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의혹' 끊이지 않는 '이유 있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16 09: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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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투표장치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

[일요시사=정치팀] 부정선거 의혹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바로 ‘제어용 컴퓨터와 연결된 투표지 분류장치(이하 기기)’의 명칭에 도사리고 있다. 일반인이 명칭의 혼선을 이해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부추긴다. 현재 개표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기는 투표지분류기 또는 전자개표기로 불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관리매뉴얼’을 보면 이 기기를 ‘투표지분류기’라고 안내한다. 대체 이 기기에 어떤 이름을 붙여줘야 하는 걸까? <일요시사>가 추적해 보았다. 

 

제18대 대선 무효소송 소송인단인 한영수 전 중앙선거관리 노조위원장과 김필연 전 국정원 정치부장은 ‘투표지분류기’라는 이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가 주장하는 투표지분류기가 사실은 전자개표기라는 것. 여론과 대부분 유권자는 이 기기를 전자개표기라 부르고 있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도 고위정책위에서 “전자개표기라고 불리는 투표지분리기”라고 애매하게 말했다.

전자개표기는
투표지분류기+컴퓨터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명칭의 혼선이 발생하며, 선관위는 이 기기를 투표지분류기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실제로 2002년 이 기기를 도입할 당시 선관위는 분명히 전자개표기라고 명명했다.

한 위원장을 통해 <일요시사>가 입수한 2002년 6월4일자 선관위의 ‘선거소식’이라는 배포자료(그림1)에 의하면 “우리 선관위는 우선 전자투표기 도입의 전 단계로 투표방식은 현재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되 개표과정에만 전자시스템을 도입·활용하기로 하고, 이미 전자개표기의 개발을 완료하여 650대의 개표기를 일선 선관위에 배치한 바 있으며 이번 지방선거개표에 활용할 계획으로 있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배포자료에 등장한 전자투표기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투표와 동시에 개표가 이루어지는 장치로 전자개표기와는 뚜렷이 구분된다.

그리고 <일요시사>가 입수한 중앙선관위의 2002년도 7월24일자 내부결재 공문(그림2)에 따르면 투표지분류기와 전자개표기를 구분지어 정의하고 있다.

공문은 ‘개표기는 투표지를 후보자 또는 미분류투표지로 구분하는 투표기 분류장치(투표지분류기)와 이를 직접 제어하는 컴퓨터(제어용 컴퓨터)의 통합시스템으로, 투표지분류기와 제어용 컴퓨터는 각각 1:1로 연결되는 구조임’이라고 설명한다.

2005년까지는 ‘전자개표기’였다가, 갑자기 ‘투표지분류기’로
공선법 “전자개표기 규제 대상” VS "전자투표기만 규제”

이에 대해 선관위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02년 최초 도입 당시 조달청 입찰할 때 명칭은 투표지분류기였다. 이것이 개표에 사용되는 장비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표기, 전자개표기라고 부른 것”이라며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더라도 ‘투표지분류기+제어용 컴퓨터=전자개표기’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그렇다면 현재 개표소에서 사용되는 기기는 투표지분류기가 아니라 전자개표기라는 것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후 2006년 3월 선관위는 6개 일간신문에 7200여만원을 들어 ‘투표지분류기는 전자개표기가 아니라, 투표지를 단순히 후보자별로 구분하는 기계’라고 광고했으며,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투표지분류기라고 부르고 있다.

선관위의 주장대로라면 전자개표기에서 이를 직접 제어하는 컴퓨터를 분리한, 순수한 투표지분류기만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선관위는 제어용 컴퓨터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고집스럽게 투표지분류기라고 명명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로 전자개표기와 투표지분류기는 큰 차이가 있으며, 이 기기가 전자개표기에 해당하면 공직선거법에 의해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다는 게 소송인단의 주장이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전산으로 이루어지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선거장비를 사용할 때에 부칙 5조를 적용하는 것이다. 공선법 부칙 5조는 투표지분류기와 전자개표기에는 적용되지 않고, 전자투표기에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전산조직에 의한 개표기’
법률상 제약 많아

전산조작에 의한 개표기는 보궐선거 등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그리고 중앙선관위가 국회 교섭단체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공선법 부칙 5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004년 대법원은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개표기는 투표지를 분류하는 기계장치인 본체와 (중략) 제어용 컴퓨터, 그리고 개표 상황표를 출력하는 프린터로 구성되어 있다. 개표기 제어용 컴퓨터는 ADSL망 중앙서버와 연결되어 선거인 수와 후보자 자료를 다운받는 자료 수신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계장치에 불과하다”라고 판시했다.

판결이 모순적이라는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기기는 아무런 제약없이 모든 선거에서 사용되기 시작한다.

이 사건의 재판장은 제16대 대선 당시 서울시 선관위원장을 지낸 고현철 전 대법관. 피고는 중앙선관위원장직을 겸하고 있던 유지담 전 대법관, 피고 소송대리인은 중앙선관위원장직과 대법관직을 겸하다가 2000년 7월 퇴임한 이용훈 변호사였다. 결국 시민단체는 ‘부당한 판결’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법관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현행 법원조직법 제49조에는 선거위원회 겸직 금지 항목은 찾아볼 수 없어 법 ‘규정의 미비’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렇다면 투표지분류기에 장착시킨 제어용 컴퓨터의 역할이 과연 무엇이기에 선관위가 명칭까지 바꿔가면서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기에 대해 10년이 넘게 끊임없이 조작 가능성이 제기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투표지분류기는 장치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투표지의 이미지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해당 투표지를 번호에 따라 분류한다. 여기에 제어용 컴퓨터가 연결되면, 투표지분류기의 센서가 그림을 읽어 해당 정보를 컴퓨터에 전송하는 과정을 거친다.

컴퓨터는 들어온 정보를 인식하고 다시 투표지분류기에 분류명령을 내린다. 예를 들어, 1번에 도장이 찍힌 투표지 이미지를 센서가 컴퓨터에 보내면, 컴퓨터는 ‘1번으로 분류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투표지분류기는 이 명령에 따라 해당 투표지를 1번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후 보안시스템 적용”
“조작 가능성 인정한 것”

한영수 전 위원장은 “‘100번째 0번 투표지는 0번으로 보내라’는 프로그램을 깔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소송인단과 전문가들은 제어용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조작 가능성은 2008년 10월6일 행정안전위원회 중앙선관위 국정감사에서 유정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의혹 제기로 이경목 세명대학교 교수가 시연을 함으로써 드러난 바 있다.

이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전자개표기 조작은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며 “예전에 공기업에 장비를 납품한 적이 있는데, 납품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몇 개월 동안 하나하나 검사를 다 한다. 그러나 전자개표기는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자료를 통해 “투표지분류기 도입에 앞서 분류의 정확성 검증을 위해 2개 업체를 대상으로 각 3회씩의 시연을 실시하였고, 공개경쟁 입찰방식에 의한 계약을 통해 엄격한 기술평가를 거쳐 기기의 오류발생 여부를 면밀히 검증한 바 있다”라고 해명했다.

취재기자가 "국정감사 시연 이후에 개선된 사항이 있는가?"라고 묻자 선관위는 “2008년부터는 투표지분류기 운용프로그램에 보안시스템을 적용하여 운용프로그램에 대한 사용자 인증체계를 강화(사용자 보안카드 사용)하고 프로그램 구동 전에 반드시 프로그램 위?변조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투표지분류기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선관위가 그동안 전자개표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증한 것 아니냐?”라면서 “전자개표기가 문제가 된다고 항의하니까 투표분류기라고 하고, 국정감사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니까 이제는 보안시스템을 강화했다고 한다”라고 반박했다.

참관인 “수개표가 뭔지도 몰라, 뭉치로 한번 훑어보더라”
선관위 “지침대로 교육 이루어져…무조건 수개표 했다”

현재 다음 아고라나 카페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수개표 청원운동’은 이 같은 기기의 조작 가능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일어났다.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은 대부분 잘못 분류된 투표지와 관련돼 있다.

투표지 분류작업이 끝나면 개표사무원들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오류를 잡기 위해, 100매씩 묶여 있는 투표지를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심사·집계 과정은 이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이 같은 수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인터넷을 통해 속출하고 있는 것.

광주 서구 개표장의 참관인이었던 김종언(38)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수개표가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도 모른 채 참관했다. 세 번째 테이블로 가보니 전자개표기를 거쳐 분류된 투표지가 100장씩 묶여 있었다. 개표사무원들이 100장으로 묶여있는 뭉치를 책장 넘기듯 빠르게 훑어보고, 고무줄을 풀어 돈 세는 기계에 투입해 다시 100장씩 묶었다. 그게 수개표였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씨는 “그 과정에서 참관인이 개표사무원들을 제대로 감시할 수가 없다. 참관인수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잘못 분류된 투표지를 발견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이의신청을 하고 선관위원장이 수긍해야 제대로 분류되는 게 문제”라면서 “마음만 먹으면 여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 서구선관위 관계자는 “수개표는 고무줄을 풀지 않고 쭉 훑어보는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고무줄을 풀고 하나하나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번복하다가 “도무지 말이 안 통해 이야기할 수가 없다”라고 불쾌함을 표하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다시 <일요시사>에 전화를 걸어 “개표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이 있다. 모든 개표사무원들이 육안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뉴얼에 따라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했다. 절차상으로는 문제없다”고 밝혔다.

꼼꼼한 수개표가 필수
“참관인도 부족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강남 개표장의 한 참관인은 “그냥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해서 잘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부정선거가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취재기자가 "수개표는 이뤄졌는가?"라고 묻자 “수개표가 뭔지 모르니까. 하지만 한영수씨가 강력하게 이의제기하니까 그때부터 한 것 같았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라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선관위의 투표지분류기와 소송인단의 전자개표기는 계속된 논란으로 한동안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쯤이면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마음 놓고 행사할 수 있을지, 정부와 관련기관은 이 같은 논란에 책임지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욱 힘써야할 것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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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