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3>부동산 공약과 한계

야심찬 ‘박근혜 카드’…먹힐까 씹힐까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운영 방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단연 관심거리다. 죽어가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이 약속한 부동산 공약을 되짚어봤다.

차기정부 부동산 정책 일부 변화 예상
불안 초래한 대책 대대적 손질 불가피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MB정부 후반기의 주택경기 활성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다.

하지만 주택거래 위축과 전월세 시장 불안 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은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민간 주택분양 시장을 위축시켜 건설경기를 어렵게 하고 이에 따른 주택거래 위축, 대기수요 증가, 전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전체적인 그림은?

임대주택 공급방식의 변화도 예상된다. 기존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한 건설임대주택 공급이 주요 통로였다면, 앞으로는 매입임대 사업이나 바우처 등 실질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맞춤형 임대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공약이다.

내년부터 바우처 제도의 시범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토부는 내년 20억원의 시범사업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아울러 생애최초, 전세자금대출 등 저리의 자금지원 규모도 지금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공급 목표를 세워놓고 무리하게 ‘밀어내기’식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 건설방식은 앞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게 박 당선인의 생각. 차기 정부의 주택정책은 과거 임대주택의 양적 공급에서 실질적인 맞춤형 주거복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업계는 강조한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공약이 주택경기 활성화보단 서민주거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개발 대책은?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20만호 행복주택 프로젝트 ▲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등은 전반적으로 무주택 서민이나 하우스푸어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정책들이어서 매매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이런 제도 시행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이 많아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지역개발 추진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호조를 이어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박 당선인은 인천의 경우 아시안게임법을 고쳐 자금지원과 경인고속도로 무료화·지하화사업을 추진하고, 대전광역시에 대해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새만금사업 지원과 동해안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덕도 신공항건설 추진 등을 약속한 만큼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긍정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MB정부 대책은?

현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은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말 만료되는 취득세 감면 기간이 연장되거나 내년 다시 시행될 것이 유력하다. 정부가 추진해 온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법안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다. 올 연말로 끝나는 취득세 50% 감면 조치(9·10 대책)를 1년간 늘리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이다. 특히 문재인 전 후보도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를 공략으로 내세웠던 만큼 업계에서는 여·야 이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시행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득세 감면 조치는 급매물 거래가 이뤄지는 직접적 효과가 있다. 실제로 취득세를 절반 감면하는 9·10 대책 시행이후 10월 주택거래량은 6만641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감소에 그쳤고, 지난달에는 7만2050건으로 8% 감소하는 등 효과를 봤다. 다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공백기가 발생, 이 기간 동안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이 공약했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경우 시행여부가 불투명하다. 민간주택에 대해서는 상한제를 폐지해 다양한 품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취지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이란 견해가 많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에는 현재 주택 시장이 너무 침체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택경기 활성화? 서민주거복지에 초점
“침체된 경기 살리는데 역부족” 지적도

한 부동산 관련 소장은 “다주택자는 투기라기보다는 잠재적인 임대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중과세 폐지를 통해 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새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부동산 시황에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최소한 현재보다 발주 물량 증가와 아파트 가격 안정을 통한 추가적인 분양 시황 침체를 막아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새 대통령 당선자의 시장친화적인 성향이 연착륙에 도움이 되겠지만 가계부채 해소, 글로벌 경제 회복 등이 선행돼야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하반기에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주거복지 대책은?

주거복지 분야는 박 당선인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박 당선인은 ‘보편적 주거복지’를 앞세워 매년 건설임대 7만가구, 매입전세임대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 18만가구 등 45만가구의 주거를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대표 공약은 임기 중 유휴 철도부지에 임대주택 및 기숙사 20만가구를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 국유지에 대해 낮은 토지 이용료가 매겨져 저렴하게 주택 공급이 가능하고, 역세권이라는 점에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내년 하반기 1만가구를 우선 착공한다. 저소득층이 내는 월세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인 주택임대료 보조제도(주택바우처)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해양부도 내년 20억원의 시범사업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현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민간 주택 시장을 위축시키고,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꺼리게 해 전세금 상승, 거래 위축 등의 부작용을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 분양 주택 비중이 크게 줄고 명칭 또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하우스푸어 정책은?

박 당선인의 하우스푸어 정책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등 2가지로 구분된다.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일부 지분을 캠코 등 공공기관에 매각해 그 대금으로 금융사의 대출금 일부를 갚고, 자신의 집에 계속 살면서 넘긴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대출 이자를 내는 대상만 바뀔 뿐 하우스푸어의 근본 고민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긴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기존 대출 이자보다 낮춰줘야 한다. 또 하우스푸어 소유 주택은 대부분 중대형인데 3억∼6억원 이하 중소형 주택으로 대상을 제한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부머의 부채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키로 한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의 경우 현행 60세 이상인 주택연금제도 가입조건을 5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전 가입 시 60세에 활용할 수 있는 주택연금을 일시금으로 인출해 빚을 갚는데 쓸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은퇴한 하우스푸어가 기존 주택에 살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입대상은 1가구 1주택자의 수도권 6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 주택이다. 기존 주택연금은 1가구 1주택자의 9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6억원 초과 중대형 주택을 가진 50대 하우스푸어는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와 ‘연금사전가입제’ 모두에서 빠져있어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렌트푸어 정책은?

렌트푸어 정책은 행복주택 프로젝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등 3가지다. 수도권 유휴 철도부지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주변 시세의 반값에 임대주택 총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15조원에 이르는 사업비 조달 방안과 인공대지 조성에 대한 충분한 기술적 연구가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의 경우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에겐 이자상당액(4%)의 과세 면제 및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40%) 혜택이 주어진다.

세입자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전체 이자의 일부를 선납해야 한다. 현재의 세제 혜택을 뛰어넘는 집 주인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없는 한 임대인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않을 경우 이를 보증한 공적 기관의 손실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공약은 임대주택 공급 및 전월세자금 융자, 주택바우처 제도 등을 통해 매년 45만가구에게 주거를 지원하고 2022년까지 5분위 이하 무주택자 550만가구 전부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주거지원 대상인 45만가구는 건설임대 7만가구, 매입전세임대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 18만가구, 공공분양주택 2만가구, 구입자금융자지원 14만가구 등이다. 이 공약은 LH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주거 공약 허점은?

주거 복지 공약에 비해 시장 활성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취득세 감면,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등은 모두 시장에 이미 공개된 대안이다. 시행되더라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구체적으로 새로운 대안이 나온 것은 아직 없으며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추가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지부진한 재건축·재개발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요구도 높다. 학계 등에서는 대규모 공급 대신 도심 재생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공급도 늘리는 방안을 향후 주택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도시재생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도 뉴타운 출구전략의 대안으로 내년 이후 도시재생 사업 예산을 확대해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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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