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예측불허 '나홀로 용인술' 전격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1: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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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부터 삐거덕 삐거덕 "불통이 문제"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깜짝 용인술'이 연일 정치권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인선 자체는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다. 인선의 배경이 무엇인지, 언제 인선을 결정했는지, 추천인은 누구인지 당선인의 의중을 전달해야 하는 수석대변인조차 그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정했으니 끝이라는 '박근혜식 용인술'에 문제점은 없을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첫 인선을 발표했다. 인수위원장에는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 임명됐다. 김 전 소장은 소아마비를 딛고 헌재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그동안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챙겨온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임명됐다.

깜깜이 인사

박 당선인은 또 인수위 산하에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먼저 국민대통합위원장엔 선대위에서 국민대통합 부위원장을 맡았던 DJ 비서실장 출신의 한광옥 전 의원이, 수석부위원장 역시 야권에서 전향한 김경재 전 의원이 임명됐다.

부위원장단에는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장 등 박근혜 선대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임명됐다.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엔 선거 기간 박 당선인의 청년특보를 맡았던 김상민 의원이 임명됐다. 위원엔 정현호 전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집행의장,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이사,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오신환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 등이 임명됐다.


현직기자인 이종식 채널A 기자 역시 청년특별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KBS <남자의 자격>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박칼린 킥뮤지컬스튜디오 예술감독이 청년특별위원으로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일단 인선 자체는 무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박 당선인의 인선스타일이다.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인선을 발표한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카메라 앞에서 밀봉된 봉투를 뜯으며 "인사는 보안이 중요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연말 시상식 발표 하나?"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발표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인수위원장과 함께 발표한 국민대통합위원회·청년특별위원회의 위상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 관계를 설명 드리기엔 아는 정보가 없다"고 윤 수석대변인은 답했다. 인선기준 가운데 '애국심' 항목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평가기준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후 인수위원 발표 시기도 "(박 당선인이) 밀봉해서 주시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당선인의 입이라는 수석대변인조차 종이에 적힌 내용 외엔 사실상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대변인단과 당 지도부조차 발표 당일 오전까지도 인선을 어디까지 발표할지, 몇시에 발표할지를 알지 못했다.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인재 뽑는 것인데
"내가 정했으니 끝" 인선 배경 아무도 몰라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도대체 왜 이런 '밀봉인사'를 실시한 것일까? 사실 박 당선인은 이미 이전 비상대책위원회나 4ㆍ11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서도 인사에 관해 철저한 보안유지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때문에 이번 밀봉인사 역시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정치전문가들은 철통보안 인사에 대해 "여론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여론에 휘말리다 보면 대통령이 소신껏 일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실세 중 누가 인사에서 힘이 있다고 나오면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게 되고 그러면 임기 시작부터 측근들의 비리연루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박 당선인이 철통보안 인사를 선호하는 이유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안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인재를 뽑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인사를 잘하는 것이 최종 목표일 텐데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식 나 홀로 인사'에 대해 당내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수석대변인조차 인선 배경과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인사인지 의문이다. 내가 지명했으니 끝이라는 식의 인사는 자칫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겪었던 소통부족 논란을 재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나 홀로 인사는 자칫 인재풀을 좁히고 검증이 부실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아무리 주위 측근들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고 해도 추천 인재풀은 고만고만한 것이 아니냐? 박 당선인과 측근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인재가 있는데 보안에만 신경쓰며 소통을 단절함으로써 인재풀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 당선인이 어떤 방식으로 인선 대상자들을 검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언론검증이나 여론검증이 가장 정확할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소신인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 우려하는데 결국 선택은 당선인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이러한 인사스타일은 벌써부터 후폭풍을 맞고 있다.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왔던 대통합 인사와 관련해서는 절망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 전문가는 "사실 대통합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되어 왔던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동서화합이라는 취지로 영남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진정한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박 당선인의 이번 대통합 인사는 15년 전 김 전 대통령이 했던 실수를 답습하는 수준이라 참담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논란 자초

게다가 과거 막말논란을 겪은 윤창중 수석대변인과 김중태 전 위원장, 김경재 전 의원을 기용함으로써 박 당선인 스스로 야권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실수들은 결국 나 홀로 인사, 밀실인사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인사에서 깜짝스타일, 비밀주의, 기습작전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여야가 상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식으로 대통령이 장관을 지명하기 전에 야당과 상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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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