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패배 후 손학규-김두관 ‘노림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31 10:45:38
  • 댓글 0개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 패배의 수혜자와 피해자가 당 내부에서 뚜렷이 갈리는 분위기다.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지도부와 그 자리를 메울 세력이 각자 진용을 갖추면서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놓는 자와 잡는 자.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였던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정치일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여전히 야권 정계개편의 최대변수로 남으면서, 대선 전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의 회동 의도가 새삼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더불어 울산 등 경남에서 문재인 전 후보 지원유세를 펼쳤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차차기 대권도전설’도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친노 대립 유리해

안 전 후보에 이어 손 고문이 내년 1월 중순 독일 유학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손 고문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인의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밝힌 안 전 후보가 지난 11월23일 손 고문과 비밀회동을 한 바 있어 손 고문의 출국을 두고 두 사람의 연계 움직임이 더욱 주목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노(비노무현)+손학규+안철수+시민사회’의 결합을 통한 신당 창당설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갈등이 안 전 후보 귀국 전에 수습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손-안 신당 창당설을 부추긴다.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움직일 세력으로 비노 진영의 중도파 의원들이 거론된다. 이들은 손 고문과 접점을 이룬다. 경선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와 격하게 대립했던 손 고문은 비노세력의 중심인물로 ‘중도층 잡기의 적임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손 고문이 민주당 내 ‘온건보수’로 분류되는 것도 그렇다. 안 전 후보가 자신을 ‘합리적보수’라고 주장한 점도 손 고문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손 고문이 민주당과 안 전 후보가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에 있는 셈이다.

손 고문이 위치한 교집합에 진보정당이 합류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안 전 후보가 자신을 향한 중도파 지지 동력을 향후 5년간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무리한 ‘몸집 불리기’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당에서 손 고문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전 후보는 우선 자신의 확실한 ‘정치노선’을 보여 세력을 굳히고, 향후 ‘범야권 연대’의 형식으로 진보정당을 아우르며 18대 대선과 같이 여·야 1:1 대립구도를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손 고문은 민주당 내 중도파·온건보수의 대표인사로, 민주당 의원들을 견인하는 ‘용인술’을 펼칠 최적의 인물이란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당 결집력을 통해 ‘창당에 이르는 수준’의 새로운 민주당을 바라는 의원들에게 이 같은 손 고문의 행보는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그저 한자리 차지하려는 손 고문의 욕심으로 비치기에 그렇다.

안철수 카드로 기사회생, 재기 노린 벼랑 끝 전술
도지사 중도사퇴 ‘김두관 심판론’으로 대선 패배?  

당 밖 시선도 마찬가지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손 고문에게 이번 대선은 ‘마지막 필살기’와도 같았다. 이와 맞물린 안 전 후보와의 신당 창당설은 그의 철새정치를 증명하는 꼴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유종의 미’도 거두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기자에게 “손 고문은 앞으로 자리를 봐가면서 움직일 것이다. 아직 당 대표 욕심을 버리지 못했을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유세장을 찾아 문 후보 지지 연설을 했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손 고문과 처지가 다르다. 김 전 지사는 비교적 조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경남에서 새누리당의 김두관·민주당 심판론이 일부 먹혔던 것.

김 전 지사는 대선과정에서 경남 유권자들로부터 도정을 팽개쳤다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게다가 선거에 앞서 문 후보와 문 후보 선대위가 경남지사 공천을 위해 장시간 후보군을 물색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한 것으로 알려져 당내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지사에게 대선 패배의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당권을 장악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부분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김두관이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었다”라며 “저평가 우량주로 평가받으며 초반 상한가를 쳤다. 하지만 친노·비노 프레임으로 민주당 분열을 야기시킨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어 당권 장악은 어렵다고 본다. 세력이 없어 신당 창당도 어렵지 않겠냐”라고 혹평했다.

반면에 한 전문가는 “아직 저평가 되었을 뿐이다. 경남도지사 사퇴는 대선에 출마하면서 개인적인 영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우직한 심성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었다. 우량주라는 평가를 받고 다시 다음 대권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 전 지사의 여의도 입성과 당내 세력결집은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의 갈등이 수습되고 야권 개편이 마무리될 때까지 당 지도부나 창당의 주요 인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아직도 저평가 우량주?

여야를 불문하고 누가 최후의 승자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정치판이다.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손 고문과 갈 곳을 잃은 듯한 김 전 지사. 막판 뒷심이 위력을 발휘할지, 서툰 여의도 첫걸음이 제자리를 찾아갈지. 기가 막힌 타이밍을 포착해 여의도 왼쪽을 주도할 자가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