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대한민국 일출 나들이 ①울릉도

동쪽 끝섬서 새로운 한해 시작하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이다. 이즈음에는 역시 일출 여행이 제격. 그것도 우리 국토의 동쪽 끝, 독도에서라면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3월까지는 독도를 오가는 정기 배편이 운항을 하지 않는다. 가끔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배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독도에서 맞이하지 못한 일출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일출 명소가 있어 다행이다. 울릉도의 일출 명소로는 섬 동쪽 끝에 위치한 내수전 일출전망대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는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일출은 물론 저동항과 행남등대, 죽도와 섬목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장엄한 일출과 활기찬 저동항의 아침
내수전 전망대·행남등대·죽도 장관

말머리를 닮아 말바위라 불리는 북저바위와 어우러진 내수전 일출은 울릉도의 여유로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여백의 미가 느껴져 더욱 아름답다.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성인봉의 웅장한 자태는 보너스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다

울릉도 동쪽 끝인 내수전(內水田)은 울릉도 육로 관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내수전은 울릉도에 들어온 개척자 김내수라는 사람의 밭이 있던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태종 17년(1417년)부터 고종 19년(1882년)까지 465년간 이어진 조선왕조의 공도 정책 때문에 19세기 말에야 개척민이 들어온 울릉도에는 내수전 외에도 서달래가 살던 곳이라고 해서 ‘서달령’이라고 하는 등 개인 이름을 딴 지명이 여럿 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섬목까지는 4.4km에 불과하지만, 아직 도로가 개통되지 않아 차량으로는 더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내수전에서 섬목을 잇는 옛길은 한번쯤 걸어볼 만하다. 내수전에서 석포를 거쳐 섬목에 이르는 내수전 옛길은 대략 7km. 원시림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울창한 활엽수림과 함께하는 이 길은 울릉도의 둘레길로 통한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차를 돌려 나오면 동해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에 닿는다. 저동항은 1967년 어업 전진기지로 지정된 후 1979년 항만 공사가 완료된 곳으로, 울릉도 오징어의 대부분이 이곳 저동항에서 취급된다.


때문에 이즈음 저동항의 아침은 오징어 할복 작업으로 활력이 넘친다. 할복 작업이 끝난 오징어는 바로 대나무에 꿰어 바닷바람에 말리는데, 대나무를 오징어 머리 중앙에 꿰는 건 울릉도의 특징. 이를 통해 다른 지역 오징어와 울릉도 오징어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저동항 방파제 앞 촛대바위는 울릉도의 또 다른 일출 명소다.

저동항에서 도동리로 접어드는 삼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육로 일주가 시작된다. 도동항이 위치한 도동리는 울릉도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이다. 울릉군 인구의 70%가 도동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울릉군청과 독도박물관 그리고 식당과 숙박 시설도 이곳에 집중되었다. 그래서 울릉도 여행은 도동리에서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 산업, 문화의 중심지이니만큼 도동리에는 볼거리도 많다. 우선 독도박물관과 향토사료관, 독도전망대가 있는 도동약수공원에 가보자. 도동약수공원은 도동항에서 천천히 걸어도 2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다. 철분, 탄산,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도동약수는 단맛 빠진 사이다에 철분을 섞어놓은 듯한 맛이다.

안용복장군충혼비와 청마 유치환의 ‘울릉도’ 시비를 둘러보고 내려오면 멋스러운 현대식 건물과 마주하는데,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영토 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이다.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구성된 독도박물관에는 고 이종학 초대 관장이 30여 년 동안 국내외에서 수집한 독도 관련 자료와 고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의 유품 등이 총망라되었다.

울릉도 개척 당시 개척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향토사료관도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기기묘묘한 절경
도동항 해안산책

망향봉에 위치한 독도전망대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케이블카 운행 시간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일출은 물론, 해 질 녘 도동항을 떠나는 오징어잡이 배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줄지어 도동항을 떠나는 도동모범(道洞慕帆)은 울릉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멋스러운 풍경이다. 다만 겨울철에는 기상상황에 따라 케이블카 운행이 유동적이니 이용 전에 울릉군청 홈페이지(www.ulleung.go.kr)에서 운행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도동항 좌우에 있는 해안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좌안이라 불리는 행남해안산책로는 반드시 돌아봐야 할 코스. 깎아지른 행남봉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행남해안산책로는 큰 기대 없이 들어섰다가 깊은 여운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고 돌아오는 곳이다. 오르고 내림이 제법이지만 발밑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기기묘묘한 해식동굴에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에 닿을 정도로 절경이 펼쳐진다.

도동항에서 시작된 해안산책로는 행남등대를 거쳐 저동항까지 이어진다. 해안산책로는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

도동항을 뒤로하고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시원스런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울릉도 육로 일주의 제맛은 지금부터다. 울릉도의 일주도로는 울릉군 서면 태하리에서 울릉군 분면 현포리에 이르는 일부 산간도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처럼 시원스런 해안도로다.

울릉 신항 공사가 마무리된 사동항에서 거북바위가 있는 통구미까지는 잘 뻗은 직선 도로가 4.5km 정도 이어진다. 통구미터널을 지나면 울릉도의 유일한 신호등과 마주한다. 남통터널 입구에 마련된 신호등이 바로 그것. 점멸등이 아닌 황·녹·적색으로 제대로 된 신호등이다. 터널이 좁아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것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분명 재미난 볼거리다. 터널 입구에 이용 안내문도 있다.

이곳 남통터널과 울릉군 서면에 있는 수층교는 울릉도의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낸 이색적인 볼거리다. 특히 해안도로와 산간도로를 나선식으로 연결한 수층교는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 통한다.

남통터널을 지나 태하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해안 풍경도 멋지지만 우산국(于山國) 시절 우해왕의 전설을 간직한 사자바위와 투구봉, 비파산, 울릉 주민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태하 성하신당과 태하리 해안산책로도 놓치지 말고 둘러봐야 할 명소다.

성하신당이 위치한 서면 태하리에서 차를 돌려 조금은 지루하다 싶은 산간도로를 벗어나 북면 현포리로 들어서면 다시금 해안 풍광이 펼쳐진다. 발아래 현포항을 두고 공암(코끼리바위)과 노인봉, 송곳봉(430m)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현포항과 천부항을 지나 삼선암이 있는 선창 부근으로 들어서면 육로 일주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세 암석으로 된 삼선암은 공암, 관음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절경 중 하나. 멀리서는 두 개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 바위가 온전히 시야에 들어온다.

선녀들이 목욕한
삼선암 옥빛바다

세 선녀가 목욕을 하러 내려왔다가 주변 경관에 취해 돌아갈 시간을 놓쳐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처럼 삼선암 주변 바다는 유독 옥빛으로 반짝인다. 삼선암 앞에서 무릎을 괴고 선녀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동자바위도 인상적이다.

삼선암과 멀지 않은 곳에 관음도가 있다. 울릉도의 부속 섬 중 죽도 다음으로 큰 관음도는 지난 8월 연도교로 본섬과 연결됐다. 깍새가 많아 깍새섬이라고도 불리는 관음도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동절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1박2일 코스>
첫째날/울릉도 도착→독도박물관, 향토사료관→독도전망대
둘째날/내수전 일출전망대→저동항→통구미→삼선암→관음도

<2박3일 코스>
첫째날/울릉도 도착→독도박물관, 향토사료관→독도전망대
둘째날/내수전 일출전망대→내수전 옛길 걷기→석포전망대→삼선암→관음도
셋째날/행남해안산책로→저동항

<웹사이트 주소>
-울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http://www.ulleung.go.kr/tour
-대아고속해운 www.daea.com, 1544-5117
-독도박물관 www.dokdomuseum.go.kr, 054)790-6430~8

<문의 전화>
-울릉군 관광안내소 054-790-6454
-독도전망대 케이블카 054)790-6427
-포항여객선터미널 054)242-5111~5
-울릉여객선터미널 054)791-0801~3

<대중교통>
[선박]포항-울릉(도동),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10시 출항, 3시간 소요.
울릉(도동)-포항, 울릉여객선터미널에서 오후 3시 출항, 3시간 소요.
문의:대아고속해운 1544-5117
※동절기에는 여객선 출항 시간과 운항 여부가 해상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으니 출발 전 선사에 출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동절기에 강릉-울릉(저동), 묵호-울릉(도동) 여객선은 운항하지 않는다.

<숙박>
-성인봉모텔 : 울릉읍, 054)791-2677(굿스테이)
-대아호텔리조트 : 울릉읍, 054)791-8800, www.daearesort.com
-마리나관광호텔 : 울릉읍, 054)791-0020, www.ullungmarina.co.kr
-울릉비취호텔 : 울릉읍, 054)791-2335
-울릉호텔 : 울릉읍, 054)791-6611

<식당>
-향토회식당:활어회·물회, 울릉읍 도동길, 054)791-7711
-울릉약소마을:약소숯불구이, 울릉읍 도동길, 054)791-7001
-향우촌:약소불고기, 울릉읍 도동길, 054)791-8383, www.향우촌.kr
-해운식당:따개비밥·오징어내장탕, 울릉읍 도동길, 054)791-7789
-보배식당:홍합밥, 울릉읍 도동2길, 054)791-2683

<주변 볼거리>
성인봉, 나리분지, 알봉분지, 봉래폭포, 풍혈, 태하등대, 대풍감, 대원사, 안용복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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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