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4>2012년 핫 키워드

세종 뜨고, 과천 지고 동탄 웃고, 김포 울고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유난히 명암이 뚜렷한 한해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체됐지만 그 와중에서도 부산이나 울산처럼 분양 실적이나 집값 상승률이 빛을 발한 지역도 있었다. 2012년도 집값 상승률 1위 지역과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 분양성적이 좋은 지역과 미분양이 쌓인 지역, 뜬 지역과 진 지역 등을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2012년 부동산 시장의 관심 키워드를 알아봤다.

경북 경산·울산 동구
집값 가장 많이 올라

지난해 전국 집값은 평균적으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 시계열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부터 2012년 11월까지 전체 주택가격 변동률은 0%, 아파트가격은 0.1% 하락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역별 변동률 편차는 20%를 넘었다.

아파트가격을 기준으로 2012년 들어 전국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경북 경산과 울산 동구였다. 상승률이 각각 14.3%, 13.9%를 기록했다. 경산과 울산은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배경이 됐다.

주택가격 변동률 0%
아파트는 0.1% 하락

울산에서 최근 분양을 마친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울산은 전국적으로 소득 1위 도시인 데다 집값 거품이 없었다”며 “기업이 많아 실수요도 탄탄한데 2∼3년 동안 주택공급이 부진하다보니 매매가격이 급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과천은 재건축 시장의 부진과 정부청사 이전 등의 악재에 시달리며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과천 집값 하락률은 9.8%로 김포(8.1%), 일산 동구 및 용인 수지(6.8%)보다 낙폭이 컸다. 과천은 2011년에도 7.3% 떨어져 하락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분양시장에서는 부산지역의 호조가 두드러졌다. 수년간 공급이 부족했던 덕분에 분양물량이 나오는 족족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청약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 총 2만418가구가 분양된 부산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6.76대 1을 기록했다. 이어 광주 4.9대 1, 세종 4.5대 1로 나타났다. 부산은 단지별 청약경쟁률에서 1위를 ‘세종시 힐스테이트’(49.1대 1)에 내줬지만 남구 ‘대연 롯데캐슬’(44.6대 1)을 비롯해 해운대구 ‘해운대 더샵 센텀누리’ ‘해운대 센텀 두산위브’등이 2∼4위를 차지했다.

반면 수도권은 동탄2신도시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했다. 특히 김포는 미분양의 무덤으로 등장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1년 말 김포 미분양은 1048가구였지만 2012년 10월말에는 3797가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청사 이전과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밑그림이 실현되고 있는 세종시와 2기 신도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초기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 중인 동탄은 개발 기대감으로 분양이 잘 되고 땅값도 많이 올랐다. 2012년 수도권 분양시장의 가늠자로 꼽혔던 동탄2신도시 첫 합동분양에서는 우남퍼스트빌이 대기업 브랜드가 아니라는 약점을 딛고 평균 9.2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팀장은 “동탄은 개발규모나 자족기능을 봐도 판교와 광교를 잇는 수도권 남부 대표적 신도시로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향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토지보상이 늦어지거나 도로·교량 등 기반시설 설치가 지연된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인근지역과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은 개발 청사진이 퇴색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천과 경기 서부지역은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대거 몰리며 오히려 사업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 분양시장 호조
운정3지구 청사진 퇴색

그렇다면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관심 키워드는 뭐였을까.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집계한 키워드와 국토해양부 사이트 방문자를 집계한 키워드는 각각 차이가 있었다. 이는 각자 사이트 접속자가 다르고 성향에 따른 단순 차이로 보여진다.

부동산114의 2012년 부동산 인기 검색어 1위는 ‘전원주택’이다. 부동산114가 2012년 1월1일부터 12월까지 내부시스템을 검색한 결과 2011년 11위에 머물던 전원주택이 수년간 1위를 지키던 ‘전세’를 제치고 검색어 1위에 올랐다.

2012년 한 해 대한민국을 뒤덮은 ‘힐링’열풍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장 집구하기 어려워 발을 굴렀던 전세난민들의 관심사보다 ‘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반등기를 찾지 못해 장기 침체에 빠진 아파트 시장과 달리 삶의 여유와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전원주택이 1년간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셈이다.

힐링 열풍 영향
전원주택 인기

특히 전원주택과 유사한 주거형태인 ‘농가주택’도 톱10 안에 들면서 정형화된 주거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소비자들의 주거욕구를 그대로 반영했다. 주택의 개념이 투자대상에서 실거주로 전환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 년 새 서울과 인접한 경기 용인, 양평, 남양주, 광주 등에 전원주택이 집중 공급되고 도로 및 교통편이 개선된 것도 수요 심리를 자극했다.

과거 수십억원에 달하며 부유층의 상징물로 여겨지던 모습도 사라졌다. 수도권 인근에 3억원대에 중저가 전원주택이 늘어나서다. 실제 최근 용인시 일대에 공급된 도심형 전원주택의 토지 분양가는 3.3㎡당 최저 120만원, 건축비는 3.3㎡당 450만원에 불과했다. 토지면적 500㎡에 건축면적 99㎡짜리 집을 지을 경우 3억원대로 내집마련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힐링 열풍 속에서 대표 주거상품인 ‘아파트’는 상품별 검색 7위에 그쳤다. 매매시장 침체로 투자수요가 대거 빠진데다 꾸준한 전세난으로 아파트보다 ‘오피스텔’ ‘빌라’ ‘원룸’ ‘상가주택’의 인기가 더 높았다. 경제적 부담이 덜한데다 아파트 외 상품의 경우 경매시장에서도 각광을 받으며 꾸준히 검색됐다. 게다가 이들 상품은 자본차익을 얻는 아파트와 달리 매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별로는 단연 ‘세종시’가 1위에 올랐다. 정부종합청사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데다 종전 과천 청사 공무원들의 이주가 시작되자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 결과 세종 청사 주변 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동나고 첫마을 아파트의 경우 전세·매매 모두 매주 1000만∼2000만원씩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2위는 지난해부터 입주를 시작한 ‘광교’가 차지했다. 단기간 대규모로 입주를 시작한 탓에 저렴한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2012년 분양시장에서 선방한 ‘동탄2신도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파트로는 강동구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이 1위에 기록됐다. 종상향과 소형주택 30%룰 등으로 관심을 받아서다. 국내 최고 세대수를 자랑하는 ‘파크리오’도 이사철마다 검색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밖에 부동산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타워팰리스’는 ‘반값 추락’의 여파로 10위 안에 오른 경우다.

부동산114 측은 “기존 아파트 중심의 주거형태에서 벗어나 전원주택이나 농가주택 등 새로운 주거형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투자 상품으로서 오피스텔, 상가, 원룸, 도시형 생활주택 등도 당분간 상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 인기검색어 ‘전원주택’
국토해양부 최다검색어 ‘공시지가’

국토해양부의 키워드는 ‘공시지가’였다. 국토해양부가 2012년 홈페이지(www.mltm.go.kr) 이용현황을 집계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된 검색어로 공시지가가 꼽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2년 주택과 토지 가격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국민들이 자신의 자산에 대한 평가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것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시지가 외에 ‘아파트실거래가’(2위), ‘실거래가’(토지+건물·각각 4위) 등도 올해 검색어 상위에 올라 홈페이지 이용자들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어 국토부 홈페이지에서 많이 검색된 키워드로는 ‘토지이용규제’(3위), ‘공동주택’(5위), ‘도시형 생활주택’(6위) 등이었다. 2011년 검색 순위 1위였던 ‘보금자리’는 지난해 8위로 떨어졌고,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함께 관심이 된 ‘개발제한구역’은 4위에서 9위로 내려앉았다.

1년 내내 전세난
수익형 부동산 주목

홈페이지 내 분야별로는 주택·토지관련 분야의 정보가 가장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토지 분야는 이용자 정보 이용률이 21.15%로 나타났다. 이어 국토·도시(16.13%), 교통·도로(13.89%), 물류·항만(12.63%) 순으로 집계됐다.

2012년 국토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중에서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것은 5·10대책으로 발표된 ‘주택거래 정상화를 통해 서민생활 안정 도모’자료로 검색수는 총 2만5906회였다.

이밖에 트위터, 블로그를 포함한 인터넷상에서 국토해양과 관련해 가장 이슈가 된 관심어는 ‘4대강’ ‘여수엑스포’ ‘주택(뉴타운, 재건축)’ ‘철도경쟁체제’ 등으로 조사됐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013년에도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계를 활성화해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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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