이야기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박근혜식 검찰개혁안으론 사실상 검찰 권한을 제한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인수위 면면만 들여다봐도 박 당선인의 검찰 개혁은 중수부의 형식적 폐지 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이대로라면 윤대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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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