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망명설' 나도는 MB 앞날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28 15: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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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문재인보다 박근혜가 더 무섭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대권을 잡았다. 이로써 임기 내내 수많은 의혹에 시달렸던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담사에 유폐시키고 청문회장에 세운 사람은 친구이자 후계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이 박 당선자를 바라보며 불안에 떠는 이유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임기 말 '망명설'까지 나도는 이 대통령의 뒤숭숭한 앞날을 예측해봤다.

지난 2009년 검찰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로 이른바 '친노' 진영은 쑥대밭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을 비롯한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됐고 수사망은 최종적으로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자녀들에게까지 좁혀왔다. 또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과도하게 공표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겼다. 이러한 전방위 압박을 견디다 못한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

시작은 창대
끝은 비굴

반면 수사과정에서 함께 의혹을 받은 현정부 쪽 인사 중 처벌된 이는 별로 없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속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특정인을 겨냥해 가족의 계좌까지 샅샅이 뒤지는 저인망식 수사와 범죄자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묻지마 수사,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보복수사'의 전형이다. 이러한 보복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은 별로 없다.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 정권초기에는 검찰 내부에 아무런 내용도 없이 단지 이름만 적혀있는 살생부가 돌았다. 검찰은 얼마 후 명단에 적혀있던 이들 대부분을 구속하거나 기소하는데 성공했다. 전직 대통령의 운명은 전적으로 후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일 새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다. 이와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앞날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상황이 이러한데 하물며 임기 내내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박근혜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제18대 대선의 최종 승자인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줄곧 이어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직접적인 원한관계인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피한 것만으로도 안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가 심상찮게 나돌고 있다.

정권연장 성공했는데 벌벌 떠는 MB '왜?'
제 식구 감싸기? 이왕 할거라면 확실하게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당선인은 그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출마,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석패했다. 경선방식 등에 논란은 있었지만 박 당선인은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에서 이 대통령을 적극 도왔다. 하지만 이듬해 제18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때 박 당선인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이후 박 당선인은 친박계 의원 60여 명의 복당을 관철시켰지만 이 대통령과는 끊임없이 대립하며 '여당 내 야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여당 내 야당 이미지는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한편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의혹들은 무척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BBK주가조작 사건이다. BBK사건이란 김경준씨가 지난 1999년에 설립한 회사인 BBK를 통해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이 돈을 횡령한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경준씨는 이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한국 검찰에서는 이 사건이 이 대통령과 관련이 없고 김씨와 그 가족들의 범행이라고 결론을 냈다.

BBK사건 의혹
드디어 풀리나?


수사과정에서는 2000년경 여러 언론이 이 대통령이 BBK를 창업했다는 인터뷰를 보도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 대통령이 BBK의 대표이사로 적혀 있는 명함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한 강연회에서 이 대통령이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까지 공개됐지만 검찰은 객관적인 정황을 번복할 만한 증거는 안 된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마무리 했다.

지난 2007년 불거진 BBK와 관련한 논란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복역 중인 김씨는 최근 자서전을 내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완료되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진실들을 추가로 밝히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두 번째는 대선자금이다. 올 여름 이 대통령은 측근비리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임기 중 여섯 번째 대국민사과까지 해야 했다. '영일대군'이란 별칭을 얻으며 정권 내내 의혹을 몰고 다녔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최 전 위원장은 법정에서 "(불법수수한 자금은) 대선여론조사비용으로 사용했다"며 대선자금으로 받았음을 시인했다가 번복했으며,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에게 대선자금으로 쓰라며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앞두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나눠준 돈봉투도 대선 때 사용하고 남은 잔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건을 무마시키기에 급급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및 횡령,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등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 망명할 것이라는 과격한 예측까지도 난무하는 이유다.

정치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선택에 따라 이 대통령이 얼마든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권차원에서의 의도적 보복수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2008년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친이계 공천학살로 충분히 보복한 것 아닌가?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미 (정치보복에 대한) 필요성조차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의 의혹들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나 증언 등이 나왔을 때 이를 정권차원에서 덮고 가느냐, 아니면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확실히 선을 긋고 가느냐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덮고 갈까?
선 긋고 갈까?

특히 이 대통령의 의혹과 관련해 야권과 시민단체, 진보언론 등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인사들이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예상보다 빨리 선택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일례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전 정권을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 전 정권은 정치적 선배이자 동반자적인 관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압박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 대통령 역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시할 경우 당내 친이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선거기간 내내 대통합을 부르짖었던 박 당선인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아무리 선 긋기에 나선다 해도 전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박 당선인에게 옮겨 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국엔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자칫 이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구태의연한 보복수사로 비춰져 정치검찰 논란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 역시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의혹 사실로 밝혀지면 최대 10년 구형 가능
박근혜 정권도 전직 대통령 잔혹사 이어갈까?

그렇다고 무작정 덮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당선인 입장에서 이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이 더 큰 부담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경우엔 문재인 전 후보보다 박 당선인 측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 전 후보의 경우는 오히려 보복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문 전 후보 주변에는 집권하더라도 정치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온건파도 많았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는 자칫 제 식구 감싸기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이왕 수사에 착수할 거라면 매우 강도 높은 수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쇄신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 대통령과 지금까지 거리를 둬 온 만큼 퇴임한 이 대통령을 굳이 공격할 이유도 없지만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감쌀 이유도 없다”고 분석했다.

또 문 전 후보의 경우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영남권과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삼 정권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22년의 형을 내리고도 불과 2년 만에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이들 모두를 특별사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읍참마속?
토사구팽?

반면 영남권과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을 잡은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러한 점들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최소 5년에서 10년 사이의 구형도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출범과 함께 전직 대통령 잔혹사가  또 다시 재현될까? 겨울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요즘, 벼랑 끝에 선 듯한 이 대통령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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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