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다 잡은 대권 놓친 ‘진짜 이유’ 대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08 1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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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만…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패배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내내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가장 큰 패인으로 꼽혔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서 ‘비전과 정책’보다는 정권심판과 네거티브 공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자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표면적인 이유일 뿐,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 전 후보가 다 잡은 대권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일요시사>가 그 속을 제대로 한번 들여다봤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진단’과 그에 따른 ‘대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서로 대선 패배에 관한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하다. ‘나는 잘했고 너는 못했다’며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면서 당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배수진’ 박근혜
‘안전모드’ 문재인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후보등록을 앞두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는 이른바 ‘배수진’이었다. ‘박근혜 의원직 사퇴’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반면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후보는 대선후보등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는 지난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회의원직 사퇴가 불가피할 테지만 단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만으로 국회의원직을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약속을 드렸다”며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과 문 전 후보는 국회의원직 사퇴를 두고 이렇듯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유지를 둘러싸고 당 안팎으로 논란은 계속됐다.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실제로 이부영 전 의원이 문 전 후보에게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고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탐대실, 국회의원직 끝까지 못 내려놔 ‘당선에 확신 없었나?’
박근혜 빨간색으로 효과 누려, 문재인 노란색 ‘친노’에 가둬

일각에서는 문 전 후보가 의원직을 내려놓은 박 당선인과 달리, 기득권을 쥐고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에 대비해 ‘안전모드’로 나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심지어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유지가 대선 패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박 당선인과는 경우가 다르며, 쉽사리 국회의원직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문 전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PK(부산·경남)’ 지역은 민주당 주요 요충지로 여겨졌다. 문 전 후보의 지역구가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것 이라는 기대감이 민주당 내에 가득했다.

문 전 후보는 한마디로 ‘PK딜레마’에 빠졌다. 문 전 후보의 국회의원직은 대선 공략의 주요 거점이었지만, 박 당선인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비친다는 우려였다.

새누리당은 여지없이 ‘틈새’를 공격했다.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의 ‘문재인 도둑질 발언’이 크나 큰 파문을 일으켰던 것. 손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지난 4·11총선에서 자신의) 국회의원직을 도둑질해 가더니 대통령직도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때를 놓칠 새라 보수언론도 적극 가세했다.

한 언론사는 “권력을 더 쥐고 있으려는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친노세력과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권력을 빼앗으려는 비노세력 간의 전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부산·경남 지키려다
대한민국 넘겨줬다

관계자들은 문 전 후보가 PK지역 표에 연연해 배수진을 치지 못한 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의원직 사퇴 요구는 부산에서 어렵게 마련한 야권의 교두보를 그냥 허물라는 무책임한 소리”라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문 전 후보의 패배원인으로 꼽히는 또 한 가지는 바로 문 전 후보와 민주당을 상징했던 ‘노란색’이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박근혜의 빨간색은 신의 한 수, 문재인에게는 색이 없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은 대대로 초록색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노란색과 초록색이 함께 사용됐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초록색이 아닌 노란색을 사용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란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했으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노란물결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한 전문가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당선인은 로고와 의상까지 모든 것을 빨간색으로 통일시켰다. 한나라당의 파란색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이다.

더불어 ‘빨갱이’라는 단어에서도 드러나듯, 보수성향의 후보에게 금기시되는 색을 선택해 ‘종북’에 대한 반발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통합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큰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전 후보는 이미 노사모가 큰 효과를 누렸던 노란색을 다시 꺼내 자신만의 색을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노무현 프레임’에 스스로 자신을 가둬, ‘새정치’를 요구했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구호와 정면으로 배치돼 중도층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란색은 2002년 당시 20~30대로 ‘노란색 물결’을 주도했던 현재의 30~40대 유권자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했지만, 당시 40대였던 현재 50대 유권자에게는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50대의 눈에 ‘노란 목도리’는 ‘민생’이 아닌 ‘이념’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거양득 빨간색
‘민생’ 없는 노란색?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의 정연아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에서 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빨간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빨간색은 채도가 가장 높은 색이다.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대표는 “새누리당은 빨간색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함으로써, 예전의 한나라당을 탈퇴해 새로운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빨간색은 승리를 상징하는 색이다. 17∼18세기 크로아티아인이 전쟁에 승리해 승전고를 울리며 본국으로 돌아올 때 빨간색 천을 둘렀다”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민주통합당의 노란색에 대해 “노란색은 친서민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특징이 없는 색이다. 카리스마나 뚜렷한 특징이 없는 문 전 후보가 노란색으로 유권자를 공략한 점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진보세력과 야권 지지층은 결집했지만, 정작 민주당 의원들은 결집력을 보이지  못한 데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 기자와의 만남에서 “선거에서 캠프 사람들만 열심히 활동했다. 문재인을 순수하게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라면서도 “민주당 의원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의원이 많다. 문 전 후보 유세장에 나타나 마이크 한번 잡으려고 기웃거리는 의원도 있었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게다가 어쩌다 한번 캠프에 들러서 “캠프까지 왔는데 아무도 나를 대접하지 않는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는 것.

야권세력·지지층은 결집하는데, 민주당은 갈등 심각해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미친 사람’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박 당선인 캠프의 결집력과 비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쏟아냈다. 이어 “새누리당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힘 좀 쓰는 유지들까지 모두 당선을 위해 땀 흘렸다. 지역 구석구석까지 발로 뛰어다니며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민주당은 그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정권교체보다는 국회의원 대접받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 내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한 “민주당에서 문재인의 당선을 확신하는 의원들이 거의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때는 ‘미친 사람들’이 있었다. 거리에서 ‘김대중, 노무현’ 하고 외치고 다니는 사람 여럿 봤다. 민주당 의원들부터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눈빛이 모두 달랐다. 민주당은 ‘제대로 미쳐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미쳐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민주당 핵심인사는 매체를 통해 “민주당 의원들이 유세는 안하고, 유세 차량에서 자기자랑만 늘어놨다”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는 취재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 실명을 말해 달라. 비공식적으로 나온 이야기에 대해 대응할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은 현재 수습과정에 있으며 원만하게 잘 해결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의원 간 갈등 심각해
“대통합, 아니면 대분열”

한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당내 목소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본질을 외면하는 지엽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큰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라며 “민주당은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 이번 선거의 패배는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을 계기로 민주당은 대통합 아니면 대분열에 이를 것이다. 민주당은 지지해준 국민을 엄중히 응시하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를 아우르는 국민 중심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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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