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망명설' 나도는 MB 앞날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28 15: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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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문재인보다 박근혜가 더 무섭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대권을 잡았다. 이로써 임기 내내 수많은 의혹에 시달렸던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담사에 유폐시키고 청문회장에 세운 사람은 친구이자 후계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이 박 당선자를 바라보며 불안에 떠는 이유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임기 말 '망명설'까지 나도는 이 대통령의 뒤숭숭한 앞날을 예측해봤다.

지난 2009년 검찰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로 이른바 '친노' 진영은 쑥대밭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을 비롯한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됐고 수사망은 최종적으로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자녀들에게까지 좁혀왔다. 또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과도하게 공표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겼다. 이러한 전방위 압박을 견디다 못한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

시작은 창대
끝은 비굴

반면 수사과정에서 함께 의혹을 받은 현정부 쪽 인사 중 처벌된 이는 별로 없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특정인을 겨냥해 가족의 계좌까지 샅샅이 뒤지는 저인망식 수사와 범죄자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묻지마 수사,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보복수사'의 전형이다. 이러한 보복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은 별로 없다.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 정권초기에는 검찰 내부에 아무런 내용도 없이 단지 이름만 적혀있는 살생부가 돌았다. 검찰은 얼마 후 명단에 적혀있던 이들 대부분을 구속하거나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전직 대통령의 운명은 전적으로 후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일 새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다. 이와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앞날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상황이 이러한데 하물며 임기 내내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박근혜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제18대 대선의 최종 승자인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줄곧 이어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직접적인 원한관계인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피한 것만으로도 안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가 심상찮게 나돌고 있다.

정권연장 성공했는데 벌벌 떠는 MB '왜?'
제 식구 감싸기? 이왕 할거라면 확실하게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당선인은 그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출마,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석패했다. 경선방식 등에 논란은 있었지만 박 당선인은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에서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왔다. 하지만 이듬해 제18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때 박 당선인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이후 박 당선인은 친박계 의원 60여 명의 복당을 관철시켰지만 이 대통령과는 끊임없이 대립하며 '여당 내 야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여당 내 야당 이미지는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한편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의혹들은 무척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BBK주가조작 사건이다. BBK사건이란 김경준씨가 지난 1999년에 설립한 회사인 BBK를 통해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이 돈을 횡령한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경준씨는 이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한국 검찰에서는 이 사건이 이 대통령과 관련이 없고 김씨와 그 가족들의 범행이라고 결론을 냈다.

BBK사건 의혹
드디어 풀리나?


수사과정에서는 2000년경 여러 언론이 이 대통령이 BBK를 창업했다는 인터뷰를 보도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 대통령이 BBK의 대표이사로 적혀 있는 명함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한 강연회에서 이 대통령이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까지 공개됐지만 검찰은 객관적인 정황을 번복할 만한 증거는 안 된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마무리 했다.

지난 2007년 불거진 BBK와 관련한 논란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복역 중인 김씨는 최근 자서전을 내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완료되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진실들을 추가로 밝히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두 번째는 대선자금이다. 올 여름 이 대통령은 측근비리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임기 중 여섯 번째 대국민사과까지 해야 했다. '영일대군'이란 별칭을 얻으며 정권 내내 의혹을 몰고 다녔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최 전 위원장은 법정에서 "(불법수수한 자금은) 대선여론조사비용으로 사용했다"며 대선자금으로 받았음을 시인했다가 번복했으며,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에게 대선자금으로 쓰라며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앞두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나눠준 돈봉투도 대선 때 사용하고 남은 잔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건을 무마시키기에 급급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및 횡령,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등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 망명할 것이라는 과격한 예측까지도 난무하는 이유다.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이 대통령이 얼마든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권차원에서의 의도적 보복수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2008년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친이계 공천학살로 충분히 보복한 것 아닌가?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미 (정치보복에 대한) 필요성조차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의 의혹들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나 증언 등이 나왔을 때 이를 정권차원에서 덮고 가느냐, 아니면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확실히 선을 긋고 가느냐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덮고 갈까?
선 긋고 갈까?

특히 이 대통령의 의혹과 관련해 야권과 시민단체, 진보언론 등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인사들이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예상보다 빨리 선택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일례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전 정권을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 전 정권은 정치적 선배이자 동반자적인 관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압박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 대통령 역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시할 경우 당내 친이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선거기간 내내 대통합을 부르짖었던 박 당선인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아무리 선 긋기에 나선다 해도 전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박 당선인에게 옮겨 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국엔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자칫 이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구태의연한 보복수사로 비춰져 정치검찰 논란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 역시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의혹 사실로 밝혀지면 최대 10년 구형 가능
박근혜 정권도 전직 대통령 잔혹사 이어갈까?

그렇다고 무작정 덮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당선인 입장에서 이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이 더 큰 부담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경우엔 문재인 전 후보보다 박 당선인 측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 전 후보의 경우는 오히려 보복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문 전 후보 주변에는 집권하더라도 정치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온건파도 많았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는 자칫 제 식구 감싸기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이왕 수사에 착수할 거라면 매우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쇄신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과 지금까지 거리를 둬 온 만큼 퇴임한 이 대통령을 굳이 공격할 이유도 없지만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감쌀 이유도 없다”고 분석했다.

또 문 전 후보의 경우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영남권과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삼 정권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22년의 형을 내리고도 불과 2년 만에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이들 모두를 특별사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읍참마속?
토사구팽?

반면 영남권과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을 잡은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러한 점들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최소 5년에서 10년 사이의 구형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출범과 함께 전직 대통령 잔혹사가  또 다시 재현될까? 겨울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요즘, 벼랑 끝에 선 듯한 이 대통령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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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