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사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셋>

진실의 퍼즐 맞추기…관건은 ‘문서’


고 장자연의 자살과 문건 진위 여부를 두고 온 연예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경찰은 고인의 자살 원인으로 전 소속사 김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촬영 중단, 경제적 어려움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경찰이 발표한 세 가지 원인을 고인의 자살 이유로 단정 짓기는 곤란하다. 김 대표가 지난해 11월 사업을 정리했다는 것, 전 매니저 유장호씨가 제 3자에게 문건을 유출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고인의 심경을 압박한 또 다른 무엇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장자연이 전 소속사 김 대표로부터 협박당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장자연이 자살하기 며칠 전 지인과의 휴대전화 통화에서 김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심한 두려움을 털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장씨가 ‘죽음’을 떠올릴 만큼 두려움의 정도가 컸던 점을 중시, 자살 동기와의 연관성에 주목해 수사하고 있다. 장씨는 자살 며칠 전인 3월초 수일에 걸쳐 6건의 통화내용을 녹음했다. 6건은 수분~10여 분 분량으로 이 가운데 4건은 소속사와의 갈등 관계를 담았는데 이중 2건의 통화 상대자는 로드매니저였다.

로드매니저와의 통화에는 ‘전 소속사 김 대표와의 갈등에서 내가 죽을 수 있다’고 호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장씨는 이 통화에서 또 “김 대표가 차량 등 지원을 모두 끊고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폭력배를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고 경호원을 동원해야 할 처지”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살동기와 관련한 장씨의 행적을 조사, 김 대표와 불편한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불편한 관계는 문서 때문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씨가 문서의 존재를 많은 연예 관계자들에게 흘렸다면 김 대표에게까지 그 이야기가 전해졌을 것이라는 것. 이 때문에 고인이 김 대표와 또 다른 갈등 관계에 놓였을 수도 있다. 장자연이 자살 사나흘 전에 팩스로 어디론가 문서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장자연이 자살하기 3~4일전쯤 집 근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누군가에게 팩스로 문서를 보낸 사실이 있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업소 관계자로부터 ‘장씨가 손으로 쓴 글이 담긴 6~7장의 문서를 가지고 와 어디론가 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문서를 장씨가 직접 작성했는지, 무슨 내용이 담겨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장자연 통화 내용… 전 소속사 김 대표로부터 협박 정황 포착
로드매니저에 “김 대표와 갈등으로 내가 죽을 수 있다” 호소

팩스로 보낸 문서가 장씨가 직접 작성한 문건일 경우 유씨가 가지고 있던 문서의 사본이거나 또 다른 문건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고인이 사망일인 지난 7일, 일본 항공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당일 출국이 가능한 항공사였다.
문건이 유출되자 고인이 일본에 머물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급박하게 출국을 하려 했었던 것 아니냐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김 대표와 갈등을 빚은 부분은 접대가 아닌 문서 유출로 인한 새로운 갈등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김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정리하면서 사실상 접대가 중단됐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소속사 전 직원들은 “김 대표는 지난해 모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정리했다”면서 “일본으로 출국하면서부터는 고인에게 ‘연예 활동을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장자연의 한 측근에 따르면 김 대표의 출국 이후 유일한 소속 배우인 장자연에 대한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차량비용부터 메이크업, 코디비용까지 고인이 직접 감당해야 했다.
다시 말해 김 대표가 한국을 떠난 12월2일 이후 3개월 동안 고인은 김 대표의 접대부름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는 것. 지난 2년간 접대의 고통에 시달린 고인이 대표의 압박에서 벗어난 이후 죽음을 택했다는 것은 순서상 맞지가 않는다.
다만 김 대표가 사업을 정리하면서 고인이 연예 활동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매니지먼트 등 경제적 지원이 전혀 없었기에 소속사 이적을 놓고 갈등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상태라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이때부터 유씨와의 협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유씨는 지난 2월28일 장자연이 문건을 작성할 때 함께 있었던 인물로 장자연의 소속사 김 대표와 소속사 여배우 이적 문제 등을 놓고 격렬한 갈등을 빚어왔다.
유씨는 장자연과 함께 프리랜서 드라마PD A씨를 찾아가 문건 내용을 상의하기로 약속하는 등 장자연이 자살하기 전부터 외부 인사들에게 ‘장자연 문건’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자연이 문건 작성 일주일 뒤인 지난 3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자, 유족에게 문건의 존재를 알리며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씨는 KBS가 문건의 일부를 입수해 보도한 이후 “고인이 소속사 김 대표를 경찰에 형사 고소하려고 만든 진술서”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결국 문서는 이적을 위해 고인과 유씨가 합의하에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인의 예상과 달리 유씨는 문서를 다른 용도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한편 경찰은 장씨가 지인과의 통화를 굳이 녹음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갈래로 분석하고 있지만 어딘가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소속사 이전과 관련된 소송 등에 사용하기 위해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고 장자연 사건 ‘여자 스타에 불똥’
지금은 몸 사려야 할 때

고 장자연 사건의 문건 및 자살 경위 수사가 진행될수록 연예계에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23일 한 언론은 “장자연의 전 매니저 유씨와 소속사 대표 김씨 관계가 악화된 배경에 송선미의 돌출 행동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장자연 사건으로 수면에 떠오른 두 매니저의 악연은 2007년 가을 한 시상식에 참석한 송선미의 돌출 행동이 발단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일을 계기로 김씨와 송선미가 불화를 겪게 됐고 결국 송선미는 지난해말 김씨의 직원이던 유장호씨의 회사로 옮긴 뒤 횡령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이에 격분한 김씨도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송선미를 맞고소하며 파장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송선미는 당시 시상식에서 모 인사와 공동 시상하는 것으로 콘티가 짜여져 있었다. 그런데 송선미가 시상식 도중 갑자기 “시상을 못하겠다”며 식장을 떠났고 이 일로 김씨는 해당 주최사의 항의를 받게 됐다.
송선미의 돌발 행동으로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한 김씨는 “회사의 이미지를 손상시켰고 회사와 상의없이 독자적으로 연예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송선미에게 위약금(6000만원)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송선미는 이에 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 출연료 5300만원을 가로챘다고 주장, 김씨를 강남경찰서에 횡령죄로 고소했고 김씨가 다시 송선미를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맞고소했다. 김씨가 송선미와 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같은 불화로 송선미는 계약 기간 만료일인 지난해 9월까지 연예 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았고 결국 작년 말 더컨텐츠의 전 직원 유장호씨의 기획사 호야스포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겼다.

소장에 따르면 송선미는 지난해 2월과 4월 김씨에게 “어떻게 해야 맘이 풀리실까요. 죄송해요” “소중한 인연 망치고 싶지 않아요” “남은 기간 일 안 해도 좋아요. 그동안 저한테 잘해주셨는데”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송선미가 김씨와 원만한 해결을 모색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송선미는 김씨와 결별한 지난해 12월24일엔 미니홈피에 김씨를 고소하게 된 배경을 소상히 밝히며 그를 원망했다. 그는 이 글에서 “2008년 1월부터 김씨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 1년간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계약을 위반한 건 김씨였지만 매니저 동의 없이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계약이 돼 답답했다. 출연료도 포기하고 그냥 넘어갈까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까지 그냥 넘어가면 그가 계속 이런 악행을 거듭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고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씨-김씨 두 매니저 악연…송선미 돌출행동이 발단(?)
사건과 관계 없음에도 피해 사례 생길까 실명 거론 조심

송선미에 이어 올해 초 이미숙까지 유장호씨의 회사로 옮겨가며 김씨와 세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 언론은 3월24일에는 “고인이 한 지인을 통해 김민선의 개인 연락처를 물어본 사실이 확인됐다”고 분당경찰서의 한 수사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에 김민선과 장자연의 관계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 장자연 자살 사건의 배후’라는 요지의 글이 소위 말하는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급속하게 퍼지고 있어 글에서 거론된 여자 연예인 A씨는 루머가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또한 A와 함께 거론되고 있는 탤런트 B 역시 사실 확인을 위해 촬영 현장에 찾아오는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코디네이터와 매니저를 동원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장자연 문건 관련 수사가 확대됨에 따라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애꿎은 연예인들의 이름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어 사건에 가해자로 지목되거나 관련자로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섣부르게 여자 스타들의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며 “사건에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는 사례가 생길 수 있으니 실명 거론은 조심해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유력인사 3인 ‘스폰서’ 역할 했나
 대가성 입증이 열쇠 될 듯

고 장자연 유족이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진 유력인사 3인은 연예계에서 흔히 얘기되는 ‘스폰서’ 역할을 했던 것일까.
장자연 유족은 지난 3월17일 유력인사 3명을 ‘성매매’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매매 혐의가 적용되려면 성관계 사실 뿐 아니라 성관계의 대가로 이들이 장자연이나 장자연 회사에 ‘유형 또는 무형의 금전적 이득’을 제공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성관계의 대가성과 행위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변호사의 법률자문을 받은 유족 측이 이들을 강요죄나 배임수재 등이 아니라 성매매로 고소한 것은 이들이 성접대의 대가로 장씨 소속사측에 금전적 이득을 준 것으로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소당한 인사들의 경우 장자연 측과 특별한 광고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방식의 금전적 대가가 오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장자연 계좌와 장자연 소속사 대표의 계좌 추적을 통해 의심스러운 돈의 흐름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력인사들과 신인 여배우간 ‘스폰’ 관계는 연예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해왔다. 신인 여배우의 경우 하룻밤 대가가 수백만원, 일정기간 관계가 지속될 때는 억대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연예기획사들이 스타 배우를 관리하면서 생기는 적자를 신인 여배우의 ‘스폰’ 계약으로 메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T사 김 대표는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100억원대의 부동산 자산가로 성 상납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실제 그의 자산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가 40억원대로 알려진 김 대표 소유의 강남구 삼성동 3층짜리 건물은 지난해 7월부터 모 금융회사에 39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1층과 3층이 전·월세 매물로 나왔지만 대출금이 너무 많아 세도 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족 측이 장자연 주변인을 통해 성매매의 상당한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족 측이 불태워지고 없는 문건에서 본 기억만으로 유력인사들을 성매매 혐의로까지 고소했다는 것은 향후 파장을 예상할 때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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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